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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파리의 운전기사
글 사진 파리=황서진 기자  |  nobegu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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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02  15: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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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인승 도요타 렌트카

5월 24일 저녁 7시. 인천에서 상하이를 거쳐 파리에 도착하는데 18시간이 걸렸다. 직항 13시간 보다 더 걸렸지만 상하이에서 잠시 쉬고 난 뒤 장거리 비행도 나쁘지 않았다.

파리에서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이 문제였다(참고로 투어단은 12명 가운데 9명이 24일 도착, 25일 2명 도착, 그리고 26일 일요일 2명 도착 등 세차례에 나눠 파리에 입국했다).   

9명이 택시 서너대를 잡아 타면 되지만 렌트카를 택했다. 짐도 싣고 사람도 다 탈 수 있을 정도의 승합차였다. 운전은 국장님이 맡기로 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그런데 승합차 기어가 오토가 아닌 매뉴얼(스틱)이었다. 국장님이 잘 하시겠지 했다. 뭐든지 용감하게 도전을 하니까. 스틱 몰아봤냐하니 개미소리로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스틱 운전 안해본 솜씨다. 

일단 차를 후진하는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클러치 밟고 스틱을 좌상으로 미는데 후진이 걸리지 않았다. 수십차례 반복해도 허사. 투어단 중 한 분이 “대우 르망식일거에요. 스틱에서 손가락으로 잡은 것을 위로 올려 기어 변속을 해보세요”했다. 그말을 들으니 후진은 성공.이제 공항을 빠져나갈 일만 남았다. 차량에 내비게이션이없어 스마트폰 구글맵을 켰다. 주소를 입력하니 거리와 도착 예정시간이 9시 50분으로 나왔다.

슬슬 차에 익숙해지면서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고가도로 언덕에서 시동이 꺼졌다. 뒤에서 따라오던 차들이 놀랬다. 차안에 있는 투어단도 숨을 죽이고 사태를 지켜봤다. 언덕에서 1단 출발은 운전면허시험장 마의 코스인데.

언덕에서 시동꺼진 스틱차

내가 하겠다고 나섰다. 스틱 운전 경력 20년이 넘어 자신감을 보였다. 바로 운전대를 잡은 나는 백미러 조정한 뒤 클러치 변환 적응을 해보고 언덕길을 출발했다. 유유히 언덕 고가를 넘으니 뒤에서 박수가 나왔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시내로 들어가는 자동차 전용도로에 진입했다. 밤 9시가 넘었는데도 날은 훤했다. 파리에서 운전을 하다니. 가는 길에 오른쪽에 에펠탑이 보이고 파리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논바닥의 묘처럼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었다. 올해로 세 번째 파리 롤랑가로스 취재가 시작된 듯 하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롤랑가로스 아래 동네인 볼로뉴 비앙쿠르 지역에 진입하고 첫 투어단 가족팀 숙소에 도착했다. 그 사이 국장님은 조수석에서 집주인과 수시로 What's app으로 문자를 주고받았다. 가족팀에게 집을 안내하고 집주인의 안내를 받고 파리에서의 10일 베이스캠프 1을 차렸다.

이어 500m 떨어진 베이스캠프 2를 찾아 나섰다. 밤 10시가 되니 어둑어둑해지고 길의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이 가르쳐준대로 아파트를 찾아갔다. 도로 양편에는 주차된 차로 가득했다. 빵집도 문닫고 까르푸시티도 문을 닫고 오로지 레스토랑만 휘황찬란한 불이 켜져 있었다. 예전에도 저녁 7시 이후엔 가게 문이 닫혀 뭘 살수가 없었다.

대단지 아파트에서 머물 투어단이 가방을 끌고 집을 찾아 나섰다. 주소에 호수까지 적혀있지 않고 건물에 몇동 몇호 라고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 그사이 집주인과 연락을 주고받은 결과 한 프랑스 아가씨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집안에 들어가 설명을 들은 뒤 가져온 식재료로 간단히 모자란 저녁식사를 했다.
집에 도착해 방 구조를 보고 어떻게 잠자리를 정할 것인지가 숙제로 등장했지만 서로 눈치껏 잠자리 배정이 끝났다.
요즘 추세는 1인 1실 추세라 여행에서 숙박비 비중이 크다. 아파트를 빌려 거실과 방에서 나눠 생활하면 호텔보다 이코노믹해 그 편을 택했다.

