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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고쿠
글 사진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  tennis@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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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23  11: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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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고쿠 지방

일본 혼슈의 서쪽 주고쿠(中國) 지방은 돗토리, 시마네, 오카야마, 히로시마, 야마구치 등 5개 현을 아우른다. 규슈(九州)와 간사이(關西) 사이에 있어 서(西)일본임이 분명한 지방을 왜 굳이 주고쿠라고 일컫는 것일까. 일본 역사의 초기에는 규슈가 중심이었고 야마토 세력이 긴키(近畿) 즉 간사이 지방에서 자리를 잡음으로써 고대에는 두 지방이 일본의 중심이 됐다. 7세기 헤이안 시대부터 1868년 메이지유신 이전 일본은 구니 또는 고쿠(國)라는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 때문에 두 곳 사이에 있는 지방이 주고쿠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현재 일본 여행사들은 광고할 때 주고쿠라고 표시하면 해외의 중국과 혼동할 우려가 있어 ‘산요(山陽)·산인(山陰)’이라는 명칭을 많이 쓴다. 산요지방은 오카야마현과 히로시마현, 야마구치현, 효고현의 일부를 가리키며 주고쿠산지 남쪽의 세토 나이카이(內海)와 접한 곳을 말한다. 산인지방은 내 경우 동해에 접한 돗토리현과 시마네현, 야마구치현 북부 등이다. 원래 산양은 산의 북쪽 사면 즉 햇볕이 쬐는 양지를 말하고, 산음은 남쪽 사면 즉 그늘진 곳을 뜻한다. 반면 강을 중심으로 하면 강양은 강의 남쪽 사면, 강음은 북쪽 사면을 각각 의미한다. 예컨대, 서울의 옛 이름인 한양(漢陽)은 한수 북쪽의 땅이라는 뜻이다.

일본에는 이밖에 주부(中部)지방이 있는데 간토와 간사이 지방 사이에 나고야를 중심으로 10개 현을 뭉뚱그려서 부르는 이름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통일한 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도카이도(東海道)에서 간토의 황무지로 이동하도록 했다. 이후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에서 승리를 거둔 후 에도(江戶)에 도쿠가와 바쿠후(幕府)를 열었고 이윽고 국토의 중심을 간사이에서 간토로 옮겨갔다. 따라서 전국시대에 시대의 현장이었던 도카이 지방은 주오(中央)지방와 호쿠리쿠(北陸)지방을 더해 주부라고 불리게 됐다. 결국 역사적 이유로 일본에는 주고쿠와 주부 등 비슷한 의미의 이름을 가진 지방이 두 개 있게 된 셈이다. 한편 주고쿠 지방에서 산인지역은 현재 돗토리와 시마네 등 2개 현을 갖고 있을 뿐이다. 돗토리현과 시마네현은 면적으로 일본의 44개 현 가운데 중하위지만 인구에 있어서는 돗토리가 최하위, 시마네가 끝에서 두 번째일 정도로 적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영동지방과 비슷한 지리와 기후를 갖고 있다. 산이 바다에 붙어있어 평야가 좁고, 겨울에 니가타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분다. 

한국에서 산인지방을 가려면 오사카나 히로시마, 오카야마 등 관문도시를 거쳐 기차나 버스편으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그렇지만 과거 아시아나 항공이 취항하던 요나고(米子)를 저가항공인 에어서울이 이어받아 주 6회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이쪽을 이용하면 한결 더 싸고 쉽게 갈 수 있다. 또 동해항에서 돗토리현의 사카이미나토(境港)까지 주1회 다니는 DBS 크루즈를 타면 주고쿠로 직접 접근이 가능하다. 나는 1년 동안 일본의 소도시 3곳을 갈 수 있는 에어패스를 구입했기에 지난 3월초 5박6일 일정으로 주고쿠를 여행했다. 요나고 공항을 통해 마츠에(松江)-이즈모(出雲)-하기(萩)-구라시키(倉敷)-오카야마(岡山)-돗토리(鳥取)의 순으로 둘러본 여정이었다. 마츠에에서 하기로 가는 날은 새벽 시간에 짬을 내서 사카이미나토항을 다녀오기도 했다. 에어패스를 샀더라도 세금과 유류할증료를 합해 4만2,500원을 더 내야했기 때문에 세일가격으로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는 것에 비해 엄청나게 싸다고 할 것은 없었다. 

