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델타항공 158을 타고 미국 디트로이트에 도착했다. 입국 신고를 하는데 뭘 물어보는데 안들리면어쩌나 걱정했다. 일본처럼 오른손 왼손을 기계에 대고 스캔을 하는 등 입국절차가 간단하지는 않다. 내 차례가 되어 여권과 항공권을 제시하니 드디어 질문이 쏟아졌다. 어디를 가느냐, 며칠을 머무를거냐 등등. 그런데 묻지도 않은 직업을 이야기 했다. 테니스신문을 만들고 테니스 코치 2명과 함께 미국테니스지도자협회 컨퍼런스에 참석한다고 장황하게 너스레를 떨었다. 내 여권을 잡고 유심히 보던 공무원은 단박에 "코치?" "테니스?" 라고 물었다. 예스라고 답하니 더이상 묻지도 않고 통과. 기계에 오른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그 사람입에서 '엄지'라는 말을 들으며 오른엄지 손가락을 스캐너에 대고 있는데 '왼손'하는게 아닌가. 왼손을 스캐너에 대라는뜻.
친절하게 우리말 까지 섞어가며 입국 허가를 해주었다.

역시 테니스산업이 발달한 나라는 테니스일보러 왔고 내 옆에 코치가 둘 있다는 말에 존경을 금치 못했다.

이 입국 과정을 USPTA 존 엠브리 CEO(USPTA는 코치연합 회사다. 회장을 돌아가며 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CEO가 별도로 있다)에게 이야기를 하니 "미국은 테니스 코치를 리스펙트(RESPECT)한다"고 말했다.

한국 코치들이 미국에 와서 직업을 구할 수 있냐고 하니 존은 USPTA 라이센스 등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사실 테니스 코치를 하려면 존경받고 우대받고 수입도 어느정도 되는 나라에서 하는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은 보통 코치들이 주당 15시간 정도 지도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하루 15시간 하는 코치도 있는데 미국은 일주일에 15시간. 수입은 사람에 따라 다른데 클럽 소속의 코치로 멤버가 부자면 코치의 수입은 높고 그렇지 못하면 높지는않다고 한다.

다만 코치는 단순히 테니스 레슨 뿐 아니라 클럽 운영을 거들고 클럽 하우스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단순히 지도자가 아니라 경영자인 셈이다.

본인이 참가한 USPTA컨퍼런스에 참석자 상당수가 나이 60~70은 기본이다. 심지어 60세 넘은 여성들도 많은데 그들은 과연 무슨 목적으로 컨퍼런스에 참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클럽 운영하고 약간의 테니스지도를 하는 코치와 매니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컨퍼런스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았다.

필자를 비롯한 한국 참가자들을 잘 챙기는 미국 60대 여성은 강의가 열리는 곳을 부지런히 오가며 경청하고 노트하는 모습속에서 머리가 숙여졌다.

평생 배우고 또 익혀 삶을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 속에서 며칠을 지내니 아직도 나의 갈 길은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인디언 후손의 모습을 한 75세의 할아버지는 미국 전역에 걸쳐 테니스 보급하는데 앞장을 섰다며 상을 주었다.

내가 70세 넘어 테니스 기사를 쓰고 신문을 잘 만들면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그림을 혼자 그려보았다.

미국에서 테니스 코치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남을 지도하는 교육자이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며칠전 남편 윤종신과 함께 올림픽코트에서 시범 경기를 한 전미라의 대만 친구를 컨퍼런스장에서 만났다. 9년째 컨퍼런스에 참가하고 있는 주디 왕은 USPTA 1급자격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현재 대만에서 방과후 학교 애들 10여명에게 테니스를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35살이니까. 선수 은퇴이후 지도자 수업을 계속 받고 있다니 참 대단해 보였다. 영어 의사소통도 자유롭고 9년째 참석해 한가지라도 배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외국코치들과 만나 강의도 듣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빌 게이츠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은퇴해 대학 공부를 다시 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영리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면서 살겠다."

▲ on-court drill 에 참가중인 컨퍼런스 참가자들

▲ 컨퍼런스에 같이 참가한 유정태 코치 필자 정세환 코치

▲ 참가자들과 만찬 후

▲ 한국에서 미리 기사로 나간 '2013 USPTA컨퍼런스' 기사를 보고 주최측 임원이 굉장히 기뻐하고 있다

▲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스스로 선택해서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off court drill

▲ 실내에서 이루어지는 한 강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