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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가로스 석양의 노신사
파리=박원식 기자 취재후원=바볼랏(주)유진커머스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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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05  07: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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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7시 롤랑가로스에 석양이 비치는 시간이었다. 조코비치-나달의 8강전 취재를 마치고 주니어들 경기 취재에 나섰다. 16번 코트에서 남자주니어복식 1번 시드인 테일러 해리 프리츠- 올란도 루즈 대 일본의 소라 후쿠다-요즈카 와타누키의 복식 2세트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는 몸놀림이 빠른 일본 선수들이 1번 시드에 패했다.

관중들은 채 20명도 되지 않은 가운데 경기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는 노신사가 있었다. 낯이 익었다. 호주오픈 주니어 경기장과 기자실 복도에서 만난 전 일본테니스협회 모리 회장이다. 일본 기자 이야기로는 4대 그랜드슬램 주니어 경기를 꼭 관전한다는 귀뜸을 해줬다. 1월 호주오픈 기자실 입구 복도에선 일본 기자들이 90도로 절한 것을 목격했는데 이상해서 누구냐 하니 전 협회장이라고 했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쨌든 노신사는 롤랑가로스 한 귀퉁이 코트의 구석 자리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다가가서 신분을 밝힌 뒤 몇가지 질문을 했다. 질문에 앞서 한국주니어들이 잘 하고 있다라며 칭찬을 들었다.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일본 주니어 경기를 관전하는 이유를 물었다. 그저 테니스가 좋아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테니스가 1920년대에 지리 사토 등 세계적인 선수가 있었다며 테니스계에서 일본 선수들이 잘했으면 하는 바램을 내비쳤다. 긴 시간 16번 코트 관중석에 앉아 있고 경기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는 모리 전 회장은 자리를 내놓고도 일본 주니어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내 주니어 4명을 2년간 미국 IMG아카데미에 보내며 세계로 날 수 있는 선수를 만들어 준다. 첫해 2명이 미국으로가 테니스를 배우고 이듬해 2명이 뒤따라 가서 선진 테니스를 익힌다. 2년간 죽어라하고 미국 등지에서 테니스를 익힌 2명은 일본으로 귀국한다. 그자리는 새로운 유망주 2명이 채워진다. 이렇게 수년이 흘렀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는 인사가 바로 롤랑가로스 석양을 맞는 노신사다.

주니어 복식 경기 뒤 미국 테니스유학생 소라 후쿠다는 일본 기자와 스탠딩 인터뷰를 한 뒤 코치에게 갔다.  코치는 바로 모리 회장님에게 가서 인사드리라는 지시를 했다. 후쿠다는 빠른 걸음으로 16번 코트 관중석 한 켠에 있는 모리 회장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한 10여분  모리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에 답했다.  모리 회장은 공손하게 서 있는 선수에게 여러 격려의 말과 어드바이스를 했다.  참 진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니어 경기고 복식인데도 선수나 회장이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기자실에서도 일본 사진 기자들이 카메라 두세개씩 어깨에 걸고 가장 바지런하게 다닐 정도로 선수와 기자, 협회 관계자들이 정말 철저했다. 세계 테니스 기자 가운데  1등을 뽑으라면 일본 기자들이 뽑힐 것이다. 기자실 문열때 나오고 문 닫고 나오는 사람들이 일본 기자들이다.  나름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들만 보면 고개가 숙여진다. 외국 기자들도 다 인정을 한다.

   
 

사실 그랜드슬램대회장에는 출전선수 국기가 펄럭이고 자국민들이 응원을 한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은 마치 유럽공동체 국가들이 예전에 칼들고 싸우는데서 발전해 이제는 라켓을 들고 공 넘기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경기장에 국기가 등장하고 자국 선수 응원목소리가 터지고 선수들은 이기고 나서 응원객들에게 애국심을 유발시켰다.

카자흐스탄, 보스니아헬체고비나 등 지도상에서 쉽게 찾지 못하는 나라들의 국기도 곳곳에 펄럭이고 자국민들이 선수 경기하는 날 들떠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국민은 그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의식이 히틀러이후 민족주의를 추방한 유럽 21세기 그랜드슬램 대회장에서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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