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

우리나라에서 체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다. 이 두 기관은 국민을 위해 체육을 널리 이롭게 하자는 취지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올해 10월 리우올림픽 뒤 하나로 통합된다.
대한체육회는 1920년에 설립되어 국민체육진흥과 스포츠를 통한 국제 친선의 역할을 담당했다. 즉 학교체육을 통해 우수 선수를 양성해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들에게 체육을 생활화하는데 일조를 했다. 대한체육회는 이처럼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모두 아울렀지만 우리나라 경제수준의 향상과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체육이 이제는 복지의 개념으로 등장했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국민생활체육회를 발족시켰다. 그래서 대한체육회는 엘리트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쪽에서 성과를 내는 데 치중하고 각종 국제대회를 유치해 국가의 위상을 높였다. 반면 국민생활체육회는 체육활동을 즐기는 국민들을 위해 활동했다. 국민생활체육회는 동호인 클럽을 육성, 지원하고 생활체육의 참여를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

왜 통합하나

하지만 엘리트 체육에 비해 생활체육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올라가고 국민 복지 차원에서 체육이 자리를 잡아 나가면서 국가 예산을 소수 엘리트 체육에 치중하던 것에서 대다수 국민생활체육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동안 초중고 운동부 선수들의 수업 정상화 작업을 추진해 학교에 속해 있는 운동선수는 공부가 우선이라는 방침을 강화했다. 즉 소수 엘리트 선수가 중심이 학원 스포츠 주도의 폐쇄적인 인재 육성 방식은 막을 내리고, 클럽을 비롯해 전국에 산재한 풀뿌리 동호회에서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등 스포츠를 즐기는 생활체육인들이 무대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양대 체육단체 통합은 한국 스포츠가 미국식의 학원 스포츠에서 벗어나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클럽 시스템으로 가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스포츠 위기

출산율 저하ㆍ인구고령화에 따른 스포츠 저변의 약화, 저성장 시대 도래에 따른 기업들의 탈스포츠 바람 등 한국 엘리트 스포츠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두 자녀를 둔 부모들이 거칠고 험한 스포츠를 외면하고 취업이 어려운 젊은이들은 스포츠에 눈을 돌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인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는 한국스포츠계의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있다.
특히 80년~90대 정부에 떠밀려 스포츠 육성의 '준조세'를 부담했던 민간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이 우선 살아야 한다'는 논리가 팽배해졌다. 1사 1종목 육성 정책은 사라지고 스포츠 후원은 대폭 줄었다. 다만 기아차가 호주오픈에 상당한 금액의 후원을 하는 것도 글로벌 경쟁시대에 마케팅의 극대화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내에선 삼성증권이 테니스단을 해체하고 한솔은 선수 지원의 폭을 대폭 줄였다. 여타 기업들은 테니스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한국 남자핸드볼과 남자배구대표팀은 2016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행 티켓을 놓쳤다. 남자핸드볼의 올림픽행이 좌절된 것은 무려 20년 만이다.

대한체육회
체육단체 통합에 미온적인 쪽은 대한체육회다. 대한체육회는 리우올림픽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논리로 2017년에 통합을 하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 3월까지 조직 통합을 마치고 통합 체육회 회장은 리우올림픽 이후인 10월에 뽑는 것으로 합의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안고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해 단체 통합의 취지를 살리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생활체육회에서는 대한체육회의 입장대로라면 학원 스포츠 중심의 선수 육성체계의 일대 전환이라는 통합취지가 퇴색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체육회에서는 과연 클럽 중심의 생활체육이 교육열이 뜨거운 국내에서 과연 엘리트 체육을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