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격주 토요일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수도공고테니스장에서 하던 주니어테니스 주말리그는 세명으로 출발하다 어느덧 20명이 나오는 대회로 불어났다.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학생이 참가하다 일반학교에서 취미로 테니스하는 학생들이 부모와 코트에 나타났다.
코트는 1면. 주어진 시간은 4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5분전에도 코트에 들어갈 수 없고 오후 1시 59분이 되면 어김없이 모든 짐을 들고 나와야 하는 상황.
며칠 고민을 했다.
우선 10세부 8명만 경기를 하기로 하고 나머지 14세부와 레드볼,12세부는 다음주로 넘겼다.
10세부 8명을 2개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하고 각조 같은 등수끼리 최종 순위 결정전을 생각했다.
예선만 12경기, 순위결정전 포함하면 16경기. 한경기 20분씩만 해도 12경기 소화가 간신히 됐다.
한경기 20분에 끝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부모님을 4명씩 볼퍼슨으로 임무를 부여했다. 자신의 자녀 경기를 가까이서 보고 경기 촉진을 위해 볼을 부지런히 서버에게 주는 역할을 하게 했다.
A조와 B조 경기를 번갈아 했다.
8일 9시반에 모두 모여 15분간 대운동장 러닝을 부모님과 함께하게 했다. 수도공고 곽프로님의 봉사로 박스볼로 스트로크 임팩트를 찾게 했다. 15분간 스트로크를 한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예정된 S 코트에 들어와 워밍업없이 바로 토스하고 경기했다.
선수들은 평소보다 볼이 바로 바로 손에 쥐어지자 숨쉴틈이 없어 버거워했다.
엔드체인지때 30초간 의자에 앉아 휴식을 강제로 취하게 했다.
물도 마시고 명상에 잠기기도 하고 옷 매무새도 고치는 등 선수들이 스스로 지혜를 발휘했다.
나플 거리는 점퍼를 입은 박하유는 경기하다 점퍼가 불편한 지 엔드체인지때 점퍼 지퍼를 올리는 자구책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웃으면서 코트에 들어와 코트에서 경기가 잘 안되고 일방적으로 밀리자 우는 학생도 나왔다. 자신이 답답했던 것이다.
송도 미송초 신금강은 제대로된 서브로 상대를 압도해 인상적인 플레이를 했다.
경기시간 단축이 가장 급한 진행자입장에서 앞서가는 선수의 과감한 플레이가 실점으로 이어지자 속이 초조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급할 것이 없었다. 자신의 플레이에 최선을 다했고 찬스가 나오면 과감하게 공격을 했다. 그것이 아웃이 되더라도 쿨했다.
그저 라켓만 대고 넘기는 볼은 없었다.
부모님들의 볼퍼슨 활약은 대단했다. 한경기 30분이 넘도록 볼을 주워 날랐다. 특히 10세부 B조는 랠리보다 볼 줍는 시간이 많아 선수들보다 볼퍼슨 부모님들이 더 뛰었다. 특히 바지 주머니에 볼이 잘 안들어가는 어린 친구에게 볼을 주머니에 넣어 주는 일도 부모님 볼퍼슨이 했다.
학동초 최정우의 경우 8살로 레드볼보다 그린볼 정식 코트에서 하기를 원해 출전했다. 처음에 서브가 안들어가 더블 폴트로 게임을 내주다가 어느새 경기를 거듭할수록 서브도 되고 상대 볼 리턴을 해 두 번째 경기에서 무려 10점이상을 획득했다.
주니어 대회를 진행하다보면 선수들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력이 느는 것을 여러번 확인했는데 최정우가 그런 경우다. 할아버지는 볼 수시로 전해주고 할머니는 핸드폰에 손자의 움직임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최정우는 쨍쨍한 햇빛 가리개용으로 선글라스를 준비했다.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보니 서브 임팩트가 정확하고 포핸드를 앞에서 맞히고 팔로 스윙 라켓이 등뒤까지 자연스레 가는 장면이 여럿 나왔다. 어린이들의 몸이 유연해 지도자들이 조금만 가르쳐주면 그것을 고대로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주말리그 몇차례 나와 매번 좋은 경기를 보이며 우승한 소사벌초 황지후는 운동시간만 더 늘어나면 초등연맹대회에 나갈 수 있고 현재 미국 IMG아카데미에 가서 훈련중인 노호영을 연상시켰다. 노호영도 주말리그 나오고 하면서 국가를 대표하는 주니어로 성장했다.
12경기중 9경기를 소화했다. 남은 경기는 운동장 남은 공간에서 미니 네트를 설치하고 물병으로 물 뿌려 금만들어 7점 타이브레이크 3세트로 승패를 결정했다. 선수들이 아쉬워했지만 힘 조절해야 하는 경기로 선수들이 쉽게 적응해 경기를 했다. 부모들은 다른날 잔여경기보다 당일 마치기를 원했다.
