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상을 해 본다.
만일 마리아 샤라포바가 우리나라에 다시 찾아와 경기를 한다면, 그것도 시범 경기가 아닌 우리나라 유일의 투어대회인 한솔오픈에 출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지난 2004년 처럼 올림픽 센터코트는 관중들로 1만여석이 가득 찰 것이다. 암표상은 5호선 올림픽공원역부터 늘어설 것이 분명하다.

방송 카메라는 그녀의 공항 입국부터 따라 붙어 매 경기마다 생중계를 할 것임에 틀림없다. 아버지 유리 샤라포브는 딸을 따라다니면서 싱글벙글일 것이고 딸은 턱을 치켜 세우고 바짝 오른 엉덩이로 도도하고 당당한 걸음걸이를 한 채 팬들의 시선을 사로 잡을 것이다. 일간지 스포츠면은 매일 전면을 털어 쓸 것이고, 센터코트 레드시트는 늘 정재계 VIP들로 빈 자리 하나 없을 것이다. 테니스마니아인 이명박 대통령도 테니스장을 찾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샤라포바의 인기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4대 그랜드슬램이 열리는 파리, 런던, 뉴욕은 물론 지금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센터코트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그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그동안 거의 센터코트를 독차지했다. 그것도 황금시간대에 그녀가 등장할 시간이 되었다. 의례 개막전 주간 경기나 개막일 야간 경기는 그녀의 차지였다. 그녀가 세계 1위가 아니때에 세계 1위를 다른 코트로 밀어낼 정도로 그녀의 테니스계 파워는 막강하다. 테니스 여자 대통령이다.

왜 유독 그녀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마리아 샤라포바는 테니스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 여자 스포츠 선수로 성공했기에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샤라포바처럼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몇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실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외모가 출중해야 한다.
셋째 미국을 무대로 해야 한다.
넷째 실력이 꾸준해야 하고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

샤라포바는 이 모든 것을 충분히 갖추었다.

우선 샤라포바는 2004년 17살때 윔블던에서 우승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그랜드슬램에서 세번의 우승을 포함해 23개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높이 들었다. 그녀가 트로피를 높이 들 때마다 그의 몸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었고 세계적인 카메라사 캐논, 핸드폰의 소니에릭손, 치약 콜게이트, 팜올리브, 헤드사의 판매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클리어 샴푸, 에비앙 생수, 스위스 고급시계 태그호이어의 판매는 줄을 이었다.

특히 샤라포바가 디자인한 148달러 짜리 굽이 없는 신발(발레 플랫)은 매장에 내놓기 무섭게 팔리더니 헌 발레 플랫을 신고와서 색깔이 다른 것을 찾아 내라는 고객 또한 부지기수다.

두번째로 샤라포바는 전세계 카메라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모를 지녔다. 카메라 앵글에 꽉찬다. 이만한 여자스타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셋째로 스포츠마케팅사 IMG 소속인 샤랴포바는 미국에 근거지를 둔 세계적인 스포츠 마케팅사 덕분에 8년 가까이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스포츠 스타로 만들어졌다. IMG 샤라포바 마케팅 담당 맥스 아이젠버드는 "2004년 윔블던 우승으로 마리아의 인생이 바뀌었고 내 인생도 바뀌었다"고 말할 정도다.

넷째로 샤라포바는 지난 3년간 어깨부상으로 테니스에 전념을 할 수 없는 시간에 자신의 또다른 관심사인 디자인 쪽으로 지경을 넓혔다. 이는 테니스 코트에서 보다 더 풍부하고 폭넓은 표현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결국 위의 네 조건을 갖춘 샤라포바는 테니스로 인해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0의 행렬을 계속 늘렸고 샤라포바로 하여금 코트에서 최고의 경기를, 아니 최고의 연기를 펼치게 이끌었다.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마케팅 담당 아니타 엘버즈 교수에 따르면 샤라포바와 같은 슈퍼스타는 연봉이나 상금보다 광고나 후원 계약으로 기록을 세우는 스포츠 마케팅 챔피언이고 스포츠 프로모션의 선구자로 치켜 세웠다.

엘버즈 교수는 "최근 스포츠 마케팅 업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타 선수에 대해 텔레비전 중계권에서 광고계약, 후원계약 등이 이뤄지는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다"며 " 그 규모는 날로 커져 미국 기준 2001년에 35억 달러인 것이 2007년 50억, 지난해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 기법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고 그 제품을 적확하게 표현해 줄 스타에게 광고주들이 연봉이나 상금보다도 많은 금액을 베팅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카메라의 대명사 캐논사는 강력하면서도 정밀한 이미지를 지닌 샤라포바가 자사의 주력 판매 제품인 파워샷 컨셉과 일치한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광고를 진행했다. 결과는 파워샷 제품의 가파른 판매 곡선으로 나타났다. US오픈이 열리는 기간에 캐논사는 파워샷을 들고 한마디하는 샤라포바의 사진의 버스와 길거리에 도배를 할 정도로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샤라포바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세계적인 마케팅사인 IMG의 '팀 샤라포바'에 의해 이루어진다. 1년 중 전략적으로 참가하는 WTA 투어대회,교육, 테니스와 별개의 일, 광고 계약 등이 장기적인 포트폴리오 관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샤라포바를 통해 마케팅을 하려는 기업들은 IMG의 '팀 샤라포바'에 제안을 넣고 미팅을 기다린다.

팀은 그녀의 홍보 및 이벤트 마케팅과 관련해 심도있게 검토한다. 이렇듯 기업과 마케팅사 그리고 소비자인 팬들, 끝으로 샤라포바와의 관계에서 무언의 약속들이 수없이 오가고 있다. 따라서 지금 세계 테니스는 샤라포바를 필요로 한다.

부상과 방황 등을 다 거치고 나와도 이제 25살이다. 적어도 앞으로 4~5년동안 샤라포바는 스포츠마케팅의 아이콘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을 것이다. 샤라포바의 시대는 지금까지 예고편이었고 이제부터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샤라포바가 호주오픈을 앞두고 자기를 만들어준 플로리다의 닉 볼리티에리를 다시 찾아 몸만들기에 공을 들였다. 테니스야 말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호주오픈에서 승승장구하는 것이 바로 그 표현이다.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샤라포바가 우리나라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글로벌 비지니스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