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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새카맣토록 열심히 했다"올해 국내 대회 여섯번 우승한 이예라의 고백
글 이진국 기자 사진=최재혁 기자  |  jkl@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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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16  18: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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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도 길이 있다


"다리가 새카맣토록 열심히 했다"
올해 국내 대회 여섯번 우승한 이예라의 고백


올 시즌 여자단식 6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예라(26·NH농협). 올해 여자실업연맹 1차전을 시작으로 여수오픈, 김천 여자서킷 1·2차대회, 춘천오픈, 안성오픈까지 6개 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올해 전국체전과 실업연맹 2차전이 남아 있는데 8관왕까지 가능해 보인다. 2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 코트에서 그를 만났다.

-작년 5승, 올해 6승이나 했다. 우리 나이로 27세인데도 전성기 못지 않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우리나라 선수층이 두텁지가 않아서 그런 것도 있고, 잘 모르겠다. 우승을 간절하게 원하고 기를 쓰고 하는 선수가 별로 없는 것 같다. 4강권은 정해져 있고, 그 외는 그렇게 간절하게 시합하는 선수를 못 본 것 같다. 나랑 붙는 선수들은 대부분 도전하는 입장이니까 편하게 잘 치는데 그냥 편하기만 하다.

-한 때 세계랭킹 178위까지 갔는데 더 이상 성적을 못 낸 이유는
=한창때 시합도중 어이없게 발등부상을 당했다. 몸 상태도 좋고 상승세에 있었다. 재활하고 다시 도전했는데 쉽지 않았다. 또 그 이후 부상도 잦았고, 성적도 잘 안 나오고, 회사에서도 성적이 안 나니깐 후원이 끊겨 국내실업팀(NH농협은행)으로 갔다.

-만약 부상이 없었고, 후원이 이어져 투어를 계속했더라면 투어 100위안에 들 수 있었을까
=Top 50는 몰라도 Top 100에는 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번은 90위 정도의 선수랑 시합을 해 봤는데, 그 선수의 경력을 살펴보니까 우승도 한 번 없었고 그냥 투어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한 두 번 성적을 내서 90위까지 올랐다. 내가 지긴 했지만 한 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꾸준히 투어생활을 계속했더라면 100위 안에 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이다.

   
 

-이제 세계무대 도전의 꿈은 버렸나
=여건이 된다면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만 후원도 필요하고 국내시합도 많아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세계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어느 나라에 가서 어떤 지도자와 훈련을 하고 싶은가?
=미국이 좋을 것 같다. 미국에 집이 하나 있으면 거기서 생활하면서 훈련하고 투어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환경도 좋고 시합도 많고 우리나라에서 다니는 것보다 항공비도 절약되고 여러 면에서 좋을 것 같다.
선생님은 딱히 누구라고 생각 해 본적은 없지만, 기술적인 면 보다는 정신적으로 편하게 조언해주는 지도자면 좋을 것 같다. 친구처럼 편하게 대하고 조언 해주는 그런 지도자가 좋다.

-테니스는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초등학교 2학년 때 교실에서 테니스장을 보니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님들도 반대하셨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니까 한 번 해보라고 허락하셨다.

-현재까지 테니스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 있다면
=기억에 남는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 강릉정보고 재학시절 이승수 선생님과 최주연 선생님이다. 최주연선생님은 내가 프로투어를 시작할 때 함께 시작했다. 선생님께서 열정적으로 잘 이끌어 주셔서 감동했고, 결과도 좋았다. 고등학교 때 이승수 선생님은 기본기를 강조하시고 중점적으로 지도를 하셔서 지금 생각하면 그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두 분다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것들을 지도해 주시고 이끌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현재까지 선수생활을 통해서 자신이 이룬 성과에 대해서 만족하는지
=반반인 것 같다. 투어생활도 해보고 실업선수생활도 해보는 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투어생활을 좀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실업선수로서의 활동도 좋고 재미있다. 성과는 반반 인 것 같다.

-자신이 한 결정 중 가장 잘한 것은
=내가 내린 모든 결정을 후회해 본 적은 별로 없다. 내가 내린 가장 큰 결정은 NH농협은행 입단이었다. 당시 한솔과의 계약이 끝난 후 심신이 지쳐서 3개월 정도 쉬었다. 그 때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는데, 그 때 농협과 인연이 닿아서 입단을 결정했다. 잘 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업 팀으로 농협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팀에 비해 지원이나 운동여건도 좋고, 은퇴 후의 진로도 보장이 되니까 그것 까지도 고려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팀이 별로 없지 않은가? 들어오기도 힘들다.

-가장 최근에 울어 본 적이 있는 지
=8월 중순 안성오픈 2회전이 끝난 다음 몸이 너무 힘들어서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하고,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눈물이 막 났다. 다음날 훌훌 털고 나서 우승했다. 눈물이 도움이 됐다.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나는 항상 한 권의 책을 들고 다니는데,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란 책인데, 힘들 때 그 책을 펼치면 마음이 편해진다. 원래 책을 별로 좋아하는 편도 아니다. 읽을 시간도 없고 해서 잘 안 가지고 다녔었는데 이 책을 사고 난 뒤부터는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펼쳐본다.

-우리 나이로 스물 일곱인데, 사랑에 빠져 본 적이 있나
=농협에 입단하기 전에 남자친구가 있었다. 길게 만나지는 못했지만 나한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헤어진 후부터는 이를 악물고 집중하게 되어 멘탈이 강해진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내가 많이 좋아 했던 것 같다.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난 뒤부터 내가 많이 독해진 것 같다(웃음). 이런 얘기는 진짜 처음 하는 것 같다.

