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임용규, 극적인 역전 드라마 연출하고 결승 진출

정현(삼일공고)과 임용규(당진시청)가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고 아시안게임 테니스 은메달을 확보했다.

정현과 임용규는 28일 인천 열우물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남자복식 준결승에서 대회 4번시드 인도의 유키 밤브리-디비 샤란 조를 상대로 6(8)-7, 7-6(6), 11-9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정현과 임용규는 첫 세트 상대의 첫 서비스게임을 먼저 브레이크하고 2-0으로 앞섰으나 두 번째 서비스게임을 내주고 2-2 원점이 되었다.

여기부터 서로 자신의 게임을 잘 지켜나가며 한 치 양보없는 승부가 전개되어 6-6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로 접어들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도 팽팽한 접전이 전개되었으나 범실이 거의 없는 플레이를 펼친 인도의 밤브리-샤란 조가 10-8로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이겨 먼저 첫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도 임용규-정현 조가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하고 4-1까지 달아났으나 네 번째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 당해 4-4 다시 승부가 원점이 되었고 서로 자신의 서비스게임을 잘 지켜나가 2세트도 타이브레이크로 접어들었다.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4-6으로 정현-임용규 조가 더블매치포인트를 잡히면서 위기를 맞았으나 침착한 플레이와 상대의 범실로 위기에서 벗어나 8-6으로 역전극을 펼치며 승부를 3세트 운명을 가르는 매치타이브레이크로 가져갔다.

매치타이브레이크 초반에 정현-임용규 조의 범실로 0-5로 크게 밀리면서 패색이 짙어졌으나 2-5에서 정현이 환상적인 앵글 샷을 성공시키며 한 포인트 한 포인트 따라 붙으며 5-8까지 따라 붙었고 7-9에서 다시 더블 매치포인트를 잡혔으나 임용규가 작정하고 포핸드 다운더라인 공격을 성공시켜 일단 벼랑 끝에서 탈출했고 내리 두 포인트를 챙겨 10-9로 역전시키며 정현-임용규가 매치포인트를 잡자 임용규는 관중들에게 양손을 들며 응원을 유도했고 밤브리의 서브를 정현이 백핸드 다운더라인 샷을 성공시켜 극적인 드라마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열우물테니스경기장을 가득 채운 테니스팬들도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대한민국을 연호해 오늘의 역전 드라마에 큰 힘을 실었다.

이로써 정현과 임용규는 인천 아시안게임 테니스 유일한 메달인 남자복식 메달의 색깔을 금과 은 둘 중 하나로 변경시켰다.

정현과 임용규의 남자복식 결승 상대는 인도의 디비 샤란-사남 싱 조이다.

디비 샤란과 사남 싱은 대회 톱시드 태국의 라티와타나 형제를 상대로 4-6, 6-3, 10-6으로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승리가 확정되자 얼싸안고 기뻐하는 정현과 임용규

승리 후 정현은 “이겨서 기쁜 마음뿐이다. 시합을 어떻게 치렀는지도 모르겠다. (용규)형이 시키는 대로 한 포인트도 포기하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임용규는 3세트 매치 타이브레이크에서 7-9까지 몰려 패배 직전의 순간에 대해 “분위기가 완전 우리 쪽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리고 결과가 따라온 것이다. 우리에게 분명히 승리의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의 응원이 대단해서 임용규는 “마치 그랜드슬램 대회에 참가한 것 같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어웨이 선수들이 항상 압박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나는 그것을 알았기 때문에 매치 타이브레이크 후반에 호응 유도를 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인도와의 결승전에 대해서 임용규는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매 게임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어렵게 주어진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노갑택 감독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우리 선수들에게도 자주 얘기하지만 스포츠는 1%의 확률만 있어도 기적을 일으킬 수 있고 그런 반전이 스포츠의 매력이다”라고 기쁨을 표현하면서 “매치타이브레이크 2-5도 뒤지던 순간 정현이 멋진 앵글 샷을 성공시키고 환호할 때 어떤 일이 일어 날 수도 있다는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리고 노 감독은 “이번 대표팀 운영을 하면서 전력분석팀을 가동시켰다. 매일 경기 영상과 상대의 장단점을 파악해 선수들에게 메신저로 매일 밤 정보를 보냈다. 선수들이 처음이라서 낯설었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현과 임용규는 남자복식에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정희석-이형택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결승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의 남자복식 마지막 금메달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유진선이 남자 테니스 전종목 석권으로 4관왕을 달성할 때 유진선-김봉수 조가 합작했다.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김춘호-이우룡 조가 처음으로 남자복식 금메달을 딴 바 있다.

이로써 정현과 임용규는 28년 만에 남자복식 금메달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또한 정현과 임용규가 금메달을 따면 병역면제혜택이 주어진다.

한국 테니스 간판 이형택도 방콕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로 병역면제혜택을 받아 투어급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만들었다고 종종 얘기한 바 있다.

정현과 임용규는 이제 한창 국제무대로 나가야하는 시기인 만큼 반드시 금메달을 목에 걸기를 바란다.

인천=테니스데일리 정하대 기자 kangspower@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