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피플
뉴스스포츠&라이프
서귀포 칠십리 마지막- 여행, 바람 따라 그리움 찾아
제주=방극용 기자  |  bgj@tennispeople.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5.02.09  11:18:03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네이버 구글

 그리운 바다 성산포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의 일부다.
얼마나 그리우면 이리 마음이 애탈까?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오늘을 살아간다는데 과연 이 삶에서 나를 이리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까? 내가 그리도 애타게 그리워 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는 것일까?
 

 

 바람 따라 그리움을 찾아가다. 

 
 제주의 3일 동안
코트에서 바라본 한라산은 마음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많은 이들이 저 곳을 마음만이 아니라 온 몸으로 느끼기 위해 찾았을테다.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남겨둬야 '다음'이라는 기약이 생기는 법....
 
   
▲ 
 
 
 
   
 

 

잠시...

상서로운 구름이 걷히고 한라산이 맑은 얼굴을 살짝 비췄다.

내내 애태우던 처녀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것처럼...

그렇게 한라산은 시시각각 변했다.

   
▲ 

 

   
▲ 

 서귀포 칠십리배 3일차.

새벽 5시가 넘어서 잠든 탓에 10시가 다 되어서야 코트에 들어섰다.

실내코트 아래쪽에 시냇물이 흐르는 멋진 코트가 있다는 강두연 사무국장의 말에

테니스 코트를 오전에 잠시 둘러본다.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필연이었을까?

코트에서 조망되는 눈 덮인 한라산만으로는 무언가 아쉬움이 가슴속에 남아 있었다.

카토 유명자, 유순하 부회장과 서귀포 코트를 돌다 "우리 성산포나 다녀올까?" 라는 의견에 일말의 주저도 없이 자동차 키를 돌렸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그렇게 마음속에서 현실로 다가왔다.
통합오픈부 대회가 진행 되고 있었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3시간,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다.
 
   
▲ 

 

햇살이 바다에 부서진다.

하릴없는 시간을 달려온 햇살은 자신의 존재를 잠시 은빛으로 알리고

자신이 사모한 바다속으로 스며든다.

그들의 만남은 그리도 아름다웠다.

비록...잠시일지라도...

   
▲ 
   
 

 

게우지코지다.

전복 내장을 일컫는 "게옷"을 말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형상이 전복의 내장과 같은 모양이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기암들이 엮어내는 경치와 탁트인 전망이 아름답다. 안내 표지판의 설명이다.

   
 

 

   
 

 

바다를 가슴에 품었다.

바다는 그렇게 다 큰 성인을 둔 중년의 여인품에

인자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들어와 앉았다. 

   
 

 

올레길은 순수 제주어로 “좁은 골목”이란 뜻이다.

올레길의 창시자인 서명숙씨는 “제주 올레길은 제주의 200개의 마을을 지난다. 반드시 마을에서 시작하고 마을에서 끝난다”는 원칙으로 올레길을 설계했다고 말한다.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

길은 마을과 마을을 연결시켜 주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그 길을 걷는 이들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기도 하다.

   
▲ 

 

   
 

 

많은 길이 포장되어 있었다.

그러나 태생이 촌놈인지라 흙이 있고, 그 안에 자갈이 있고, 물을 머금은 길이 정겹다.

꼭 빠른 길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 

 

올레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다.

표지판보다 훨씬 자연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그러나...가끔은...

제 길이 아니어도...이정표와 상관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걸음 닿는 대로 그냥 그렇게 걸어보자.

   
▲ 

 

달리는 창에 흘러드는 바람이 시원하다.

지나치는 모든 것이 아름답다. “마음이 부자면 부러울 것이 없다”던 말이 새삼 느껴지는 시간이다. 우리가 차를 타고 가는 이 올레길을 수많은 사람들은 하늘과, 바다와 바람과 내음을 느기며 온 몸, 온 맘으로 걸었을 것이다. 

차 안에서 바라봐도 이러할진데....

시간을 걸으며 마음에 담는 이들에겐 얼마나 아름다울까?

차에서 내려 걷고 싶다.

