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선 근처 외로이 서 있는 라이트 아래서 경기를 하는 두 선수

▲ 두 선수

▲ 김재훈 엄마의 격려 박수 "우리 아들 잘한다. 힘내"

▲ 경기 내내 서서 선수의 경기를 지켜보는 지도자

▲ 비오듯 내리는 땀을 닦아내는 황석찬

 인천아시안게임 임용규-정현의 남자복식 4강전이 열려 극적인 결승 진출이 만들어지는 때. 휴전선 부근의 한 코트에서 야간 경기가 열렸다.  28일 저녁 7시. 테니스코트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기를 써가며 경기를 하고 있었다. 관중석에는 코치 1명과 학부모 1명이 서서 자기 선수나 아들이 득점할 때 마다 박수를 쳤다. 선수들도 랠리하다 어렵게 득점하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포효했다.  그 소리는 차가 거의 없는 3번 국도를 타고 먼 산으로 퍼져나갔다.

2014연천프로1차대회 콘솔레이션(격려전) 4강전이다.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해 32드로로 짜여진 격려전에서한경기 한경기 이기고 올라온 학생은 서울고 1학년 황석찬과 신안중학교 3학년 김재훈이다. 경기 결과는 7-5 6-3으로 김재훈이 이겼다. 경기 시간은 대략 1시간 반이 넘었다. 1세트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다 김재훈이 벌렸다. 볼 데드 상황이면 수건을 부여잡고 허리를 숙였다. 땀을 닦고 호흡을 가다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것이 실점 상황이면 더욱 더 시간이 길었다.

테니스코트 라이트 불빛에는 휴전선 부근의 온갖 하루살이들이 다 모여 들었다. 아마도 벌레들을 관중 숫자로 센다면 그랜드슬램대회 결승전 관중 수를 훨씬 넘는다. 그 하루살이들이 지켜보는 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두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승부의 추를 기울이려 했다.   라인시비도 심심찮았다. "들어갔잖아요" "나갔어" 하며 승부사의 기질을 발휘했다.   1세트 5-7로 김재훈에게 내준 황석찬은 바닥에 그대로 벌렁 눕고 싶어 보인다. 하지만 고개만 잠시 떨구고는 숨을 골랐다. 엔드체인지때 바나나도 꺼내먹으며 자기와의 싸움을 이기려고 애썼다.  테니스가 볼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줄기차게 뛰고 상대가 못받을 위치에 볼을 넣고 찬스 볼을 만들어 자기 샷을 득점으로 연결 시키는 행위는 반복이 되었다.

김재훈과 황석찬은 2세트 중반 옆 코트에 동호인 단식 결승 경기가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도 견뎌내야 했다.   결국 김재훈의 승리로 끝났다. 코트를 나오면서 황석찬은 "하루에 두 경기를 무리다"라며 패배를 아쉬워 했다. 중학생 김재훈은 의연하게 걸어나오면서 두시간 가까이 기도하듯 박수를 보낸 엄마의  '수고했다'는 미소를 받았다. 황석찬을 지도하는 코치는 선수의 한계와 장점을 찾아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연천프로 1차대회의 한 장면이다.   

흔히 중고등학교 학생 선수의 경우 학교 수업 뒤 연습하고 대회 출전하는 것이 다반사다. 잘하는 선수야 대회에 출전해 결승까지 올라 많은 경기를 한다. 16세의 경우 1년에 70~80경기를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의미있는 70~80경기를 해야 테니스가 직업인 선수로 성장하고 기술을 보완해 나가고 체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일선 지도자들 사이에서 대회만큼 선수들에게 좋은 것이 없다고 한다.

1년에 80경기를 하려면 일주일에 4경기씩 20주간 대회에 출전해야 가능하다. 20주간 대회 출전하기도 어렵고 32드로의 경우 4강까지 올라야 하고 64드로면 8강, 128드로면 16강까지 올라가야 한 대회에서 4경기를 한다. 일주일에 2경기를 하면 40주간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연천프로대회를 주관한 나영석 대회토너먼트 디렉터는 "128드로로 본선을 하고, 1,2회전 탈락자를 대상으로 32드로 콘솔레이션을 하게 되어 경기수가 많다"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대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