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미디어는 공생의 파트너다. 경기장 관중의 수천~수만 배 팬들이 미디어를 통해 스포츠를 소비한다. 정보통신기술 혁명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디어 중계권료는 스포츠시장 자체를 크게 확장시켰다.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인터넷, 모바일의 등장은 스포츠 상업화를 가속화했다. 그래서 스포츠 브랜드가치 조사에서도 미디어가 강세를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비즈니스·선수·대회·구단 등 4개 분야로 나눠 조사하는데, 비즈니스 부문에서 미디어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ESPN과 YES, 영국의 스카이스포츠 등 스포츠전문 방송채널이 그들이다. 요즘엔 메이저리그 야구만 다루는 인터넷매체 MLBAM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상업스포츠 제국 미국에 ESPN이 있다면 그 못지 않게 스포츠 열기가 뜨거운 유럽엔 유로스포츠(Eurosport)가 있다.

유로스포츠는 프랑스 파리 근교 이시레물리노에 본사를 둔 범유럽 스포츠전문 방송이다. 54개국에 20개 언어로 송출된다. 유럽을 기반으로 한 만큼 축구와 테니스, 스키 등 유럽의 인기 스포츠가 주력 종목이다.

6월9일 열전의 막을 내린 롤랑가로스에서도 활약했다. 정규 채널과 홈페이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주요 경기를 중계하며 다양한 해설을 제공했다. 테니스는 유로스포츠 전체 편성에서 축구 다음으로 높은 누적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오픈뿐 아니라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전부와 주요 투어 대회 중계권을 확보했다. 오는 7월1~14일 열리는 윔블던 주최측과도 3년간 TV와 디지털 독점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윔블던 전 경기를 라이브 중계를 70개국에 송출할 예정이다.

유로스포츠는 올해 개국 30주년을 맞았다. 1989년 2월 유럽방송연맹(EBU)이 직접 창립했다. ESPN보다 꼭 10년 늦은 출범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가 있는 EBU는 유럽 각국 방송국과 방송단체를 망라한 국제기구다. EBU는 공동 구매한 스포츠 중계권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자 스포츠 채널을 만들어 운영했다.

초기엔 단일 채널에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등 음성다중 위성방송이었다. 이후 국가별 방송사가 나타났고, 2005년엔 채널2가 개설됐다. 하지만 공영방송 체제는 치열한 시장경쟁 속에서 경쟁우위를 지키기 어려웠다. 1990년대 이후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료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경영사정이 점차 나빠졌다.

7월1~14일 윔블던도 독점중계

유로스포츠는 결국 프랑스 민영방송 TF1에 인수됐다가 2014년 디스커버리(Discovery, Inc.)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디스커버리는 자연·과학·역사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미국 케이블 네트워크방송사다. 디스커버리 채널, 애니멀 플래닛, 사이언스 채널 등 19개 채널을 운영 중이다.

디스커버리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경영역량과 채널 위상이 높아졌다. 올림픽 유럽지역 중계권을 따낸 것이 단적인 예다. 유로스포츠는 2015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18~2024년 동계·하계올림픽 독점중계 계약을 체결했다. 대회에 따라 유럽전역 또는 프랑스·영국을 대상으로 하며, 계약금이 13억 유로(약 1조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를 상징하는 10개 원형 별 모양에서 ‘E’자에 붙인 별 1개로 단순화한 현재의 로고로 바꾼 것도 이때다. 첫 올림픽 중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인기그룹 퀸의 ‘I Want It All’을 중계방송 주제가로 삼아 성공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렀다. 평창올림픽 주요경기 클립은 지금도 유로스포츠 홈페이지(www.eurosport.com)에서 볼 수 있다.

이후 ‘올림픽의 고향(Home of the Olympics)’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올림픽 중계채널 홍보에 나섰다. 2024년 파리올림픽을 염두에 둔 문구다. 유로스포츠는 올림픽 섹션을 따로 두고 평소에도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각국 스포츠 방송을 보면 그 지역의 인기종목 판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이 올림픽보다 브랜드가치가 높다는 미식축구 슈퍼볼, 메이저리그, 하키(NHL), 농구(NBA) 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면 유럽은 단연 축구가 핫한 종목이다.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등 주요 리그를 망라한다.

테니스와 동계스포츠가 그 뒤를 잇는다. 유럽은 다른 지역보다 스포츠 선호도가 다양하다. 당구 스누커, 사이클, 포뮬러E 등 모터스포츠, 크리켓, 경마, 스쿼시 등이 당당히 인기종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선 이른바 비인기 종목인 이들 콘텐츠가 유로스포츠를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동계스포츠가 파격 대접을 받는다.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시리즈 거의 전 종목을 커버한다. 스케이팅이나 썰매 종목은 물론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스노우보드, 알파인 스키 등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는 오픈 대회를 팬들에게 전하고 있다.

또 7월 3주간 프랑스 전역을 도는 도로 사이클대회 투르 드 프랑스를 비롯해 지로 디 이탈리아, 부엘타 아 에스파냐 등 3대 그랜드 투어 대회도 유로스포츠 아니면 보기 어려운 종목이다. 요즘엔 클럽 대항전 유로리그와 ULEB컵 대회 등 농구도 많이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