롤랑가로스의 비로 인해 우리 시각 9일 새벽 2시에 끝난 2012 프랑스오픈 남자 준결승.
롤랑가로스에서 한번도 파이널 리스트가 되어 보지 못한 ATP 1위 노박 조코비치와 롤랑가로스에만 오면 힘을 제대로 써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한번 우승을 맛 본 전 1위 로저 페더러가 붉은 색 앙투카 위에 섰다.
둘의 얼굴엔 비장함 마저 감돈다.
그 둘은 지난 해에도 똑 같이 이 자리에 섰었고 수 없이 많은 전투를 경험한 노장은 신무기를 장착하고 패배란 단어를 잊어 버린 채 승리의 깃발만 41번을 꽂으며 승승장구 앞만 보며 전진하던 젊은이에게 뼈아픈 1패를 안기며 결승에 진출해 최종적으로 우승의 트로피를 안았었다.
현재까지 둘의 상대 전적은 14승 11패로 노장이 앞서고 있지만 최근 6경기 전적은 혈기 왕성한 젊은이가 5승 1패로 절대 우위에 서 있다.
올해에도 이 둘에게는 양보할 수 없는 타이틀이 걸려 있다.
젊은 혈기의 조코비치에게 이번 프랑스오픈은 43년만에 4개 메이저 대회를 연달아 우승한 선수라는 목표가 있고 페더러는 안드레 아가시(미국) 이 후 처음으로 30대 나이에 메이저 제패라는 것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 새와 같이 비상하는 조코비치
경기 리뷰
1세트
노장의 장점은 지략이고 약점은 체력이었다.
오랜 시간을 끌지 않겠다는 듯 페더러는 초반부터 탑 볼이 되기전의 라이징 볼을 치며 선공을 시작했고 그 전략은 적중하여 볼이 스커드 미사일 처럼 조코비치의 코트에 내려 꽂히며 1세트 2:2의 상황에서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 한다.
페더러의 전략에 화들짝 놀란 조코비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탄탄한 수비력으로 방어전략을 펼치며
기회 있을때마다 젊은 피의 장점인 파워 테니스로 페더러를 몰아 붙여 곧바로 페더러의 서브를 브레이크 하여 원점으로 돌려 놓는다.
결국 1세트는 페더러의 한템포 빠른 강력한 라이징볼 공격을 잘 막아내고 필요할땐 과감한 공격을 감행한 조코비치가 마지막 페더러의 서브를 한번 더 브레이크 하며 6:4로 가져간다.
▲ 페더러
2세트 그야말로 난타전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2세트는 첫 게임부터 36회라는 긴 랠리가 이어진다.
긴 랠리중 페더러는 타이밍을 뺏기 위해 드롭샷을 놓고 그 볼을 조코비치가 달려와 받아 넘겼으나 이어지는 페더러의 로빙. 조코비치가 뒤돌아 달려가 아크로뱃 샷으로 다시 되넘겼으나 페더러는 가볍게 발리 샷.
세계 톱 랭커답게 멋진 샷들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좌석을 메운 관중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이후에도 두 선수는 이런 멋지고 긴 랠리를 몇 번 더 선보인다.
페더러는 이 긴 랠리를 본인의 포인트로 가져오며 승기를 잡아 본인의 서브게임 및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또 한 번 브레이크 하며 3:0으로 일찌감치 앞서가고 조코비치의 얼굴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페더러가 너무 마음을 놓아 버린걸까?
반격에 나선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러브게임으로 브레이크 하고 본인의 서브게임도 쉽게 지켜 2:3이 되자 불안했던 마음에 안정을 찾는다.
이 후 둘 다 파상적인 공격을 서로에게 퍼부었고 둘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간신히 막아내며 1게임씩을 쌓는다.
4:3 페더러의 서브.
조코비치가 친 샷이 페더러의 베이스라인에 맞으며 이레귤러 바운드가 나자 페더러가 미스샷을 하고
2회에 걸친 조코비치의 강력한 역크로스 포핸드를 발판 삼아 조코비치가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또 브레이크하며 게임 스코어는 4:4가 된다.
페더러는 4:4 조코비치 서브에서 백핸드 다운더 라인으로 두 번이나 위닝샷을 날렸고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또 한번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다시 잡는 듯 했으나 5:4 본인의 서브게임에서 긴 랠리를 연속적으로 조코비치에게 포인트를 잃고 서브게임을 또 브레이크 당한다.
5:5 상황에서 다시 긴 랠리가 이어졌고 그것 역시 본인의 포인트로 잡아낸 조코비치는 본인의 서브권을 지킨다.
6:5 조코비치가 리드한 상황에서 페더러 서브.
페더러의 서브 더블 폴트, 이레귤러 바운드 에러 및 포핸드 베이스 라인 아웃등에 힘입어 쉽게 게임을 브레이크 해 2세트도 조코비치가 7:5로 승리한다. 2세트가 끝난 조코비치의 얼굴에는 이미 승리를 예감한 듯 만면의 웃음이 어리고 있었다.