일단 도착 첫날 안착이 됐다. 문제는 주차였다. 차가 승합차라 도로에 주차하느라 동네를 빙빙 돌았다. 동네 지형지물을 익히게 되고 주차공간도 찾았다. 파리 주택가 도로의 인도와 차도 구분은 주차된 차로 하고 있다. 빈 공간을 찾아 겨우 비집고 들어갔다. 렌트카로 이동하는 선택이 결과적으로는 잘됐다.

   
 
   
▲ 회전해 나가는 입구가 좁다. 파리에 작은 차가 대세인 이유가 주차난, 운전난 때문

 

   
▲ 지하주차장에 테니스코트 벤치가 설치되어 품격이 있어 보인다

 

   
▲ 주차요금표. 한시간에 6천원 정도. 프랑스오픈 기간중에 하루종일 주차하면 25유로를 특별가로 낸다.  까르푸 물품 구매 영수증이 있으면 2시간 무료.

높이 1m 90의 까르푸 지하주차장 곡예 주행

경기가 없는 토요일에 시내 관광하는데 빌린 승합차를 이용했다.  파리 센강 주변을 돌고 불타 재건공사중인 노틀담 사원도 차로 근접해 사진 촬영 시간도 가졌다. 이어 루브르 뮤지엄 입구에 투어단을 내려주고 저녁에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테니스 구력 30년 이상 된 분, 외국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 꿸 정도로 박식한 분, 퇴근하면 오로지 테니스 프로그램만 켜놓고 채널 고정시키는 여성 마니아 등. 그랜드슬램 투어단의 참가자는 테니스에 관해 보통 사람들이 아니었다.
1인당 210만원 비용도 비용이지만 1년중 가장 바쁜 5월말에 한주간을 뺀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그랜드슬램 투어단 문의는 수백통 왔다고 한다. 정작 실천은 용감한 사람만이 하는 것 같았다. 루브르 뮤지엄에서 내려 각자의 길로 파리 학습을 위해 이동했다.

투어단 시내 관광 안내까지 마치고 롤랑가로스 미디어 카드를 발급 받으려고 이동했다. 15분여뒤 경기장 입구에 도착했지만 주차할 곳이 마땅찮았다. 어린이테니스행사를 하느라 가족단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근처 까르푸 매장의 주차장을 택했다.

진입하는데 주차장 입구에 1m85이상 높이의 차는 주차 불가라고 써 있었다. 살살 진입해보니 봉이 차 머리에 있는 안테나를 스쳤다. 이정도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천정에서 비상구표시물이 내려온 곳은 영낙없이 차 천정이 닿았다. 그 표시물을 피해 에스자 주행을 하면서 주차공간을 찾았다. 지하 2층 멤버십 전용 주차 코너에 진입하다가 거부당했다. 직원 한 분이 뭐라뭐라 하는데 대충 감을 잡아보니 “회원전용 주차코너”라며“ 카드를 터치해야만 가능하다”고 나름 풀이했다. 지하 3층은 만원. 지하 4층까지 내려갔다. 땅굴에 몸을 숙여 이동하듯이 차가 천정에 닿을까봐 조심조심 차를 옮겼다. 도저히 자리가 없어 출구를 찾으니 회전 반경이 좁아 차 양 옆을 다 긁게 생겼다. 오도가도 못하게 생겼다. 어린이테니스교실에 온 부모들이 주차공간이 없어 이중 주차들을 하기에 신속히 따라서 했다.

롤랑가로스 미디어 센터에서 AD카드를 발급받고 수잔랑글렌코트 지하에 있는 사진기자실로 갔다.  3년째 똑같은 자리에 짐을 풀었다. 다들 제자리였고 변한 것은 캐비넷과 책상사용 보증금이 20유로에서 40유로로 올랐고 경기장의 리모델링이었다. 시멘트와 유리, 베이지색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중에 4년만에 롤랑가로스를 찾은 페더러도 유리와 베이지색 의자가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사람은 다 느끼는게 비슷한 것 같다.

일을 본격적인 롤랑가로스 취재 준비작업을 마치고 기자실을 나왔다.  이제 수년간 파리오면 묵었던 중국친구 토마스네로 가기위해 주차장으로 다시 왔다. 그런데 주차장 회전 구역이 좁아 후진과 전진을 수십번 한 끝에 성공했다. 나로 인해 원활하게 주차장을 빠져 나가지 못한 수십대의 차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싶다.
내가 주차장 빠져 나올때 까지 다들 내려서 운전을 거들었다. 그렇다고 대신 차에 올라타 운전을 하진 않았다. 파리에서 길을 물어보면 목적지까지 동행해줄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뭘 물어보면 안되는 영어로 답을 해준다. 할머니에게 프랑스어로 뭐라하다가 영어로 말해달라면 떠듬떠듬 영어로 최대한 말하려고 애쓴다. 프랑스 할아버지에게 뭘 물어보지 못한다. 영어를 못하기도 하지만 프랑스어 발음이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20대 청년들은 상냥하고 공손하게 나그네에게 영어로 말해준다. 자기 일도 많고 갈 길이 있을텐데 나그네에게 엄청 친절하다. 친절하기는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한 인도네시아 팔렘방 사람들 같았다.