-최근 성적으로 보면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몸 상태는
=작년 보다 몸 상태가 더 좋은 것 같다. 원래 근육부상이 잦았다. 몸보신을 했는데 올해 들어 쥐도 잘 안 나고 부상도 없다. 내가 힘을 빼고 좀 편하게 공을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현재 몸 상태는 최고다.

-현재 가장 가지고 싶은 기술은
=.’한방’ 이다. 진짜 한 방이다. 그게 서브이든 리턴이든 강력한 ‘한 방’을 갖고 싶다. 내가 많이 뛰어다니는 스타일이라 필요할 때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한 걸 절실히 느낀다. 한방이 진짜 중요한데….! 가끔씩 시도는 하지만, 시합이 시합인지라 망설여지는 경우가 많다. 시합 때 그런 확신이 잘 안 들어서 과감하게 시도를 못한다. 어렸을 때 외국 애들은 맘껏 때리는데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적 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공격적인 선수를 찾기 힘든 이유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테니스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들 중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 수학여행도 한 번 못 가봤다. 운동회나 체육대회 등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것들 모두가 아쉽다. 중.고등학교 때 수업도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성인이 되어서는 클럽도 한 번 못 가봤고, 혼자 여행도 한 번 못 해봤다. 하지만 후회는 없고, 그 시절로 다시 가도 테니스를 할 것이다. 요즘 고3 동생이 공부하는 걸 보면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나는 공부는 못할 것 같다. 운동을 선택한 것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테니스의 프로화에 대해서 선수로서의 입장은
=한국테니스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선 선수도 별로 없고, 후원해 줄 기업도 별로 없고, 아직은 현실적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 같다.

-프로무대를 꿈꾸는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나이에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겠나, 나도 그랬다. 하지만 운동과 그런 것들 둘 다 하기는 힘들다.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목표의식을 좀 더 분명하게 가지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그러질 못해서 후배들은 그랬으면 좋겠다.

-이예라 선수의 강점으로 파워와 코트 커버리지(coverage)를 흔히 꼽는다. 비결은
=내가 파워풀한가? 선천적으로 힘이 좋은 것 같다. 힘은 어느 정도 타고 나야 하는 것 같은데 그걸 물려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튼튼한 하체도 주셨고, 그리고 사람들이 보는 눈도 좀 빠르다고 얘기들 하신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

   
 

-상대 해 본 국내 선수들 중 가장 까다로운 선수가 있다면
=이진아 선수와 김소정 선수가 내 스타일과는 좀 달라서 좀 힘들다. 둘 다 공이 네트를 타고 낮게 들어와서…내가 낮게 깔리는 공을 좀 싫어한다.

-결혼 할 생각은
=아직은 먼 얘기지만 반 반이다. 어른들 말씀으로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하는데. 나는 내가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한다면 상대는
=전혀 생각 해 보지는 않았다. 일단 나랑 공유하는 것이 많은, 코드가 좀 맞았으면 좋겠고, 그 다음에는 단도직입적으로 능력도 좀 있었으면 좋겠다.

-여가나 휴가 때는 어떻게 보내나
=휴가는 주로 계속되는 시합 후에 주어지기 때문에 어디 놀러 가거나 할 겨를이 없고 일단 쉬어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편안하게. 그동안 못 잤던 잠도 실컷 자고, 잘 먹고. 그런 다음 시간이 좀 생기면 쇼핑도 하고, 맛 집 같은 데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한다. 영화는 잘 안 본다.

-현재 연봉은
=우리는 일반 농협은행 직원과 똑 같이 시작해서 이제 3년 차이기 때문에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서 열심히 해서 상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 동안 선수생활 하면서 돈은 좀 모았나
=열심히 모으고 있는 중이다.

-모아서 어디다 쓸 건가
=은퇴하고 잘 사는데 쓸거다.

-은퇴 후 지도자로 나설 생각은 없나
=현재 팀에서 코치를 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 그게 안 된다면 농협은행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다면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싶은가?
=실업팀 선수를 지도한다면 기술적으로는 어느 정도 갖추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이 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성적에 급급해서 강하게 푸시(push)하는 것 보다는 선수를 편하게 해 주면 거기서 성적은 나온다고 생각한다.

-외국선수들과 우리 선수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이나 유럽선수들은 일단 신체조건과 파워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나보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으면 일단 살짝 위축된다. 키 큰 선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웃음).

-외국의 유명선수들은 재단(foundation)을 통해서 기금을 모아 사회적 기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그런 것이 드물다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기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재단을 운영하려면 수퍼스타급 선수가 되어야 할 수 있지 않나? 나랑은 좀 거리가 먼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크지는 않지만, 실업선수들이 모여 매 월 조금씩 회비를 걷어 어린 선수들을 돕고 있고, 개인적으로 나중에 여건이 되면 경제적으로 또는 재능기부를 통해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싶다.

-우리 여자선수들이 100위안에 들려면
=나도 안 들어가봐서 잘 모르겠다(웃음). 우선 선수 자신의 성취의식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목표를 세우고 반드시 이루고 말겠다는 그런 의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그 다음에 후원 등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 여건이 중요하다.


글 이진국 기자 사진 최재혁 기자

이예라
1987년 9월 14일생
ITF서키트 단식우승 8번
통산상금 118,457달러(1억3천만원)
전적 213승133패
현재랭킹 447위
최고랭킹 178위
그랜드슬램출전(2008년 호주오픈Q, 윔블던Q,US오픈Q/2009년 호주오픈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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