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스트가 메모를 읽고 있다

22일 호주오픈 멜버른파트 7번코트. 한국의 주니어 1위 김장준과 호주의 타이 호스트의 주니어 2회전이 열렸다.

결과는 침착하게 경기를 한 김장준이 2대0으로 이겨 16강에 진출했다. 

경기중 눈에 띈 것은 두가지. 김장준의 힘빼고 치는 스트로크와 상대 선수의 벤치에서의 행동이었다.

3,5,7,9 게임 사이, 엔드체인지때 선수에게 주어진 시간은 60초. 선수들은 격한 랠리를 하고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타이 호스트는 60초를 최대한 사용했다.  자리에 앉아 선수용 수건으로 무릎을 덮고 조코비치가 마시는 피엠 쥬스를 먹고 물한모금 마신다. 그리고 가방에서 종이를 꺼내 주문 외듯 입을 움직이며 읽는다. 아마도 경기중 마음을 다스리거나 경기력 향상에 도움되는 문구가 적혔으리라 (우리나라 선수도 이를 실천하는 선수가 있다).

60초 언저리에 체어 엄파이어가 '타임'이라고 하면 호스트는 그제서야 일어나 라켓 챙겨 코트에 들어간다. 타이 호스트는 호주협회의 추천으로 본선에 들어와 1회전을 이기고 2회전을 했다.

호스트는 이것을 어디서 배웠을까. 아마도 미국 플로리다 아카데미일 것이다. 

16살 호스트는 호주오픈에 처음 출전해 1회전에서 볼리비아의 디에고 에두아르도 무노스 나비아를 6-3 6-3으로 이겼다. 

김장준과의 1세트 타이브레이크 4대2 엔드체인지때 호스트는 모르고 벤치에 앉아 체어 엄파이어로 부터 일어서서 물을 마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초보다.

호스트는 미국에서 태어나 현재 플로리다에 살고 있지만 어머니가 태어나고 자란 호주를 대표한다. 세계 주니어 랭킹은 188위.

경기 초반 강력한 스트로크로 김장준의 게임을 브레이크해 잠시 앞서 갔으나 경기 운영 능력에서 상대 보다 나은 김장준이 경기를 잘 풀어갔다.  그럼에도 호스트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엔드체인지 휴식시간 60초를 최대한 누리며 프로 선수 시늉을 했다. 코트에서의 짧은 시간 60초 동안 한 행동들이 누적되어 프로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미국 IMG아카데미에선 코트에서의 걸음 걸이, 벤치에 앉았을때의 행동, 인터뷰때 꼭 해야 하는 감사의 인사 등등을 주니어들에게 가르친다.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을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선수는 하늘에서 떨어지기도 하지만 좋은 습관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신봉하고들 있다. 

테니스는 코트에서 임기응변도 필요하지만 일정한 루틴이고 좋은 습관적인 자세로 볼을 치면 되는 운동이다. 오른손잡이의 경우 포핸드때 머리가 가운데나 왼쪽으로 가면 프로 선수가 되는 것처럼 유럽 선수들의 일정한 습관이 있다. 습관이 제일 무섭다. 

Bad Habits are Hard to Brack'.

'Old Habits are Die Hard'.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우리말 속담의 영어식 표현이다.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주니어때 익힌 습관이 프로선수로 가게 될 지 지켜 볼 재미가 생겼다. 

호스트는 엔드체인지때마다 60초를 최대한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