토마스네도 경기장에서 차로 3분 거리라 쉽게 찾았다. 집은 쉽게 찾았지만 주차 공간이 마땅 찮았다. 사람 지나가는 횡단보도 옆에 빈 공간이 있어 주차를 했다. 파리에서 하루만에 주차도 잘 하니 내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토마스와 볼리비아 아가씨 안드레아스 파쿤도를 보고 인사를 나눴다. 안드레아스는 페이스북 친구라 평소에도 서로 sns상에서 안부를 묻곤했다. 안드레아스는 파리 어느 회사의 콜센터에 근무하고 토마스는 생물연구소에 다닌다. 토마스는 올해 9월 고향 충칭으로 돌아간다. 파리에서 7년간 살았다. 아마도 충칭에 있다가 다시 파리로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동안 파리에서 최저가로 숙박을 한 토마스네는 내년부터 당분간 이용할 수 없게 생겼다.
차창 밖에 파리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샤를르드골공항에 차도 반납하고 투어단 후발대 한분을 영접하려고 나왔다.

 

   
▲ 차 견인 지역인지 모르고 잠시 주차해 견인되었다

아뿔싸, 렌트카 견인

아뿔싸. 주차한 차가 없어졌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차량이 사라졌다.
지나가는 봉고승합차가 다 렌트한 차 같았다. 하룻만에 차를 잃어버리다니. 큰 손해가 났다.
안되는 언어로 지나가는 사람에게 내차 찾아달라 도움을 요청하니 대충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한 애기엄마가 경찰서에 가보라고 하면서 멀지 않은 경찰서(파출소) 위치를 알려주었다.
다행히 렌트카 사진을 찍어 놓은 것이 있어 수월했다. 파출소에 도착하니 렌트카 사진에 있는 차량 번호를 보고 어디론가 연락을 했다. 그리고 작은 쪽지에 있는 주소로 가보라고 한다. 말은 안통해도 눈짓과 행동으로 알아차렸다. 그 인쇄된 쪽지가 많은 것을 미뤄보아 아마도 견인된 차량이 수시로 발생하는 듯했다. 그쪽지에는 친절하게도 목적지 주소와 가는 지하철 교통편까지 적혀있었다. 파리 경찰서 견인사업소다.
우버에 주소를 입력해 우버택시를 불렀다. 2분여만에 차가 도착했다. 런던이나 파리는 우버가 발달해 지리 모르고 지하철 갈아타는 곳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아주 편리하다. 그 자리에서 부르고 목적지에 한발도 안 움직이게끔 데려다준다. 컴퓨터의 승리다.

우버택시로 10분만에 견입사업소에 도착했다. 차량 사진을 보여주니 차가 있는 곳에 가서 차량 등록증과 렌트카 대여증을 가져오라고 했다. 지하 3층에 가보니 한켠에 삐딱하게 차가 서 있었다. 주인에게 버려진 듯한 차는 화가 많이 나 있어 보였다.

차를 열고 내부에 있는 서류와 차창에 부착된 차량 라이센스를 폰으로 찍어 접수창구에 대령했다.
프랑스오픈 취재 왔으니 좀 봐달라했는데 주차금지 구역에 차를 댔으니 벌금을 내라는 것이다. 이날의 장날. 롤랑가로스 어린이행사에 온 가족들이 줄줄이 견인센터로 들어왔다. 부모의 얼굴은 낭패 그자체. 페이스 페인팅한 어린이는 그저 하루가 즐거웠다는 표정이다.

   
▲ 벌금 용지. 파리시장에게 179유로를 냈다 

179유로


주차위반에 견인 벌금은 179유로(약 20만원). 파리 운전기사 적응 수업료 치고는 비쌌다.
차량을 찾아 공항 렌트카 회사에 빠르게 반납했다. 차는 편리한 점도 많지만 파리에서 한편으론 짐이다.
월요일 아침 일찍 대중교통 1주일 무제한 사용 카드인 나비고(28,5 유로)를 사서 들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이것만 있으면 어디든 파리 발닿는데로 무제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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