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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의 남쪽— 중국 윈난성
글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사진 윈난성 관광청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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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4.24  02: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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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雲南)은 중국 22개 성(省), 4개 직할시, 2개 특별행정구(홍콩, 마카오), 5개 자치구 등 총 33개 행정구역 가운데 하이난을 제외한 본토 최남서단에 위치한 성이다. ‘구름의 남쪽’이라는 시적인 이름을 붙었지만 아득히 먼 곳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의 ‘7종7금’고사가 있었던 ‘남만’땅이 곧 윈난이다. 또 13세기 몽골군이 남송을 정복하기 위해 대우회작전으로 정벌한 나라가 대리(大理)국, 즉 윈난이다. 이때 쿠빌라이가 지휘하는 몽골 병사들은 장강의 상류인 진사장(金沙江)을 건너기 위해 타고 온 말을 잡아 고기는 먹고, 가죽에는 공기를 불어넣어 부대로 만들어 헤엄쳐 건너 들어갔다. 100여 년이 지난 뒤, 명나라가 윈난을 정벌하면서 중국으로 끌려가 거세된 다음 환관이 됐고, 영락제의 명을 받아 7차례에 걸쳐 동아프리카까지 원정을 갔던 정화(鄭和)도 윈난 출신의 회교도였다.

 

   
 

17세기 명나라가 이자성의 농민군에 의해 망하고 만주족 8기군이 그 틈을 노려 쳐들어 왔을 때 명나라 장군으로 산해관을 지키다가 청나라 철기병에게 항복해 앞잡이 노릇을 한 오삼계(吳三桂)가 번왕으로 봉해져 지배한 영지가 윈난이었다. 오삼계는 원래 이자성에게 투항하려다가 기생 출신 애첩 진원원이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청군 쪽으로 돌아서 여자 때문에 나라를 이민족에게 팔았다는 악명을 얻었고 버마로 도망간 남명의 마지막 황제를 넘겨받아 쿤밍에서 참수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강희제가 3번을 폐지하려고 하자 반란을 일으켜 청 왕조를 위협했다. 오삼계는 30여 년간 쿤밍에서 평서왕으로 군림하면서 중국 각지의 요리를 집대성해서 200여 년 뒤 서태후와 함께 현재의 중국 요리를 완성시킨 사람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운남’이라 읽고 중국 사람들은 ‘윈난’이라 말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보통 ‘유난’이라고 발음한다. 영어에서 중첩자음은 한번만 발음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사실 ‘럭키’는 영어로 ‘러키’라고 해야 맞고, 여름은 ‘섬머’가 아니라 ‘서머’라 표기해야 옳다. 서양인들은 아랍어로 ‘암만’인 요르단의 수도를 ‘아만, 조단’이라고 발음한다. 그래서 ‘윈난’이라고 하면 얼른 못 알아듣는 서양인이 많다. 윈난은 어쨌든 중국의 성들 가운데 가장 다양하고 흥미로운 곳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의 공인을 받은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25개 민족이 윈난에 살기 때문이다. 4,500만 남짓한 인구에서 약 3분의 1이 소수민족인데 자치구를 제외한 성 가운데 가장 비율이 높다. 중국 선전(深圳)에 가면 ‘금수중화’ 민속촌이 있는데 대부분 윈난성에 사는 소수민족들을 모아놓았다.

윈난성의 면적은 한반도의 2배에 가까운 39만4,000㎞²라서 일본(37만7,000㎞²)보다 땅덩어리가 크다. 그렇지만 중국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자리 잡아 거의 격오지의 대명사처럼 돼있다. 지난 2002년 대한항공이 쿤밍에 취항한 직후 그곳에 처음 갔을 때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서 차가 다니는 도로까지 나오는 데만 걸어서 일주일이 걸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와 윈난 쿤밍 사이에는 직항편이 자주 있고, 중국 동방항공을 타고 동남아나 인도 쪽으로 가는 경우 중국에서 4번째로 크다는 쿤밍 창수이(長水)국제공항을 경유하게 된다. 쿤밍은 주로 동남아 쪽으로 연결되는 200여 개 노선을 갖고 있는 항공교통의 요지다. 중일전쟁과 2차 세계대전 중에는 버마 로드가 개설되어 서방에서 중국으로 각종 군수물자가 들어가는 유일한 루트로 기능했다. 2007년 KBS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차마고도’의 출발점이 쿤밍이기도 하다.

