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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가로스에서 못다 쓴 이야기
글 사진 파리=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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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3  10:5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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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그렇게 힘든데 내게 말 못하고 울고 있던 게 생각나. 그대여 울지 말아요 슬퍼말아요"
     
 

2019 롤랑가로스 주니어와 프로 무대 본선에 국내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한 16살 유망주 박소현(CJ제일제당 후원)이 경기 뒤 펑펑 울었다.

내심 우승을 목표로 1,2회전을 가볍게 통과한 박소현은 3회전에서 임자를 만난 것이다. 상대는 캐나다의 레이라 아니 페르난데스. 대회 1번 시드이고 결국 상대에게 한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심지어 페르난데스는 3번 시드인 콜롬비아의 오소리오 세라노 실력자에게 6-0 6-0 으로 이겼다. 

페르난데스는 캐나다 국립테니스센터에서 성장한 선수다. 기록원과 코치들이 코트에 와서 세세히 기록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신체조건은 그리 크지 않다. 박소현에 비해 월등히 키가 크거나 체구가 좋지 않다. 하지만 다부지게 볼을 처리했다. 박소현과의 경기 모습을 보고 페르난데스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로 테니스 수준이 높았다.

경기 뒤 박소현은 "처음 만난 상대인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무슨 게임을 하고 나왔는 지 머리가 멍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리고 눈에서 나오는 물을 큰 수건으로 막느라 여념이 없었다.

박소현은 1회전 1세트를 제외하고 여유있게 상대를 몰았다. 6-1 6-2, 6-3 6-4 경기가 허다했다. 하지만 주니어 여자단식 3회전에서 만난 페르난데스에게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좋은 백핸드 크로스샷도 상대가 미리 가서 대기해 다운더 라인으로 처리할 정도였다.

경기 뒤 유럽투어링팀 소속 박소현을 지도하고 있는 브라질 출신의 ITF 코치 로베르타는 어깨를 두드리며 잘했다고 격려했다.  이겨내야 하고 다음에 잘 준비하자고 했다.  박소현은 경기하다 어려울 때 쳐다보면 엄마처럼 편하고 믿음직한 코치라고 말했다. 

같은 날 필립 샤트리에 센터코트에선 박소현 보다 한살 많은 17살 아만다 아니시모바가 지난해 챔피언 시모나 할렙을  꼼짝도 못하게 했다.  세계 1위를 하고 롤랑가로스 우승했건만 17살 주니어에게 농락을 당했다. 경기장 빠져나갈때 할렙의 표정은 대패한 아마조네스 여전사처럼 눈에서 불이 났다. 뿔났다.

테니스는 어려서 잘 배워야 하고 세계 무대에 통할 기술을 장착해야 한다는 것을 페르난데스와 아니시모바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이들 어린 떡잎들은 일찌감치 국립테니스센터에서 기본을 익히고 매니지먼트사의 관리 속에서 큰무대 커리어 패스를 하고 있다. 백스윙없고 간결하게 그리고 편하게 테니스를 했다. 박소현도 그랬으면 좋겠다. 

박소현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파리 롤랑가로스 8번 코트 앞 매점에서 박소현이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울었다. 이 눈물을 씻어줄 일이 우리의 숙제다. 선수가 뭘 잘 못했겠는가.  기술위원, 지도자, 협회 소속 코치가 그에게 무기를 쥐어주고 테니스란 이런 것이고 볼은 이렇게 다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지 못했을 뿐이다. 다 어른들 탓이다. 

롤랑가로스 주니어 15번 시드 박소현. 우리나라 테니스의 소중한 자산이다. 박소현은 단식 패배에도 불구하고 복식에서 매경기 역전승해 4강까지 갔다. 4강에서도 파트너의 결정적 미스테이크에도 불구하고 결승에 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3세트 매치타이브레이크 15대 17이 그것을 말해준다. 결국 박소현 팀에게 이긴 미국 선수들이 주니어 여자 복식에서 우승했다.

박소현은 우승자에게 졌으므로 최소한 준우승은 한 것이나 진배없다.  지금도 생전 가보지 못한 땅에서 라켓을 휘두르며 경기를 하는 박소현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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