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테니스 유망주가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고 프로로 전향했다. 그 당시의 랭킹은 838위. 여기까지는 국내 엘리트 선수들도 가능한 스토리다. 그런데 그 유망주가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세계 52위 선수를 3-0으로 완파하는 등의 활약으로 1년 만에 182위까지 뛰어올랐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 선수들이 꿈도 꾸지 못할 이 기적의 주인공은 호주의 18세 소년 닉 키르기오스(171위)다. 그는 주니어 시절의 영광을 버리고 프로 선수로서 새 출발을 하여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프로데뷔 후 1년 남짓한 시간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소개한 호주 테니스 전문매거진의 내용을 우리나라 주니어들을 위해 소개한다. 편집자

키르기오스는 처음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저 웃기만 했다. 사실 그는 어떻게 입문했는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조차 없다. “나는 그저 비디오 게임을 좋아하는 뚱뚱한 꼬마였다. 어머니가 나를 테니스 코트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가기 싫어서 울었던 게 기억난다.”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지만, 그는 곧 테니스에 푹 빠져버렸다. 노란 공을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때려내는 데 흥미를 느낀 것이다. 그때부터 비디오 게임은 제쳐두고 테니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키르기오스는 지난해 성공적인 프로데뷔 첫 해를 보냈다. 개인통산 첫 챌린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그랜드슬램 첫 승을 따냈으며, 600계단이 넘는 랭킹 상승을 이뤄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은 그는 그랜드슬램, 데이비스컵 등에서 기량을 뽐내고 싶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그러한 자세라면 올해도 거침없는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오픈 주니어 우승으로 시작한 2013년은 정말 눈부신 한 해였다. 올해는 호주오픈 본선에도 올랐다

=2월에 시드니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한 게 떠오른다. 그때 나는 주니어 선수가 챌린저 대회에서 우승하면 크게 주목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앤디 머레이(영국, 6위), 라파엘 나달(스페인,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위)와 같은 업적을 이루게 되어서 기뻤다. 내가 그들같이 세계 최고가 될지 안 될지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계속 노력하고 있다.

- 지난해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한때 톱10까지 올랐던 라덱 스테파넥(체코, 47위)을 누르고 그랜드슬램 첫 승을 거두었는데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상대의 마지막 샷이 네트에 걸리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관중석에 있는 어머니와 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그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생전 처음 보았다. 아마도 지금까지 내가 코트에서 맛본 최고의 짜릿함이었을 것이다. 그런 짜릿함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뛰고 있다.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상대의 볼을 더 쉽게 따라갈 수 있고, 더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 스테파넥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이겼지만, 3세트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가?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를 알고 있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컨디션이 최상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이길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경기장에 들어설 때 굉장히 떨렸지만, 대부분의 관중들이 나를 응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내가 이기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1세트를 빨리 끝내고 벤치에 앉아 2세트를 준비하며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고 생각했다. 솔직히 2세트부터는 상대가 기량을 되찾아 내가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2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1-6까지 몰리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역시 이기기 힘든 상대였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거기서 역전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 경기 중에 감정 표현을 하면서도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비결이 있다면

=나는 스스로에게 많은 기대를 한다. 경기가 잘 풀리는 날은 긍정적인 감정이 솟아나서 파이팅을 크게 외친다. 그런 행동들이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 같다.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성향을 내 장점으로 삼고 싶다.

- 주니어 세계 1위 출신으로서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내 주변의 후배 선수들은 내게 조언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은 주로 내가 운동하는 것을 지켜본다. 우선 후배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배가 되어야겠다. 그들에게는 선수생활이 힘들어도 매순간 즐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 이제는 프로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
주니어 때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프로의 길로 들어섰으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퓨처스 대회의 기억은 잊어버리고, 챌린저 대회나 그랜드슬램 예선에서 경기하는 데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랜드슬램 본선 자동진출해 이기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 프로에 적응하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는 사람은

=시몬 리 코치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아무에게도 하지 않는 이야기도 그에게는 털어놓을 수 있다. 그는 나를 위해 많은 시간을 희생하며 최선을 다한다. 또 한명은 바로 친형 크리스토스다. 형은 매일아침 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테니스를 시작한 이유를 상기시켜주며, 절대 포기하지 않도록 해준다.

-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는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러한 관심에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 아직은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이나 언론에서는 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온다. 그런 관심에 그저 감사하려고 한다. 그리고 겸손한 자세를 가지려고 한다. 내 생각에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8위)가 가장 겸손한 선수인 것 같다. 그는 모두에게 친절한 태도 덕분에 존경받는다. 나도 선수생활 내내 그런 태도를 유지하고 싶다.

- 이제는 테니스 톱스타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는데, 누구와의 만남이 가장 인상 깊었는가?

=프랑스오픈 때 조코비치와 함께 연습할 기회가 있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페더러와 처음 마주쳤을 때는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페더러의 아우라가 느껴져서 약간 긴장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냥 나를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었는데도 나를 존중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 조코비치와 함께 연습하며 배운 점이 있었는지?

=2시간 정도 연습한 뒤, 나는 약간 지쳤는데 조코비치는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나에게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분명 세계 최고의 선수다.

- 최근에 가장 중점을 두고 훈련하는 부분은?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 체력이 향상된 덕분에 코트에서 그 효과를 보고 있다. 상대의 볼을 더 쉽게 따라갈 수 있고, 더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정신력을 가다듬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역시 경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술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포핸드, 백핸드, 서브 연습에 힘쓰고 있다.

키르기오스는?

생년월일 1995.4. 27(19살)
출생 호주 캔버라
플레이 오른손, 양손백핸드
우상 페더러,나달, 르블론 제임스, 마이클 조던
키/몸무게 6ft 4”/78Kgs
주니어랭킹 1위
ATP랭킹 168위
의류 나이키
신발 나이키
라켓 요넥스

우리나라 선수와의 경기 결과

2013 Wimbledon, Great Britain 29 Jun - 07 Jul 2013 Singles Main Draw Grade A Entry: DA Surface: Grass (O)
16강전 패 정현 2-6 2-6

2013 AGL Loy Yang Traralgon International
Traralgon, Australia12 Jan - 17 Jan 2013 Singles Main Draw Grade 1 Entry: DA Surface: Hard (O)
64강전 승 김덕영 6-4 6-2

Australian Open Junior Championships
Melbourne, Australia22 Jan - 28 Jan 2012 Singles Main Draw Grade A Entry: DA Surface: Hard (O)
64강전 승 김재환 6-1 6-2

2011 Seogwipo Asian/Oceania Closed International Junior Tennis Championships
Jeju-Do, Korea, Rep.01 Nov - 06 Nov 2011 Singles Main Draw Grade B1 Entry: DA Surface: Hard (O)
16강전 승 김호각 6-2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