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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달은 8억원짜리 손목시계 차고 경기한다고?‘비현실적’ 초고가 스위스 럭서리 시계, 리차드밀
오룡 오늘의 코멘터리 편집주간, 사진 황서진 기자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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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18  01: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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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상식에서 나달이 트로피위에 리차들 밀 시계를 드러내고 있다

테니스와 시계는 케미가 잘 맞는 짝이다. 테니스의 고품격 신사 이미지가 정밀·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고급 기호품인 시계와 잘 어울린다. 테니스 경기 관람·시청자는 럭서리 시계 구매 의사와 능력을 갖춘 고소득층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그래서 로저 페더러를 후원하는 롤렉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명품 시계 브랜드가 톱 플레이어들을 후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현 선수도 태그호이어 홍보대사다. 톱스타들이 시계 브랜드 프로모션 행사에 모습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다. 오메가, 롤렉스, 티소, 론진, 시티즌 등은 주요 대회 공식 타임키퍼로도 팬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경기 때 손목시계를 차라고 한다면? 누구든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마라톤이라면 모를까 테니스에선 ‘노 땡큐!’다. 손목 스냅이 중요하고 예민하기 때문이다. 주로 쓰는 맞은편 팔에 차더라도 거추장스러울 뿐 경기력에 도움될 리 없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페더러, 조코비치와 함께 관록의 ‘빅3’인 라파엘 나달(34·스페인)이 시계를 차고 경기에 나선 것. 나달은 지난해 프랑스오픈 때도 시계를 착용했다. 경기 중엔 손목밴드 같이 보이기도 했지만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 그의 오른쪽 손목(나달은 왼손 플레이어)에 찬 시계를 전 세계 팬들이 똑똑히 지켜봤다.
 
바로 어마어마한 고가로 유명한 리차드밀(Richard Mille) 시계였다. 최신형 RM27-03로 72만5000 달러(약 8억6000만원) 가격표가 붙어있는 초고가 모델이다. 나달이 리차드밀의 후원을 받고 이 시계를 차게 된 데는 기막힌 역발상 브랜드 전략이 숨어 있다.
 
치열한 승부에 나서는 운동선수는 자신만의 루틴, 즉 집착과도 같은 습벽, 금기 같은 것이 있다. 마이클 조던이 경기 전 꼭 중계석 앞에서 초크로 손을 턴다든지, 야구선수가 타석에 들어서 배트를 특정 방향으로 몇 번 돌린다든지 하는 걸 말한다.
 
나달은 그런 루틴이 강박적일 정도로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서브를 넣기 전 땅을 고르고 라켓으로 발을 털고 바지 엉덩이를 빼고 어깨를 한번, 귀와 코를 번갈아 만지다가 공을 3번 땅에 튀긴다. 코트를 드나들 때 절대 라인을 밟지 않으며, 자신이 앉는 벤치 앞에 에비앙 생수병 2개를 하나는 코트 정면으로, 하나는 대각선으로 놓는다.
 
나달은 그렇게 하는 것이 집중력을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예민하고 몸과 마음을 극도로 집중한다는 얘기다. 이런 나달에게, 아무리 엄청난 액수의 후원금이 걸렸다지만 코트에서 손목시계를 차달라고 하는 게 가능할까. 리차드밀은 바로 이 지점을 노렸다.
 
A4용지 1/4장보다 가벼운 18g
 
단순히 ‘세계 최고 테니스 스타’ 이미지에 얹힌 것이 아니라 나달처럼 예민한 선수조차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볍고 편안하며, 격렬한 움직임을 견딜 만큼 견고한 시계라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리차드밀은 고사하는 나달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나달도 이들의 열정과 기술, 비전에 공감해 훈련 때 시제품을 차기 시작했다.
 
처음 시제품 7개를 테스트했는데, 모두 서브 때 팔에 가해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해 망가졌다고 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나달로부터 ‘오케이’를 받은 획기적인 제품이 RM027였다. 우주선 신소재와 첨단공법으로 만든 이 시계는 시계줄 포함 무게가 52g으로 보통 A4용지 1장보다도 가볍다.
 
   
▲ 라파엘 나달이 2019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순간. 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다
 
나달은 2010년 프랑스오픈 때부터 이 시계를 차기 시작했고, 그 해 윔블던과 US오픈을 잇따라 우승했다. 이후 리차드밀은 나달에게 ‘행운의 마법’으로 여겨졌다. 요즘 나달이 차는 RM27-03는 무게가 A4용지 4분의 1인 18.83g으로 세계 최경량 시계다. 그야말로 찼는지 안 찼는지 모를 정도의 가벼움이다.
 
   
▲ 6억원 이상 가격의 리차드 밀 시계

그런데 가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장 싼 기본형 RM005가 8만 달러(약 9500만 원), 상위 모델은 50만~80만 달러(약 5억9000만~9억5000만 원)을 호가한다. “리차드밀 시계 차고 다니면 세무조사 받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보통사람에겐 ‘비현실적인’ 가격이다.

리차드밀 시계는 흔히 ‘손목 위의 F1 레이싱카’로 불린다. 가격은 물론 경주용 차를 만들 정도의 첨단기술이 총동원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투명 케이스 안 시계를 들여다 보면 자동차 보닛 속 엔진 같은 정교함이 담겨 있다. 독특한 디자인의 프레임과 무브먼트, 각 부품은 탄소섬유, 알루미늄·리튬 합금 등 최첨단 신소재가 적용됐다.
 
   
▲ 창업자 리차드 밀

이처럼 과감한 프로젝트를 이뤄낸 장본인은 프랑스 태생의 리차드 밀(69)이다. 그는 시계회사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다 50세 되던 2001년 스위스 레 브휠류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의 태생과 프랑스어권 본사 소재지를 고려하면 ‘리샤르 밀’이라 표기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 알려지면서 미국식 발음인 ‘리차드밀’로 굳어졌다. 

신생 브랜드인 리차드밀은 파텍필립, 오메가, 롤렉스 등 오랜 전통의 스위스 명품 시계 계보에 들어가기 위해 기술혁신과 함께 공격적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특히 유연성·역동성·정밀성이 강조되는 스포츠에 승부를 걸었다.
 
나달에 이어 육상 금메달리스트 요한 블레이크와 웨이드 반 니커크, 왼손의 장타자 골퍼 버바 왓슨, F1의 페라이 드라이버와 펠리페 마사, 폴로의 파블로 맥도너우 등을 파트너로 잡았다. 미식축구 슈퍼스타 오델 베컴 주니어는 지난해부터 개인 소장 리차드밀을 차고 경기에 나서 주가를 높여주기도 했다.
 
톱스타들 손목에 자리 잡은 리차드밀은 정밀공학과 스포츠가 추구하는 공통 지향을 보여주는 듯하다. 0.01g, 0.01mm를 줄이는 시계공학의 치열한 노력과 0.1초, 0.1㎝를 뛰어넘어 승리를 쟁취하는 스포츠 세계가 통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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