경기를 제대로 충분히 할 수 있게 해야 함에도 현실적 여건이 그렇지 못했다. 서울에서 주말에 주니어들에게 코트를 제공할 곳이 넉넉하지 않은 편이다.
주말리그는 나무에 물을 주듯 하는 것이다. 하다보면 어느새 대회 참가선수들이 커 있다. 테니스에 재미를 붙이고 상장 받는 맛에 대회에 출전한다. 비슷한 실력의 선수들끼리 정식 경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일단 참가자들 실력이 확인 안된 채 모이면 레벨 테스트를 해 현장에서 그룹을 나눠 경기를 하곤한다. 레드볼, 미니 네트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전국에 테니스배우는 어린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대회는 부족하고 코트도 없다.
이들을 하나둘씩 코트로 내어 경기를 하게 하고 대회에 참가하게 하는 것이 주말리그의 취지다.
올해는 천안에서 성인들 NTRP대회를 하는 코트 두면을 할애해 어린이들이 마음껏 경기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은 4월 15일 천안 종합운동장이다. 테니스를 시간 구애받지 않고 정식으로 하고 싶어하는 어린이들은 모두 나오면 된다. 10세부 12세부 14세부. 12세부와 14세부는 3세트 정식 경기를 하고 10세부는 한세트 6게임을 한다. 두명이 나와도 진행이 되고 4명이 나오면 최소 3게임 풀리그를 하게 된다.
4월 29일과 30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는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2번 코트에서 레드볼 대회를 한다. 다양한 어린이들이 라켓을 들고 여기저기서 테니스를 하는 날은 여럿 마련되어 있다.
이번 대회를 하면서 감사한분들을 꼽으라면 부모님들이다.
아침일찍 충주, 천안,안성, 부천 등지에서 어린 선수들을 깨워 준비해 막히는 주말길 서둘러 이동하고 경기 30분전 도착해 전원이 약속을 지켰다. 코트 사용시간이 제한되어 부모님들에게 볼퍼슨 역할을 해달라 요청하니 자원해서 부모님들이 코트에 들어와 양 베이스라인 두명씩, 네트에 두명씩 서서 서버에게 볼을 전달했다. 그동안 스스로 볼 주워가며 경기하던 호흡에서 부모님 볼퍼슨이 즉각 즉각 주는 볼을 받아 경기하느라 선수들 호흡이 가빴다. 가뜩이나 서브에 신경쓰이고 상대 볼 리턴 포지션 잡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는데 볼까지 금방금방 왔다. 바지 주머니에 볼이 잘 안들어가면 볼퍼슨이 볼을 집어넣어주기까지 했다. 서로 자동 교대도 했다.
40분걸릴 게임이 20분으로 줄었고 20분 걸릴 게임이 10분으로 줄어 4시간동안 10세부 9경기를 소화했다. 기적같은 일이다. 볼퍼슨이 있고 없고는 경기시간에 큰 차이가 있다. 잔여경기는 학교 공터에서 해서 마쳤다.
시상품은 1등에게만 주어지는데 의사 선생님이 출판사를 하는 소우주 출판사 제공 테니스 백과사전과 삼육대 임지헌 교수가 집필한 테니스 토탈 솔루션 책이 각조 1등에게 주어졌다. 10살이 이 책을 어찌 소화할까 생각이 되지만 이들의 머리는 소우주다. 한번 보면 모든 것을 눈으로 스캔해 머리에 담는 능력들이 있다.
서울주니어주말리그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카톡 대표사진(물론 부모님 폰이지만)에 이 선수들의 플레이 사진이 등장한다. 앞으로 한국 사회, 더 나아가 세계의 리더를 키워내려는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라켓을 쥐어주고 대회에 출전시키고 있다.
룰도 잘 모르고 서브를 어느 자리에서 넣어야 하는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를 모른다. 하지만 1,3,5,7,9 엔트체인지를 가르치고 휴식시간을 주고 스코어를 크게 불러 주고 게임 전후에 악수를 하게 한다. 또래에서 이 복잡한 테니스를 아는 선수들이 얼마나 알까.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앞서가는 주니어들이다.
사진과 영상을 정리해 전했다. 반응들은 다음과 같다.
"와 영상까지!! 하유랑 건호랑 경기가 40분정도로 길었네요 ^^; 항상 좋은 대회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와! 사진 뿐만 아니라 개인 영상까지 너무 감사합니다. 영상 보면서 부족한 부분 같이 이야기 해보고 다음 대회에서는 조금 더 연습 하고 나가야겠네요. ^^ 어린 친구들이 테니스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대회를 자주 열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어머나!! 사진 정말 예술이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칭찬까지 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