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포고는 전문 트레이너를 두고 선수들의 몸을 만들어 주고 있다. 오후 운동이 끝난 후 선수들이 학교 옆에 위치한 강서구민올림픽체육센터에서 트레이닝을 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테니스 국가대표의 산실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한 테니스인에게 물었다. 그는 “국가대표를 배출한 학교가 여럿 있다. 최근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비중이 가장 큰 학교 중의 하나가 마포고등학교”라고 말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해마다 국가대표를 선발한다. 테니스가 개인운동의 성격이 매우 강하기에 세계적인 선수들 중에 간혹 국가대표를 포기하고 투어대회에 집중하기도 하지만, 아직 우리 정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대회 출전하는 것을 최고의 영광이자 꿈으로 생각한다. 개인 뿐만이 아니라 가문의 영광이기도 한 국가대표 산실인 마포고를 찾았다.

▲ 마포중·고 테니스부 선수와 지도자(맨 오른쪽 첫번째가 주현상 감독)

마포고(교장 엄재중)는 1950년에 마포구 도화동에서 개교해, 1985년에 현재의 강서구 등촌동으로 자리 잡았다. 유석초, 마포중, 마포고가 함께 있다. 마포고는 개교이래 3만5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지정 과학중점학교가 되는 등 사학의 명문으로 발전하고 있는 학교다. 마포고 테니스부 역사는 1973년부터 시작됐다. 연식정구로 출발한 운동부는 시대의 흐름을 간파하고 테니스부로 전향했다. 운동장의 한쪽 면을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는 테니스 코트 3면은 중·고 테니스부 선수들이 함께 사용한다. 중학교 13명, 고등학교 10명의 선수가 사용하기엔 코트 3면이 부족해 보였다. 선수들의 운동모습을 한참 지켜보니 교차로에서 신호에 맞춰 차가 움직이듯 선수들은 자신들만의 규칙에 맞춰 훈련을 했다. 밖에서 코치, 트레이너와 함께 선수들의 운동모습을 지켜보던 주현상 감독(교사, 서울시 테니스협회 전무)과 잠시 인터뷰를 했다.

-마포고 출신 스타를 꼽는다면
=1973년 창단 이래 마포고는 수많은 테니스 선수들을 배출했다. 그 중 태극마크를 달고 데이비스컵을 뛴 선수로는 아시안게임 3관왕인 김봉수 선수를 비롯, 김우성, 송형근, 조숭재, 이승훈 등이 있다. 또한,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힌 이덕희(46세.강동구지도자연합회장) 선수도 있다.

-현재 팀의 실력 수준은
=단체전만 따지면 2013년엔 전관왕을 했고 2014년엔 문화관광부 장관기 단체전 우승, 소강배 단체전 2위, 제95회 전국체육대회 단체전 우승(2연패)을 했다.

-마포고가 국가대표도 배출하고 팀 성적을 잘 내고 있는 이유는
=초등·중학교 시절에 이미 기술적인 부분은 어느 정도 습득이 된 상태로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결국, 고교 시절엔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여 주면서 선수들이 습득된 기술을 실제 시합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멘탈로 결론지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선수들의 인성을 매우 중요시 하고 있다. 시합뿐만이 아니라 연습 때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6대 0으로 지더라도 후회 없도록 게임을 하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코트 밖으로 내보낸다. 시합이건 연습이건 멘탈이 약하면 대결에서 이기기 힘들다.

-주니어를 키우는 감독으로서 우리나라 주니어들의 미래는 밝은가
=그랜드슬램 주니어의 10%는 우리나라 선수다. 여자선수와 달리 남자 선수들이 잘하고 있다. 대한테니스협회 조동길 전(前)회장이 주니어 육성에 힘썼던 부분이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조동길 회장이 매우 잘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현재 주니어들의 활약을 봐서 이형택에 버금가는 선수가 2명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형택 이후 맥이 끊겼듯 이들 이후에 또 맥이 끊기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 진학 시즌인데 학생들의 대학 진학율은
=테니스 감독을 맡은 지 8년됐다. 대학 진학을 희망한 선수 중 대학을 가지 못한 선수는 단 한명도 없었다. 우리는 100% 진학률이다.
-대학과 실업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는 선수에게 어떤 권유를 하고 싶은가?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세계적인 선수로 크고 싶다면 실업으로,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특성상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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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고에 진학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선발 기준은
=우리는 오는 선수 막지 않고 떠나는 선수 잡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발 기준은 있다. 처음엔 우리 학교 선수 중 아카데미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는 정해진 교칙과 규율이 있는데 그들이 학교에서 적응을 잘못했고 금새 학교를 떠났다. 이 때문에 한때 존폐의 위기까지 있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그 결과로 아카데미로 갈 선수들은 받지 않기로 했다. 단 1명만 있을지라도 학교의 의지대로 끌고 가자고 했다. 사실, 학교에서 하지 않으면 교육청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지금은 규율이 잘 잡혀 잘 하고 있다. 학생은 학교의 규율을 따라야 한다. 현대에서 후원하고 있는 이덕희(2학년) 선수도 국제대회를 뛰고 있지만 시험을 보고 학교 단체전을 뛴다. 선수이기 전에 학생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그런 마음이 없는 선수는 받지 않는 것이 우리학교의 방침이다.

마포중·고를 졸업하고 모교에 지도자로 자리잡은 주현상 감독은 좋은 성적을 내는 가장 큰 이유로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과 함께 모든 선수들이 학교에서 함께 땀 흘리고 호흡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마포고의 테니스가 꾸준히 위상을 떨치자 서울시에서도 학교 근처의 서남물재생센터에 코트를 조성하면서 선수들이 쓰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마포고 선수들은 운동하면서 중간 중간 파이팅을 외쳤다. 기러기가 하늘을 날 때 서로 위치를 바꾸고 소리를 냄으로써 지친 동료들을 격려하며 날듯 격한 운동으로 지쳐가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