▲ 조코비치
3세트
3:2로 조코비치가 앞선 가운데 페더러의 더블 폴트와 페더러와의 긴 랠리에서 또 승리한 조코비치가
게임을 브레이크 하여 4:2로 만들며 승기를 잡은 후 경기를 잘 이끌어 나간 조코비치가 6:3으로 3세트도 승리 세트 스코어 3:0으로 결승에 진출한다.
▲ 조코비치
페더러를 승리에서 멀어지게 만든 시발점
페더러는 2세트 들어서자 마자 심기일전 3:0으로 앞서 나가기 시작 확실한 승기를 잡았으나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두 게임이나 브레이크 한 탓에 멘탈이 흐트러졌는지 본인의 서브게임을 너무 쉽게 러브게임으로 조코비치에게 헌납하였고 결국은 이 게임이 전 세트를 망쳐버리는 시발점이 되어 버리고 만다
조코비치는 그 다음 본인의 서브 게임 역시 쉽게 지켜낸 후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모험을 감행하지 않고 수비에 더 비중을 둔 채 차분히 포인트를 쌓아 나가 최종적으로 페더러에게 지난 해 패했던 것을 멋지게 복수 하며 승자가 되었다
▲ 조코비치
페더러의 조급증
테니스는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가 승패를 가른다고 하지만 이번 조코비치와의 준결승에서 페더러는 조코비치보다 3배가 넘는 50여개의 언포스드 에러를 범했다.
본래 페더러의 성향이 승부사의 기질이 강해 긴 랠리를 견디지 못해 거의 5구 안팎으로 포인트가 나는 지라 언포스드 에러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긴 하지만 근 세배 차이가 날 정도로 많이 한 경우는 없었다.
이렇게 많은 에러를 범한 이유는 아마도 조급증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3세트를 먼저 이겨야 하는 그랜드슬램이라 힘과 기량을 모두 갖춘 5살이나 어린 젊은 선수와 맞붙어
본인이 두세트를 뺏기는 상황이 되면 결코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종속이 빠른 조코비치의 볼을 탑 볼 이전의 라이징 볼로 선공을 시작했다. 평상시에도 페더러는 라이징 볼을 많이 쳤으나 본인이 치던 볼보다 약간 더 템포가 빠르게 친 이번의 라이징 볼은 양날의 칼과 같아 제대로 맞을 땐 조코비치를 압도할 수 있지만 라이징볼 자체가 매우 정교함을 요구하는 볼이고 본인의 샷 역시 조금만 흐트러져도 에러를 일으키기 쉬운 동작들이 많이 있음에 불규칙 바운드가 심한 앙투카 코트에서는 에러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음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위닝샷을 비교해 봤을때 2세트 까지는 페더러가 훨씬 더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고
3세트 중반까지의 언포스드 에러를 비교 했을때 14:41 조코비치가 거의 1/3 수준으로 공격 보다는 수비를 탄탄하게 하며 포인트 관리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번 페더러와 조코비치의 준결승전은 페더러가 멘탈에서 철저하게 조코비치에게 졌다는 것을 볼 수 있다.
▲ 페더러
게임 포인트와 기록의 차이
2세트의 경기 내용을 다시 돌아보자.
경기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재미 있었지만 경기 운영 기록으로만 따지자면 ATP대회
그것도 그랜드슬램 남자 준결승전에서 나올만한 기록이 아니었다.
서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ATP대회에서는 상대편의 서브게임을 한번만 브레이크해도 거의 그 세트는 승리한다는 상식이 통용되고 있는데 조코비치는 4번, 페더러는 세번의 상대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거기다 세트에 하나 할까 말까한 더블 폴트도 세트에 2~3개를 하는 등 서브 보다는 리턴에서 우위를 보이는 여자들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기록이다.
지금까지 페더러나 조코비치가 한 세트에서 이렇게 많은 브레이크를 당해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겠는가?
아마도...
1승 5패라는 최근의 상대 전적과 체력적인 열세로 인한 페더러의 심리적인 압박감이 탑 볼 이전의 라이징 볼을 페더러로 하여금 선택하게 만들었고 그 라이징 볼은 양면의 칼로써 상대편에게 많은 데미지를 주었지만 앙투카 코트의 특성인 불규칙 바운드,불안정한 대기 상태로 인해 코트에 휘몰아 치는 바람등 자연적인 요인이 가미되어 정교함이 요구되는 라이징볼을 치는 데 있어 방해 요인이 되어 본인에게 더 많은 치명상을 입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제 일요일 (10일) .
같은 국적 선수인 다비드 페러를 3:0으로 손쉽게 이기고 올라온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과 세계1위 조코비치의 결승전이 펼쳐진다.
페더러와 조코비치는 페더러가 창이었다면 조코비치는 방패였고 나달이 방패라면 이제 조코비치가 창이 될 차례이다.
클레이 코트인지라 나달의 우세가 살짝 점쳐지긴 하지만 파죽지세인 조코비치의 창이 얼마나 예리한지 두고 볼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