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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테니스 굴기’ 앞장선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화파부동산-스포츠 개발 합작 시너지 ‘성공공식’
글 오룡 오늘의 코멘터리 편집주간 사진 황서진 기자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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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27  17: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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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파국제테니스장 센터코트

12월3~8일 중국 주하이(珠海)에서 중요한 국제 테니스대회가 하나 열렸다. 남녀 프로투어 파이널스와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페드컵까지 올 시즌이 모두 마무리됐는데 무슨 대회냐 싶지만, 다름 아닌 내년 시즌을 위한 무대였다.

2020 호주오픈 아태지역 와일드카드 결정전(Australian Open Asia-Pacific Wildcard Play-off)이 그것. 새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1월20일~2월2일) 본선 출전선수를 뽑는 대회다. 호주호픈은 그랜드슬램 본선 진출이 부진한 아시아권 선수들에게 남녀 단·복식, 주니어 와일드카드를 부여해왔다.

 

   
▲ 여자시상식에 참석한 화파스포츠(왼쪽에서 두번째, 세번째)

한국선수들에겐 남자 복식조가 사상 최초로, 한나래(27·인천시청·182위)가 여자 단식에서 12년만에 그랜드슬램 본선 티켓을 따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특히 남녀 단식 준결승에 각각 2명, 남녀 복식 결승에 각각 1팀씩 오르는 선전을 펼쳐 한국테니스의 밝은 미래를 보여줬다.

이 대회는 중국테니스협회 주최지만 실질적 운영자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화파 스포츠다. 풀네임은 주하이화파체육운영관리유한공사, 모기업은 부동산개발이 주업인 국유기업 화파그룹이다. 화파스포츠는 경기장 안팎에 ‘ㅅㅇ’ 모양의 호주오픈 로고를 대대적으로 내걸어 마치 호주오픈이 중국에서 열린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호주오픈 로고는 주최기관인 테니스 오스트레일리아(TA)가 대회명을 브랜드화하면서 이니셜 ‘AO’를 단순화한 상징 비주얼이다. 심지어 호주오픈 메인 스폰서인 기아자동차 로고를 네트와 코트벽에 새기는 등 스폰서 노출까지 그대로 본떴다.

 

   
▲ 화파국제테니스장 전경

외양뿐 아니라 경기장 시설과 운영능력도 메이저 대회 못지 않았다. 실제로 대회에 참가한 선수, 스태프, 미디어 관계자 사이에선 “호주오픈을 치러도 손색없을 정도”라는 찬사가 나오곤 했다. 화파가 짓고 운영하는 헝킨국제테니스센터는 11만7000㎡ 대지에 5000석 규모 센터코트와 1500석 코트, 4개 정규 코트, 12개 연습 코트로 이뤄져 있다.

여자프로(WTA) 엘리트 트로피 대회에 맞춰 2015년 1단계가 완공됐고 앞으로 2배 가량 시설이 확충될 예정이다. 올해 창설된 주하이 챔피언십과 주하이오픈 등 주요 국제대회 무대로 명성을 더하고 있다. 테니스센터는 마카오와 인접한 주하이 남동쪽 신개발지에 자리잡고 있다.

마카오 경계와 불과 200m 떨어져 다리로 연결돼 있다. 화파측은 8~12월 테니스센터를 모든 주하이, 마카오, 홍콩 주민들에게 무료 개방한다. 주하이-마카오-홍콩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장인 55㎞ 해상대교 강주아오대교가 개통돼 관광·부동산·물류산업의 새 시대를 맞고 있다.

스폰서까지 호주오픈 분위기 연출

마카오의 배후지인 주하이가 국제 테니스 무대로 떠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국운을 가른 개혁개방이 광둥성 선전·주하이에서 시동을 걸었듯 ‘테니스 굴기(屈起)’ 또한 자연스럽게 이곳이 발원지가 됐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1990년대 초 남방 경제특구 순시, 이른바 ‘남순강화’를 통해 강력한 시장경제 추진의 밑불을 지폈다

선전·주하이는 이제 테니스 중흥을 통해 ‘중국의 꿈’ 실현에 기여하는 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세운 국가 비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끄는 정책구상은 스포츠 분야도 열외가 아니다. 서양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테니스를 스포츠 종목이자 산업으로 따라잡겠다는 게 ‘중국테니스의 꿈’이다.

테니스문화라는 소프트파워 창출이 궁극적으로 중국몽 구현과 통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인프라, 하드웨어 구축 같은 부동산개발이 기반이라는 점이다. 거대 부동산개발을 통해 경제발전을 확산시켜온 다분히 중국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스포츠산업은 특히 땅과 시설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장치산업이기에 부동산과 연관성이 높다. 부동산기업을 모태로 한 주하이의 화파와 선전의 홍진디(弘金地)가 남방의 양대산맥이다. 개발지구를 조성해 경기장을 짓고, 수준급 대회를 유치하고, 아카데미를 개설해 테니스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이들의 사업전략이다.

이렇게 테니스 붐이 조성되면 문화적 부가가치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자연히 배후 부지의 상업·주거용 부동산가치가 뛰는 시너지효과가 창출된다. 선전의 경우 홍진디가 막대한 투자로 여자 프로투어 왕중왕전인 WTA 파이널스 대회를 유치해 10월21~28일 첫 대회를 열었다. WTA 선전오픈, ATP 선전오픈 등 투어대회에도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투어대회는 스포츠 매니지먼트는 물론 관광, 미디어, 이벤트기획 등 관련 업종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화파는 ATP 월드투어 250 시리즈인 주하이 챔피언십을 유치해 9월23~29일 첫 대회를 열었다. 1980년 창업한 화파그룹은 부동산을 기반으로 금융·무역·전자·스포츠 등으로 확장했다.

헝킨지구에 우뚝 선 최첨단 고층빌딩이 개발동력을 상징한다. 화파스포츠는 2013년 화파그룹 계열사로 설립했다. 기업명 화파는 원래 ‘희끗희끗한 머리’ 또는 그런 머리의 ’노인’을 일컫는 일반명사다. 간체자 아닌 우리에게 익숙한 한자로는 화발(華髮), 즉 화사하게 빛나는 머리칼. 백발을 중국식으로 에둘러 표현한 일종의 완곡어법이라 할 수 있다.

남방에서 점화한 중국테니스 붐은 상하이 마스터스, 베이징오픈 등으로 북상해 전국에 확산됐다. 국가 발전전략, 정책구상과 기조를 같이 하기에 그 속도와 동력이 궤도에 올랐다. 개발 드라이브와 노하우에 자본력을 실은 중국테니스가 서구가 주도해온 세계테니스 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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