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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핸드 습관 하나 바꿨을 뿐인데'괄목상대' 설재민 안성퓨처스 4강
안성=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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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24  07: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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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뒤 설재민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춘호 감독

 

"아주 잘했어, 이제 테니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무조건 공격이야, 백핸드 슬라이스로 리턴하지마,드롭샷 넣지마,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주욱 이렇게 나가는 거야"

"네 알겠습니다"

"수고했다"

23일 경기도 안성에서 열린 안성국제남자테니스대회(퓨처스) 남자단식 준결승에서 경기에 지고 나온 국군체육부대 설재민 선수와 지도자 김춘호 감독이 나눈 이야기다. 경기결과는 졌지만 내용은 이겼다는 대화다(흔히 코피 터졌지만 잘 싸운 경우).

결과는 4-6 7-5 5-7로 설재민 패. 하지만 경기내내 김춘호 감독은 설재민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그렇지, 그렇지" "바로 그거야"하는 말을 입에 달고 경기를 볼 정도였다.

정오에 시작한 경기는 오후 4시에 끝났다. 경기는 1만불짜리 퓨처스 준결승인데 손에 땀을 쥐면서 본 경기였다. 마치 조코비치와 페더러의 US오픈 결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처럼 국내 재밌는 경기였다. 2007년 US오픈 이형택 1회전 경기 취재 느낌이랄까. 대회장을 찾은 200여명의 관중들도 경기가 끝나자 일어서서 박수를 보낼 정도로 설재민의 플레이는 인상적이었다.

   
▲ 가슴에 프로 스트링거 글자를 새긴 셔츠를 입고 나온 호세. 프로 스트링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설재민의 상대는 뉴질랜드 호세 스테이덤. 현재 랭킹은 600위 후반 랭킹이지만 최고 랭킹 140위를 찍은 선수다.  한해 10번 정도 투어를 다니며 뉴질랜드에서 테니스 스트링 숍(회사명 프로 스트링거)을 가진 경영인. 못받는 공이 없고 구석구석찌르는 서브는 이스라엘 두디 셀라 연상시키는100위권 선수다. 테니스를 할 줄 아는 선수로 보여졌다.

오늘 지면 상금받아 자지도 않고 다음 대회로 가야 하는 선수가 바로 뉴질랜드 선수다. 게토레이 물도 1 천원주고 사먹어야 하는 승리에 절박한 선수가 바로 스트링 숍 대표 겸 선수다. 그 결과는 지난주 춘천에서 끝난 이형택재단 퓨처스 준우승.

이런 선수를 상대로 ITF 포인트 하나 없어 예선에서 겨우 한자리 얻어 뛴 설재민이 준결승에서 보기드문 좋은 경기를 펼쳤다. 감독도 마음에 드는 플레이로 일관했다.

설재민을 이처럼 괄목상대하게 만든 것은 지난 2월 국군체육부대의 테니스선수로 받은 김춘호 감독. 한국챔피언 답게 보는 눈이 예리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지도자다. 설재민을 받고 선수를 관찰했다. 190대의 큰 키와 타점 높은 서브 등 장점이 있는 선수로 보았다.

김 감독은 설재민에게 몇가지 주문했다.

1. 첫서브 넣어라

2.  백핸드는 슬라이스 말고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구사하라. 다운더라인 실수가 많으니 크로스로 맞받아쳐라

3. 첫서브 리턴은 공격하기 어려우니 상대 몸쪽으로 길게 건네주라

4. 드롭샷은 상대가 없을때만 빈공간에 넣되 가능하면 사용하지 마라

5. 포핸드 스트로크는 베이스라인 뒤에서 걷어올리지 말고 베이스라인 안쪽으로 들어가 라이징 봃을 쳐라. 타점을 정점에서 잡아 찍어쳐라

6. 리드하고 있을 때 풀어주지 말고 더 공격적으로 해라. 져도 좋다는 심정으로 해라

흔히 세계 투어선수들에게 주문하는 내용이고 투어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그런데 그 테니스 상식이 설재민이 장착했고 감독이 리모트 콘트롤하듯 플레이를 소화해낸 것이 설재민이었다. 그간 설재민은 복식 전문선수로 키워지면서 단식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낸 적이 없었다. 랠리하다 헛스윙이 간혹 생겨 "선수 맞나"라는 관중들의 이야기도 심심찮게 듣던 선수였다. 실업이나 대학시절, 고등학생에게도 말도 안되는 스코어로 패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김춘호 감독의 6개월 조련으로 첫서브 에이스 넣어 득점하거나 상대 서비스 리턴을 과감한 포핸드 라이징볼을 빨래줄처럼 구사해 자기 서비스게임을 쉽게 가져가는 선수로 환골탈태했다. 백핸드쪽 볼은 100개중 90개를 크로스 드라이브로 응수했다. 나머지 옛습관인 슬라이스로 툭 대던  백핸드 10개는 아웃이 되거나 상대에게 찬스를 제공하는데 쓰였다.

   
▲ 설재민의 슬라이스 백핸드. 이러한 타법은 여지없이 상대에게 찬스를 제공해 본인은 실점, 상대는 득점으로 연결됐다. 김춘호 감독은 이것을 절대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상대 서브나 공격이 워낙 강해 드라이브로 걸 수 없어도 흉내라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볼이 강하더라도 길게 넘겨주되 가능하면 드라이브로 크로스 대응하면 좋다는 것이다. 그 경우 상대 실점으로 연결됐다
   
▲ 김 감독이 주문한 백핸드 응수
   
▲ 베이스라인 뒤에 한참 물러나 있어도 설재민은 호쾌한 드라이브 백핸드로 일관했다. 상대 호세는 이 드라이브샷에 안하던 실수를 여러번 했다. 경기 뒤 김춘호 감독은 설재민의 능력이 70% 정도까지 올라왔다고 했다

기자도 감독도 관중도 동료 선수도 설재민의 이날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설재민 같은 선수가 4명만 있으면 실업테니스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일 정도다. 

