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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처럼 생긴 나라 크로아티아
글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사진 크로아티아 관광청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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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3  20:3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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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 로고 모양의 크로아티아 지도

몇 해 전 친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랑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친구가 그 외국인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묻자 “크로에이셔”라고 답했다. 내 친구는 거듭 물었지만 알아듣지 못하자 내심 당황스러워 하는 눈치였다. 내가 옆에서 “크로아티아”라고 한 마디 거들자 그제야 알아듣고 반색을 했다. 크로아티아는 영어 발음이 ‘크로에이셔’라서 얼른 떠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처럼 크로아티아는 과거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나라였다. 그도 그럴 것이 1991년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되면서 생긴 신생국이라 많은 사람에게는 생소하기만 했다. 그런데 최근 TV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할배’에 잇달아 소개되면서 꽤 친숙한 나라가 됐다. 게다가 올해 9월 대한항공이 주3회 인천-자그레브 직항노선을 취항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준우승을 차지하자 세계의 축구팬들이 열광했다. 더욱이 크로아티아는 올해 데이비스컵 우승국이었다. 남한의 절반 남짓한 크기에 인구 500만 명에 못 미치는 소국이 어떻게 이런 스포츠 강국이 됐는지 궁금하다.

 

   
▲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서력 3-4세기 로마 황제 가운데 열다섯 명이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를 아우른 로마의 속주 일리리쿰 출신이었다. 또 5-6세기 동로마 황제 네 명이 이 지역 태생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로마의 변경 속주에서 태어나 군에서 잔뼈가 굵은 직업군인이었고 부하들에 의해 황제로 추대된 군인황제였거나 그의 아들, 또는 손자였다. 로마의 25~36개 군단 가운데 3분의 1 가량인 10~12개 군단이 다뉴브 강을 수비하는 임무를 띠고 있었고, 이에 따라 이 지역 출신들이 군 지휘관으로 등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리리쿰은 달마티아와 판노니아로 분리됐고 현재의 크로아티아는 달마티아 대부분과 판노니아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슬라브족이 다뉴브 강 동쪽으로부터 남하를 시작한 6세기 이전의 일이다. 그때 슬라브족은 현재의 폴란드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슬로바키아 쪽에 분포돼 있었는데 점차 남쪽으로 밀고 내려와 유고슬라비아 땅에 정착했다. 9-10세기 중부 유럽은 동쪽으로부터 훈족이 이동해 들어와 헝가리를 세웠고, 게르만족이 서쪽에서 확장해 들어와 켈트족을 내쫓고 오스트리아를 건국했다. 이 때문에 슬라브족은 동슬라브(러시아, 우크라이나) 및 서슬라브(폴란드, 체크, 슬로바키아)와는 동떨어진 남슬라브(유고슬라브)로 나뉘게 됐다.

 

   
▲ 크로아티아 아름다운 자연환경

 한국에서 크로아티아를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한항공 직항편을 이용하면 물론 간단하고 편리할 것이다. 문제는 항공료가 꽤 비싸다는 것이다. 내 경우 크로아티아를 10여 년 전에 두 번 갔는데 한번은 독일에서 오스트리아를 거쳐 슬로베니아의 수도 루블라냐에 들렀다가 자그레브-스플리트-두브로브닉으로 내려갔고, 또 한 번은 터키에서 그리스를 지나 불가리아 소피아-마케도니아 스코페-알바니아 티라냐-몬테네그로-베오그라드-보스니아 사라예보를 거쳐 자그레브로 갔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귀국 비행기를 탔다. 중부 유럽을 여행하기 위해서 기차를 주로 이용했는데 먼저는 유레일 패스, 다음엔 발칸 플렉시패스를 샀다. 이렇게 발칸반도를 훑어내려 오거나 올라가는 여행을 할 것이 아니라면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유리하다. 런던, 파리, 로마, 베를린 등 유럽의 대도시에서 자그레브로 가는 항공편은 왕복 100~200 달러 정도로 저렴하고, 두브로브닉 왕복도 저가항공은 날짜에 따라 100달러 이하의 표도 찾을 수 있다. 자그레브에서는 렌트카로 슬로베니아 루블라냐와 블레드 호수, 플리트비체국립공원을 다녀오는 것이 편리하다. 아드리아해 쪽 리예카(Rijeka)와 이스트리아 반도의 풀라(Pula) 같은 곳도 기차 이용도 가능하지만 렌트카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자다르(Zadar)나 스플리트(Split)를 갈 때는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편이 나을 것 같다. 