일본여행에서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비싼 국내 교통비다. 숙박료는 호스텔 도미토리 1박에 평균 3,000엔, 비즈니스 싱글룸 6,000엔 안팎이라 한국보다 50% 높은 정도지만 기차와 버스요금은 2∼3배 수준이라고 해도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도 교통 패스를 가장 먼저 검색했다. JR WEST 산인-오카야마 에어리어 패스(4,500엔)가 내 여행계획에 안성맞춤이었다. 요나고 공항에서부터 시마네현 현청소재지인 마츠에와 돗토리현 현청소재지 돗토리는 물론, 서쪽으로 200㎞ 이상 떨어진 하기까지 갈 수 있고 남쪽으로 오카야마, 동쪽으로는 하마사카 역까지 유효하다. 이 패스는 4일 동안 쓸 수 있기 때문에 5박6일 일정에는 모자랐다. 그래서 요나고 공항 관광안내소에서 ‘엔무스비 퍼펙트 티켓(외국인 1,500엔)’을 구입했다. 퍼펙트 티켓은 공항에서 마츠에로 가는 공항리무진을 포함, 이즈모 타이샤(大社)로 가는 이치바타전철과 마츠에/이즈모의 버스를 모두 탈 수 있다. 또 마츠에 성과 주요 관광지를 순회하는 레이크라인 버스도 하루 동안 무료다. 나는 공항에서 퍼펙트 티켓을 이용해 마츠에로 간 다음 이즈모 타이샤를 다녀오고, 3일째부터 귀국하는 날까지 산인 패스로 하기와 구라시키, 오카야마, 돗토리를 방문했다. 참고로, 외국인에 한해 마츠에-히로시마 고속버스를 편도 500엔에 구입할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꼭 가거나 해보고 싶은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산인혼센(本線) 기차를 타고 동해에 연한 산인 지방을 주유하기. 둘째. 하기에 가서 하룻밤 머물기. 셋째, 이즈모 타이샤에 가기였다. 마츠에에서 하기까지 특급 2시간 완행 1시간 등 편도 3시간이 걸리고 마지막 날 돗토리에서 요나고까지 특급 1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첫 번째 목표는 쉽사리 이뤄졌다. 하기는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삿초(薩長)동맹 가운데 최후의 승자였던 조슈(長州) 번의 성이자 번청이 있던 곳이다. 전국시대 말 주고쿠 6개 국 112만 석을 지배하던 모리(毛利) 가문이 세키가하라 결전에서 서군에 가담함으로써 2개 국 36만9,000석으로 감봉되고 본거지도 히로시마에서 하기로 옮겨졌다. 이후 조슈 번은 260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실력을 키워 결국 도쿠가와 바쿠후를 무너뜨렸고 이토 히로부미 초대 총리부터 아베 신조 현 총리까지 모두 야마구치현(조슈의 현재 이름) 출신이다. 이밖에 일본 육군의 창설자 야마가타 아리모토부터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를 시해한 미우라 고로, 초대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2대 조선 총독 하세가와 요시미치 등 무수한 인물을 배출했다. 병학 사범 출신으로 쇼카손주쿠를 차려 제자들에게 ‘존왕양이’와 ‘부국강병’ ‘정한론’ 등을 가르친 요시다 쇼인은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주였다.

