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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달프다고 했다. 지금의 내 모습이 딱 그 짝이다. 파리에 도착하고 이틀째 밤, 기사를 쓰려다 나도 모르게 바닥에 누워 잠이 들어 버렸다. 출발 전날도 그렇고 도착한 날도 기사 쓰느라 새벽에 잠든 탓이다(난 기사 쓰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날 몸이 살짝 으실 으실한 느낌이었다. 그러더니 그 다음날 컨디션이 평상시 같지 않았다. 마른 기침이 나기 시작했고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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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의 하늘은 보편적으로 맑음이라고 함이 좋겠다. 그러나 청명한 하늘은 아니다. 하루 종일 구름이 하늘에 있었다. |
기자는 프랑스 출장 짐을 당일 날 아침에야 꾸렸다. 우리나라보다 살짝 춥다는 소리에 옷은 반팔과 반바지, 겉옷은 두께가 얇은, 살짝 보온만 되는 옷 위주로 챙겨왔다. 우리나라 날씨가 나에게는 좀 더웠기 때문이다. 파리는 밤에는 쌀쌀했지만 낮에는 햇살이 따가웠다. 경기장에 온 사람들도 어떤 이는 점퍼를, 어떤 이는 가벼운 반팔로 돌아 다녔다. 사실, 조금 쌀쌀한 늦가을 날씨를 난 제일 좋아한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어서다. 두꺼운 옷을 챙겨오지도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기온이라서 감기 기운이 있었으나 뭐 이 정도는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프랑스는 위도상 북위 42도에서 51도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북위 33도(제주도 마라도)에서 43도(함경북도 온성군)에 위치해 있다. 남한만 따졌을 때는 33도에서 38도(강원도 현내면)선에 위치해 있다. 위도상으로 따지면 가장 낮은 위도의 프랑스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함경북도와 같은 지점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북한의 북단 끝 지점에서 중국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면 프랑스 가장 남쪽에 닿는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는 해양성 기후와 대륙성 기후의 중간쯤 되며 사계절의 구분이 꽤 명확하다고 한다. 오늘(27일) 프랑스 파리의 기온은 8도(최저)~ 21도(최고)로 예보 됐다. 서울은 14~30도로 되어 있다. 위도 차이로 인해 한국에 비해 약 6~9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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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의 하늘은 보편적으로 맑음이라고 함이 좋겠다. 그러나 청명한 하늘은 아니다. 하루 종일 구름이 하늘에 있었다. |
프랑스의 표준 시각은 한국보다 7시간 늦다. 6시 알람 소리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한국은 점심시간이다. 업무를 시작하는 오전 9시면 한국은 오후 4시고 롤랑가로스의 경기가 끝날 즈음인 7시면 한국은 새벽1시다. 우리가 보통 숙소에 11시쯤 들어가니 한국은 새벽 6시다. 우리가 잠자려 할 때 한국은 깨어나기 시작하고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시간에 한국은 어둠이 깊어간다. 비록 시차는 7시간 이지만 활동 리듬은 거의 반대라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 하다.
파리의 낮 시간은 길었다. 새벽 5시면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고 밤10나 돼야 어둠이 짙어졌다. 9시까지는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테니스를 즐기는 한사람으로 프랑스에서는 나이트 안켜도 되니 전기세 아끼기엔 딱이다 싶었다. 한국보다 10도 정도의 낮은 기온 때문인지 프랑스의 밤 기온은 제법 쌀쌀했다. 두껍지는 않아도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한기를 느낄 정도다. 그러나 낮 햇살은 제법 따가웠다. 봄 볕엔 며느리를 내보내고 가을 볕엔 딸을 내보낸다는데 시어머니가 날씨를 판단했다면 이때쯤 아마도 며느리를 내보냈을 듯싶다.
경기는 오전 11시에 시작해서 오후 7시 정도면 끝이 났다. 어제 크비토바가 경기하고 있었던 시각인 오후 1시쯤에도 전광판에 나온 기온은 19도였다. 코트의 선수들에게는 딱 좋은 날씨다. 투어 다니는 선수들에게 있어 대회 참가국의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샤라포바는 1라운드에서 연신 코를 풀어댔다. 감기가 걸렸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몸이 아파도 약도 함부로 먹을 수 없다. 의도치 않게 금지 약물 성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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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비토바가 경기하는 도중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려나 했으나 금새 사라졌다. |
좋은 기량은 좋은 컨디션에서 나온다. 충분한 연습과 휴식, 영양 섭취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선수뿐만이 아니라 동호인 역시 당연지사다. 밤엔 감기가 더 심해졌다. 더 심하기 전에 감기약을 사려 했으나 지하철 역 가는 까르푸에서는 약이 없었다. 반대편으로 가면 약국이 있다고 알려 줬으나 그곳까지 갈 시간이 없었다. 편집국장은 이제 시작인데 아프면 어떻게 하냐며 비타민을 비롯 이것 저것 먹으라 챙겨준다. 기자는 취재현장에서 아플 자유도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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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라포바가 감기로 인해 경기 중 연신 코를 풀었다. 나도 감기로 콧물에 기침이 말이 아니다. 미녀와 동병상련이라 생각하니 기분은 나쁘지 않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
프랑스 오기 전 지인으로부터 “비상 약과 비타민 꼭 챙겨가라”라는 언질을 받았다. 난 그 말을 새기지 못하고 그냥 넘겼다. 날씨도 별로 다르지 않다는데 뭐 별일이야 있겠어하고 말이다. 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다는데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 편집국장은 해외취재 경험이 있어서인지 스웨터도 챙겨오는 등 하루에 4계절이 다 있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출국 전에 사무실에서 귀가 닳도록 들었는데 그냥 스쳐 넘겼다. 머리가 나쁘니 몸이 고생하는 나…오늘은 약을 꼭 사야겠다. 동병상련이랄까? 샤라포바가 경기 중 감기로 인해 계속 코를 푸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샤라포바가 감기로부터 빨리 회복되어 좋은 성적을 내길 바라고 나도 빨리 컨디션 회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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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처럼 약국에 약 외에 화장품 등을 팔았다. 약사에게 콧물나고 기침난다고 바디랭기지로 의사표현하니 물약과 가루약 6.8유로어치를 제공했다. 의사 처방전이 있는냐는 말을 하는 것 같아 없다고 하니 그냥 그 가격을 다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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