   
 

 

표선 해수욕장의 새하얀 백사장 위에 애마부인이 떴다. 

유명자 부회장은 "잔잔한 파도위를 말을타고 달리는 모습을 봤다. 너무 환상적이어서 한참을 바라봤다"라고 지난 추억을 꺼냈다. 

   
 

 

걷는 이들을 만났다.

차 안에서 잠시 말을 걸었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그녀들의 허허로운 웃음이 여유롭다.

 

 가던 길을 잠시 멈췄다.

바람을 막기 위해 쌓여진 돌담은 모든 바람을 막으려는 마음이 없다.

순리대로 흐르는 바람은 그대로 보냈다.

바위도 그러할진대...난 어땠는가?

순리대로 사는 삶이 아름다운 것일테다.

 

바람도, 태풍도, 왜적도 저 바위가 다 막아줬다며

길가의 작은 포장마차 쥔장인 7순의 할머니는 돌담을 가르켜

"조상님들의 지혜"라 칭했다.

 

   
 

 

칠순의

할머니 해녀가 따 올린 바다를 입에 담았다.

바다 한 점에 쐬주 한 잔...

마음이 알싸하고 따뜻하다.

   
 

 

쐬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을 즈음...

한 노부부가 우리 곁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평상에 걸터 앉았다가 다시 일어선다. 남편이 앞서고 뒤따르는 아내의 두 손은 꼭 맞잡아 있었다. 칠순이 넘은 해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내 동서인데 나이 마흔 조금 넘어서 부터 치매가 와서 20년 넘게 저렇게 살아"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나 굳이 그들의 모습을 렌즈에 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그들의 꼭 잡은 두 손과, 살짝 굽은 60대 부부의 등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들은 부자연스러운 걸음으로 도로를 건너 세워져 있던 트럭을 몰고 떠났다. 

   
 

 

저 멀리 섭지코지가 보인다.

새하얀 등대...그리고 선바위.

선녀를 사랑한 총각의 애달픈 마음이 이루어지지 못한 채 총각이 섭지코지에서 선채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 어렸다.

사랑은 아프다.

홀로 하는 사랑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랑은...둘이 해야 아름답다.

선녀를 사랑한 총각의 전설보다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다룬 드라마로 더 유명해졌다.

그래서일까? 섭지코지는 젊은 청춘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성산포다.

그리운 성산포다.

그러나 멀리서 바라만 봤다.

내 것이 아닌 이상 느끼지 못할 만큼의 거리에서 바라보며 지켜주는 것이 삶의 이치다.

바다는 어미처럼 성산포를 감쌌다.

그리고 모래는 또 그 바다를 둘렀다.

   
 

 

조랑말 두 마리...

그 옆에서 성산포를 바라보는 한 남자....

그리고 또 저 멀리 백사장을 걷는 사람들.

 

그들은 저마다의 성산포를 가슴에 담고 있을테다.

난 나대로 성산포를 가슴에 담고 왔다.

   
 

 

노란 유채가 피었다.

그 속에 꽃보다 더 진한 향을 품은 이들이 들어 앉았다.

좋은 인연은 상대를 빛나게 해준다.

인연이란 그렇다.

   
 

 

   
 

 

우연인듯 아닌듯 달려온 성산포....

성산포는 그렇게...

그리움으로 다가와 

또 다른 그리움으로 끝을 맺었다.

 

   
▲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 이생진


   
 

 

                    Writer, Photographer by Bang Guel

[관련기사]

제주=방극용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임원규
Righter? or Writer?
(2015-02-12 09:29:00)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1)

테니스피플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614-2 원당메디컬프라자 606호  |  대표전화 : 031)967-2015  |  팩스 : 031)964-7780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 다 50250(주간)  |  출판사 신고번호:제2013-000139호  |  상호명 : (주)스포츠피플 | 테니스피플  |  사업자등록번호:128-86-68020
대표이사·발행인 : 김기원  |  인쇄인:정영무(한겨레신문사 대표)  |  편집국장 : 박원식  |  정보기술책임 : 최재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재혁
Copyright © 2011 테니스피플.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ennispeop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