 

   
▲ 러시아월드컵 준우승 국가 크로아티아 축구대표팀


스플리트에서 드브로브닉까지는 철도편이 없다. 따라서 자그레브-드브로브닉 구간은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버스편을 이용할 경우 크로아티아에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로 들어갔다가 다시 크로아티아로 들어가게 되는데 국경 경찰이 잠깐 버스에 탔다가 내리는 정도로 끝나기 때문에 복잡할 것은 없다. 또 자그레브에서 드브로브닉까지 국내 항공편을 이용하고 드브로브닉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서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밖에 스플리트에서 이탈리아 안코까지 주3회 페리가 있고 리예카-드브로브닉 구간을 항행하는 페리는 주 2회 스플리트에 들른다. 특히 시간이 허락하면 스플리트 항구에서 배를 타고 세계문화유산 흐바르(Hvar) 섬에 갔다 오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카페리는 2시간, 하이드로포일은 1시간이 걸리는데 도착해서는 택시보다는 하루쯤 차를 빌리는 것이 좋다. 호텔보다는 개인 아파트나 방을 빌리면 된다. 흐바르섬은 역사와 문화유적, 예술과 자연경치가 어우러진 곳으로 특히 여름철에 좋은 곳이다.

스플리트는 연 2,800시간의 일광을 자랑하는 이상적 기후의 항구도시로 ‘지중해의 꽃’이라고 불린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3세기 말 군인 출신으로 황제에 올라 사산조 페르시아를 물리쳤고 로마의 영토를 넷으로 나눠 2명의 정황제와 2명의 부황제 등 4명의 황제가 공동 통치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21년간 재위한 후 은퇴해서 로마에서 처음으로 자진해서 물러난 황제가 됐고 4세기 초 자신의 고향 바로 옆에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을 건립했다. 서로마제국이 쇠망한 뒤 폐허로 남아있던 궁전은 7세기 무렵부터 민간인들이 들어와 거주하기 시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궁전 안에 가게와 식당 등이 들어서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아직 복원 작업을 시작하지 않아서 매우 낡고 허물어진 상태여서 보기 딱할 정도였다. 두브로브닉은 스플리트와 달리 19세기까지 독립된 라구사공화국의 수도였고 지금까지 완벽히 보존된 성벽으로 유명하다. 인구 50,000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아드리아 해의 진주’라고 불리는 관광도시고,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신혼여행을 간 곳으로도 알려졌다. 어찌 보면 모나코와 비슷하고, 바다 풍경이 우리나라 해운대 같은 느낌도 있는데 베네치아공화국이 아드리아해와 동지중해를 지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거점도시였다는 역사를 품고 있다.

 

   
▲ 하늘에서 내려다 본 두브로브닉

 

두브로브닉에 가면 바다와 성벽, 교회와 카페, 기념품가게들이 나름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베네치아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고급 관광지의 하나다. 특히 명품점과 함께 넥타이 가게가 유난히 많은데 넥타이의 기원이 크로아티아라는 이유에서가 아닐까 싶다. 

   
▲ 크로아티아는 세계 최초로 넥타이를 만들었다

17세기 유럽의 30년 전쟁기간 중 프랑스의 루이 13세는 크로아티아의 용병들을 고용했는데 이 용병들은 그들 제복의 일부로 짧은 네커치프를 목을 두르고 있었다고 한다. 파리 사람들은 크로아티아의 프랑스어 이름을 따서 넥타이를 크라바트라고 불렀고 루이 1세가 어렸을 때 레이스로 된 넥타이를 두르기 시작했고 곧 유럽 전체로 퍼지는 유행이 됐다. 넥타이와 함께 또 한 가지 유명한 것이 크로아티아의 상징인 체커보드(바둑판) 무늬다. 체커보드는 크로아티아의 국기와 국가문장에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축구대표팀의 유니폼에 특징적인 체커 무늬가 새겨져 있다. 전해지는 바로는 10세기 경 크로아티아 왕이 베네치아공화국과 전쟁을 하던 중 포로로 잡혔고, 감옥에서 베네치아의 총독과 자신의 자유를 걸고 체스시합을 했고 세 판을 연거푸 이겨 석방된 것을 기념해 자신의 문장에 체커보드를 넣었다고 한다. 경위야 어쨌든 크로아티아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국가 브랜드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할 것이다. 크로아티아는 나라가 부메랑 또는 나이키 로고처럼 생긴 것도 또 하나의 특색이다. 

 

테니스피플 166호 18면

http://www.srook.net/tennispeople/636805968309001686?pageNo=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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