 

   
▲ 구라시키 비칸지구

요나고 공항에 도착한 첫날은 오후 늦게 마츠에에 들어간 때문에 이온 몰(Aeon Mall)에 가서 식료품을 사는 정도에 그치고 이튿날에야 마츠에 성과 역사관에 갔다. 마츠에 성은 텐슈가쿠가 높이 30m, 5층6계인 아담한 크기지만 원형이 보존돼 있어 국보로 지정받았다.  마츠에 역사관과 10년에 한 번씩 열린다는 선상행진 축제 호란엔야 전승관이란 곳은 별로 볼 것이 없었던 곳으로 여겨졌다. 마츠에는 교토와 함께 와가시(和菓子)로 유명한 도시인만큼 그 시간에 제과점을 들리는 편이 나을 듯했다. 물론 역사관에는 멋진 정원을 바라보며 와가시와 말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마츠에 성 바로 옆에는 시마네 현청이 있는데 악명 높은 ‘다케시마 자료관’이 지난 2007년 설치됐다. 물어물어 부속건물에 있는 자료실은 찾아 갔는데 규모도 작지 않고 직원이 3명이나 앉아있었지만 전시물은 거의 일본어 위주였다. 소위 다케시마의 날 며칠 뒤였지만 별로 관심 대상인 것 같지 않았고 국제적 홍보효과도 없을 것으로 보였다. 

   
▲ 다케시마 자료관

오후에는 이치바타라는 사철을 타고 이즈모 타이샤에 갔다. 이십 몇 년 전 JR패스로 이즈모시까지 왔다가 시간 관계로 신사문 앞에서 돌아섰던 기억이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볏짚으로 꼰 동아줄을 제외하고는 좀 낯선 풍경이었다. 다만 이즈모는 메밀국수 즉 소바로 유명한데 보통 오후 4시를 지나면 가게 문을 닫는다. 관광안내소에 들렀더니 몇 군데에 전화를 걸어 문을 연 가게를 친절하게도 찾아줬다. 덕분에 변두리까지 걸어가 로컬들이 다니는 소바집에서 ‘와고리 소바’를 맛볼 수 있었는데 이 역시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사흘째에는 기차를 타고 하기로 향했다. 히가시하기 역에서 내려 도보로 쇼인 신사와 이토 히로부미 고택, 모리 가문의 묘원이 있는 절 도코지를 차례로 들렀다. 이어 100엔 버스를 타고 시내에 와서 번의 영재를 교육시키던 ‘명륜학사’를 갔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하기 성이 있던 시주키(指月)공원으로 갔는데 성터를 찬찬히 보다 보니 어언 해질녘이 되고 말았다. 일몰시각이 지나 어둑어둑했지만 어스름한 잔명에 의지해 145m 높이의 시주키 산에 홀로 올랐다. 꼭대기에는 망루 역할을 하던 석축이 남아있었지만 숲이 우거져 하기 시내와 바다를 잘 굽어다 볼 수는 없었다. 짙은 어둠 속에서 무사히 내려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성하 마을로 가면 외부에서 쳐들어 온 적병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골목길이 90도 각도로 꺾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기는 풍수가 뛰어나고 조용한 소도시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고 눈도 거의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비록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악연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피한지로 한 달쯤 지내기는 좋은 곳이 아닌가 싶었다. 

 

   
▲ 고라쿠엔

구라시키에는 비칸(美觀)지구가 명불허전이라고 꼭 가볼 만한 곳이다. 중국 쓰촨성 청두(成都)에 있는 콴차이샹즈(寬窄巷子)라는 아름다운 문화거리에 못지않게 멀고 가까운 과거와 문화, 예술이 고스란히 온축돼 있다. 오카야마는 우조(烏城)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後樂園), 박물관-미술관 등이 볼  거리인데 특히 고라쿠엔은 일본 3대 정원의 하나로 유명하다. 돗토리는 돗토리 사큐(砂丘)는 대단할 것까지 없어도 한 번쯤은 갈 만한 곳이다. 돗토리 성터와 서양식 건물 진푸가쿠(仁風閣)도 도시 전망과 함께 ‘황성옛터’를 실감케 한다.

     
   
 

 

테니스피플 171호 18면

http://www.srook.net/tennispeople/636884690149781872?pageNo=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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