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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호텔과 중국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  bbh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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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4.02  14:4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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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의 청두(成都)에는 테니스 호텔이 있다. 세계 각국에 테니스 코트를 갖춘 호텔이나 리조트는 하고 많지만 정식 이름을 아예 테니스 호텔이라고 붙인 데는 보지 못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200개 실 규모의 5성급 테니스 호텔을 버젓이 지은 것이다. ‘쓰촨 테니스인터내셔널 호텔’이 영문 명칭인데 중국어로는 촨터우(川投)국제주점이라고 부른다. 현지인에게 생소한 테니스란 이름대신 건립 주체인 ‘쓰촨투자그룹’을 딴 것이다. 호텔은 7만8천평의 넓은 부지에 센터코트 3면. 실내 12면, 실외 17면 등 총 32면의 테니스 코트를 갖춘 쓰촨 국제테니스 센터의 일부다. 센터에는 이밖에 실내 수영장, 골프연습장, 스쿼시, 배드민턴, 탁구장과 헬스클럽 등 운동시설이 있다. 청두 시내에는 이에 못지않은 규모의 가오신 테니스센터도 새로 지어지는 등 스포츠시설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 테니스는 왕처우(网球)라고 하는데 그물 ‘망’과 공 ‘구’를 합친 것이다. 참고로 그들은 축구를 ‘족구(足球 주처우)’ 야구를 ‘봉구(棒球 방처우)’ 농구를 ‘남구(籃球 란처우)’라고 부른다. 개화기 우리나라는 서양에서 들어온 사물과 개념에 대해 일본식 작명을 그대로 땄다. 그러다 보니 일본인이 로맨스를 ‘낭만(浪漫)’라고 쓰고 ‘로만’이라고 읽을 때 우리는 원음과는 상관없이 낭만이라고 불러왔다. 담배 한 보루라고 할 때 ‘보루’는 영어 board box를 일본인들이 ‘보루 바쿠’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스페인의 바람둥이 돈 후안(Don Juan)이 일본에서 ‘돈환’이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인이 ‘f’ 발음을 못해 ‘흐’로 바꾼다는 데 착안한 누군가가 원음으로 돌린다며 ‘돈판’으로 바꾸어 놓은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도 서양 문물의 번역어에서 대부분 일본식을 차용했다. 그러나 일부는 중국식으로 새로 작명해 쓰고 있는데 스포츠 종목 이름들이 좋은 예다.

청두에서 열린 중국 대중테니스협회 연례포럼을 참관하려 간 길에 쓰촨성과 이웃한 구이저우(貴州)성을 다녀왔다. 중국의 행정구역은 4개 직할시(베이징, 상하이, 텐진, 충칭)과 23개 성, 5개 자치구와 2개 특별행정구(홍콩, 마카오) 등 모두 34개 성급 단위로 나뉘어 있다. 나는 이 가운데 30개 성(자치구)를 가봤다. 이제까지 일부러 세 본 일이 없었는데 중국 대중테니스협회 사무국장이 34개 성 가운데 32개 성을 가봤다고 말하기에 나는 어떤가하고 가만히 헤아려 봤더니 아직 4개 성을 못 가봤다. 이렇게 중국 각지를 가보려니 시간과 돈이 많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맘씨 좋고 친절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하지만 무례하고 불친절한 사람은 더 많이 봤다.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 조용하고 정직한 것은 물론 남을 배려한다는 인상을 최소한 겉으로 주는 것과 달리 언뜻 중국 사람들은 시끄럽고 무신경할 뿐 아니라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중국에 비즈니스출장이나 패키지여행을 가서는 그럴 일이 별로 없지만 자유여행을 하다보면 하루 세 번쯤 살짝 분통이 터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에는 중국인 특유의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이럴 때마다 소싯적에 중국사와 한시 등을 읽으면서 얻은 중국애호심이 엷어지는 것을 느꼈다. 심지어 중국은 가면 가볼수록 더 싫어진다는 말에 공감한 적도 있다. 그러나 중국에 오래 산 한국인이 중국인의 막무가내식 행태에 익숙해져서 일본에 가보니 일본인의 가식과 위선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졌고 오싹하기까지 하더라는 말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하면서 많은 일본인들이 혐한감정을 숨기지 않을 뿐 아니라 “전쟁이 나면 한국인을 전부 몰살하겠다”는 등의 막말을 인터넷 상에 방치하는 것을 보면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나 중국인이 일본인보다 크게 낫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내 경우 중국어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외마디 말만 하는 수준인데 어느 관광지에 영문은 물론 중문 설명서도 거의 없고 현지 직원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도움을 청했더니 웬 젊은이가 중국에 다니려면 중국말을 배우고 오라고 중국말로 훈계하는 것이 아닌가. 중국어를 모르면 올 것도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지나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살 만해지니 과거의 오만한 중화주의 망령이 슬슬 되살아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에 가서 발마사지를 받지만 우리 자식 세대에 한국 사람이 중국 사람들에게 발마사지해주는 일이 행여 없도록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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