중국은 성의 수도를 성회(省會)라고 하는데 윈난성의 성회인 쿤밍(昆明)은 아열대지역임에도 해발 1,890m의 고지대에 있어 1년 내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철 기후를 자랑한다. 때문에 별명이 춘성(春城)인데 바꿔 말하면 ‘상춘의 도시’다. 세계적으로 상춘의 도시는 10개가 넘는데 주로 중남미에 몰려있다. 내가 가 본 도시 중에는 쿤밍과 함께 미국 호놀룰루, 콜롬비아 메데인, 에콰도르 키토 등이 대표적이다. 윈난성의 경우 쿤밍은 상춘의 기후지만 남쪽 시솽반나에 가면 아열대 날씨이고, 북쪽 고산지대로 가면 아한대 기후에 가깝다. 따라서 다양한 소수민족만큼 기후도 다채롭다. 하지만 윈난성은 대체로 온화하고 청명한 날씨를 갖고 있고 특히 쿤밍은 화훼로 유명해서 매년 세계 화훼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쿤밍은 중국 국가대표선수들의 강화훈련장으로 활용 된다. 겨울에도 춥지 않으면서 산소가 희박한 탓에 심폐기능을 강화하는 데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윈난성에서 관광 대상이 될 만한 도시는 쿤밍 외에도 다리(大理), 리장(麗江), 징훙(景洪), 뤼리(瑞麗) 등이 있다. 이밖에도 리장에서 티베트로 넘어가는 차마고도의 길목에 있는 도시 중뎬(中甸)은 2001년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름을 ‘샹그리라’로 바꿨다. 1930년대 제임스 힐튼이 쓴 소설 ‘읽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향의 이름을 딴 것이다. 유토피아의 별칭인 샹그리라 시에 실지 가보면 승첼링 곰파(쑹찬린쓰)라는 꽤 웅장한 티베트 불교사원이 있을 뿐 샹그리라와 관련된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티베트에 더 가까운 더친(德欽)이란 곳이 샹그리라에 가깝다고들 한다. 푸얼(普洱)라는 도시는 보이차가 그 이름을 딴 것이 아니고 보이차가 유명해지자 쓰마오 시를 푸얼 시로 개명한 것이다. 보이차는 원래 시솽반나 지역에서 재배된 발효 차가 주로 보이 현에서 거래됐다고 해서 붙은 명칭이다. 일본의 아리타 자기가 이마리 자기로 알려진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 말의 대리석(Marble)은 윈난 다리 지역의 특산품이라서 지명을 따서 이름이 지어진 것이 맞다. 

 

   
 

중국에서 베이징과 상하이, 시안을 이미 가 본 다음에는 윈난을 한번 가봄직하다. 워낙 다채롭고 이국적인 풍정이 있기 때문이다. 쿤밍 시내에서는 제일 큰 절인 원통사(圓通寺)와 취호(翠湖)공원이 단골 관광명소다. 역사박물관은 과거 윈난 육군 강무당 건물인데 강무당은 황푸 군관학교가 생기기 전 중국 3대 사관학교의 하나였고 독립지사 이범석 장군과 권기옥 여사가 다닌 바 있다. 쿤밍 교외의 볼거리는 교외에 더 많은데 북쪽의 흑룡담(黑龍潭)은 공원과 호수 자체보다 멀리 원경으로 보이는 산들의 경치가 아름답다. 서쪽의 공죽사는 생생한 표정의 오백나한상이 유명하다. 남쪽으로 가면 뎬츠(滇池)라는 이름의 길이 40㎞의 큰 호수가 있다. 윈난성의 차에는 ‘滇’이란 이름의 번호판을 달고 있는데 이 호수 이름이 곧 윈난의 별칭이 된 것이다. 

시내에서 가까운 호수 북쪽에는 전망 좋은 시산(西山)이 있다. 여기에는 화정사, 태화사 같은 불교 사원과 삼청각이란 도교사원이 있지만 진짜 볼거리는 정상에 가까이 있는 용문이라는 석굴이다. 18~19세기 50여 년에 걸쳐 한 도사와 제자들이 손으로 돌을 깎아 만들었다는 굴인데 여기서 호수를 내려다 보면 경치가 훌륭하다. 시산에 들른 다음에는 윈난 민속촌에서 소수민족 마을의 모형과 그들의 춤과 노래를 볼 수 있다. 쿤밍에서 120㎞ 떨어진 쓰린(石林)은 석회석 돌기둥이 숲을 이룬 이색적 경관인데 기둥의 높이가 20~30m다. 내가 갔을 때는 인공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가미돼서 세계유산 신청에서 떨어졌다고 했는데 이후 2007년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았다. 

http://www.srook.net/tennispeople/636903135781929730?pageNo=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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