경기전 김춘호 감독은 4-6 4-6 정도면 설재민이 선방하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첫세트는 그야말로 4-4에서 약간의 소극적 플레이로 브레이크당해 4-6으로 패했다.  이긴다 생각하고 볼 관리한 것이 화근이었다. 2세트는 자신의 첫서브게임을 0-40로 무너지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설재민이었다. 자리에 있던 김 감독은 2세트 4-6도 힘들겠는데 했다.  첫서브 강하게 넣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 게임을 선방했다. 오히려 상대 서비스게임 브레이크 찬스를 잡아냈다.  2세트 5-5에서 설마 서브 좋은 호세의 게임을 브레이클할까 했는데 브레이크해 6-5로 만들었다. 2세트 4-6으로 본 김 감독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6-5에서 자기 서비스게임 주며 6-6 허용하던 옛 설재민이 아니었다. 첫서브 넣고 리턴 공을 백핸드 드라이브로 길게 주고 포핸드 쪽 오른 공을 라이징에서 빠른 라켓 스피드로 손도 못대게 하는 볼을 구사했다. 설사 손을 대더라도 침착하게 두들겨댔다. 결과는 7-5 설재민 승.

3세트는 설재민이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하고 2-0으로 앞서 나가며 이기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때 김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이기고 있을 때 지는 한이 있더라도 더욱 강타로 가야한다는 것이 주문이었다. 수성하다 성 함락된다는 것이다.  백핸드 슬라이스도 가끔 나와 실점하며 2-2가 되었다. 이어 설재민은 세 번째 서비스게임에서 듀스접전 끝에 브레이크 당해 2-3으로 밀렸다. 공 하나 차이가  3-5까지 흘렀고 게임은 3-6의 분위기가 그려졌다.

그러나  공격 일변도로 나온 설재민이 자신의 다섯 번째 서비스게임을 잘 지켜내 4-5까지 바짝 따라 붙고 호세의 다섯 번째 서비스게임에서 수차례 매치 포인트 위기를 풀고  5-5를 만들었다.

이때 김춘호 감독은 "이제 지고 나와도 좋다. 정말 잘했다. 멘탈이 성숙되고 테니스 맛을 아는 것 같다"라는 말을 속사포로 노출시켰다.  '다윗' 호세는 5-4에서 더 강해진 서브와 탄탄한 수비로 '골리앗' 설재민을 쓰러뜨리려 했지만 실패했다. 허탈한 표정이었다. 라켓도  바꿔보고 셔츠도 갈아입어 보고 수건으로 연신 땀을 닦으며 3세트 막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고 애썼다.

5-5에서 설재민이 자신의 여섯번째 서비스게임에서 긴 긴장감의 압박을 벗어던지지 못한 채 0-40까지 몰려 5-6. 5-7로 허용해 4시간 경기를 마쳤다. 

설재민은 예선을 통과해 단식 본선 4강, 복식 결승까지 올라  9경기를 소화했다.

경기 뒤 감독의 칭찬을 듣고 나면서 설재민은 "에이!"하며 준결승 패배를 아쉬워했다. 마치 승리에 굶주린 선수와도 같았다. 단식 노 포인트 설재민이 춘천오픈 4강에 오르고 우리선수로는 유일하게 안성퓨처스 4강에  오른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었다.

 1세트 4-6으로 지고 2세트 막판 접전에서 스트링이 끊어진 상황이 연출됐다. 에이스라켓이 부상당해 바이스 라켓으로 대신하기 전 에이스 라켓 스트링 수리를 급히 맡겼다. 경기는 라켓을 가방에 넣어야 끝나는 것이 선수들 불문율. 절대 그전에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선수들의 기본인데 설재민은 이것을 정확하게 지켰다. 설재민의 달라진 모습을 관찰하는 재미가 하나 늘었다.   24살 나이, 테니스 맛 제대로 알면 국내 대회는 물론 국제대회에서 우승해 서른 전에 그랜드슬램 무대 밟을 일도 요원해 보이지는 않는다. 

   
▲ 국내 선수 가운데 큰 키를 이용해 서브 에이스를 많이 내는 설재민. 서브가 무기다. 리턴 좋은 외국선수 호세가 설재민의 서브에 손을 못 댄 경우가 많다
   
▲ 세트 스코어 0-1. 게임스코어 4-4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대담한 첫 서브로 30-0를 만드는 순간이다

 

 

   
 

 

   
▲ 설재민 백핸드 드라이브

 

   
▲ 포핸드 샷 마무리

 

   
▲ 상대 서브가 강해 걷어내기 바쁜 공이 있었다. 이것도 김감독은 예측하고 있다가 강하게 두들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 설재민은 엔드 체인지때 그냥 얼음물 먹지 않고 물에 영양보충제를 타 먹었다. 4시간 동안 이 영양 보충제와 바나나 정도만 먹고 뛰었다

 

   
▲ 처음으로 복식 파트너한 상무 최동휘와 최재원(오른쪽) 시상은 안성테니스 발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김병준 안성시 산업경제국장

 

   
▲ 복식에서 우승한 설재민과 김현준(경산시청, 오른쪽) 시상은 안성시테니스협회 전공석 회장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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