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카타르오픈 우승 당시 나달.

사우디아라비아 테니스 연맹의 글로벌 대사로 임명된 스페인 테니스 슈퍼스타 라파엘 나달이  중동에서 열리는 카타르오픈 대회 참가 신청을 접었다. 

라파엘 나달이 호주오픈 직전에 기권한 뒤 19일부터 도하에서 열리는 카타르 오픈에도 출전하지 못한다고 정중하게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달은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토너먼트 팀과 놀라운 카타르 팬들이 항상 나를 크게 지원해 주는 도하에서 뛰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도하에서 2014년 잊지 못할 우승 이후 다시 뛸 수 없게 되었다"며 ".나는 라스베거스 이벤트 매치와 인디언 웰스 토너먼트를 준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1위이자 22회 그랜드 슬램 우승자인 37살 나달은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3월 인디언 웰스에 앞서 카를로스 알카라스와의 러스베가스 시범경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달의 복귀가 늦어지면서 닉 키리오스는 "현실적으로 올해가 확실히 그의 투어 마지막 해라고 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ATP 250 시리즈인 카타르오픈에 나달은 2005년부터 부상이 없는 해엔 꾸준히 출전했다.  

엑슨모빌이 타이틀 스폰서인 카타르오픈에 페더러가 출전하고 나달이 초청받기도 했다.

카타르오픈은 남자프로테니스(ATP) 정규 투어대회 중 가장 등급이 낮은 250 시리즈다. ATP 월드투어 마스터스 1000과 달리 상위랭킹 선수 참가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랭킹포인트도 마스터스 1000의 4분 1 수준이다.

전 세계 스포츠스타 중 최고 몸값을 자랑하는 페더러나 나달이 참가했다는 것 자체로 화제가 되었다. 주최측의 위상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50 시리즈는 총상금액 41만~102만 달러인 39개 대회인데, 카타르오픈은 올해 총상금액 105만 달러로 500 시리즈 격상 요건을 갖췄다. 슈퍼스타들을 250대회에 모시는데 다년 계약이 있었다.

카타르오픈은 출범 당시부터 ATP 월드투어의 첫 대회로 자리잡았다. 카타르오픈 개최권자는 도하에 본부를 둔 국영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카타르스포츠투자사(Qatar Sports Investments, QSI)의 막강한 지원을 바탕으로 당시 세계랭킹 1, 2위였던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를 초청해 도하만 함정 위 코트에서 개막전을 치렀다. 이후에도 시장, 야외공연장 등지의 특설 코트에서 개막전을 여는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

QSI는 카타르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카타르투자청(QIA) 산하 기업이다. 2004년 설립 이후 막대한 오일달러를 배경으로 글로벌 스포츠시장에서 큰손 투자자로 군림하고 있다.

QSI는 2011년 프랑스 리그1의 최고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 FC를 600억 달러(약 68조 2000억 원)에 인수해 세계 스포츠계를 놀라게 했다. 

QSI는 카타르 국왕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40)의 절친인 나세르 알 켈라이피(47·Nasser Al-Khelaifi)가 대표로 있다. 알 켈라이피는 카타르 테니스 국가대표로 데이비스컵에 출전한 바 있는 선수 출신이다. ATP 투어대회에 2번 출전해 모두 1회전에서 패했고, 단식 통산 12승 33패를 기록했다. 생애 최고랭킹은 995위였다.

세계 테니스 판도는 유럽과 미국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다. 개최 대회와 랭킹, 경기력과 대중적 인기, 시장규모와 영향력에서 유럽·북미·대양주가 압도적이다. 그런 가운데 중동이 자본력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은 유럽에 가까운 입지와 따뜻한 기후가 장점이다. 12월말 UAE의 무바달라 월드 챔피언십, 카타르오픈을 열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카타르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채굴을 대체할 차세대 산업으로 금융·문화·미디어·스포츠 등 소프트파워 키우기에 골몰해왔다.

알 켈라이피는 현재 QSI 회장, 생제르맹 FC 구단주인 동시에 비인(beIN) 미디어그룹 회장, 카타르테니스협회장, 아시아테니스연맹(ATF) 부회장을 맡고 있는 스포츠계 거물이다. 비인 미디어그룹 또한 중동 스포츠 제국의 한 축을 떠받치는 스포츠 홍보기획사다. 항상 스포츠 현장에 있다는 영어표현을 브랜드로 만든 비인은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Aljazeera)에서 분사한 회사다.

알자지라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콘텐츠 부문이 독립한 비인도 초고속 성장의 길을 달려왔다. 현재 국제테니스연맹(ITF)와 협약을 맺고 데이비스컵과 페드컵 광고 및 중계권, 홍보 이벤트 등 미디어 업무를 총괄 대행하고 있다.

비인의 주력 사업은 ‘돈 되는’ 분야인 스포츠와 영화, 엔터테인먼트다. 많은 스포츠 마케팅사들이 스타 플레이어를 띄우는 ‘스타 마케팅’에 집중하는 사이 비인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와 그 주최조직을 파고들어 스포츠시장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카타르는 육상·탁구·싸이클 등 각종 국제 대회 유치에 공을 들여왔다.  2022년 11월21일~12월18일로 예정된 FIFA 월드컵을 개최했고 이번에 아시안컵을 개최해 우승했다.

19일부터 열리는 카타르오픈에 나달이 빠졌지만 지난해 우승자인 다닐 메드베데프가 출전하고 루블레프가 우승에 도전한다.   축구에 이어 테니스로 영역을 넓히는 카타르의 스포츠산업 영토가 어디까지 확장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