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호주오픈(Australian Open)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1위/23세)가 리 나(중국/6위/30세)를 2:1(46 64 63)로 누르고 2012년에 이어 연속으로 우승했다.
세계랭킹 1위와 6위 간의 싸움이라 기량 면에서 그리 큰 차이는 나지 않는 경기였다.
비카의 첫 서브 성공률(78%)이 리나(65%)보다 훨씬 더 높았다는 것이 눈에 띄지만, 승부는 멘탈(mental)에서 엇갈렸다. 비카의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75%)이 리나(39%)를 압도한 반면, 리나의 자책(unforced errors)은 57개로 비카(28)의 배가 넘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랜드슬램(Grand Slam) 우승은 실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운이 따라줘야 한다. 지난 US 오픈에서 앤디 머레이가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페더러, 조코비치, 나달 3인방의 철옹성 같은 황금시대(Golden Era)가 나달의 부상으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틈을 머레이가 비집고 들어왔고, 급기야 생애 최초의 그랜드슬램 우승의 한을 풀었다.

비카는 미국의 19세 소녀 슬론 스티븐스에게 밥이라도 사야 한다. 이 당찬 19세 소녀가 준결승 전에서 자신의 우상이자 비카의 천적인 세레나 윌리암스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최근 5년 동안 1승 11패라는 전적이 말해주듯 비카는 세레나만 만나면 맥도 못 추고 무너졌다.
이번에는 비카가 ‘세레나 울렁증’을 극복하고 진정한 여제로 거듭날 것을 기대했지만, 19세 소녀의 반란으로 그 기회가 앞으로 넉 달 후 프랑스 오픈으로 미루어지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