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피플
대회그랜드슬램
월드컵 ‘침공’에 맞서 전통과 품위 지켰다1877년 창설된 테니스 종가, 윔블던
글 오룡(코멘터리 편집주간) 사진 황서진 기자  |  roh@hotmail.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7.18  03:10:34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네이버 구글
   
 챔피언 테라스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조코비치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의 네 번째 우승과 함께 윔블던(7월2~15일)이 막을 내렸다. 올해 윔블던은 어느 해보다 우여곡절이 심했다. 메이저 대회 최초 남자단식 4강 전원 30대, 로저 페더러(36•스위스)의 4강 탈락, 세레나 윌리엄스(37•미국)의 여자단식 준우승 등 이변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더 큰 변수는 러시아월드컵(6월14일~7월15일)이었다.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이 동시에 열리면서 유례없는 외풍이 몰아쳤다. 자칫 ‘테니스의 지존’ 위신이 손상될 수도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 클라이맥스인 두 대회 결승전이 한날 한시에 벌어졌다.

조코비치와 케빈 앤더슨(32•남아공)이 맞붙은 빅매치와 프랑스가 20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결승전이 15일 저녁 2시간 시차를 두고 열렸다. 윔블던과 월드컵은 4년마다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긴 했으나 이번처럼 같은 시간대에 결승이 치러진 것은 처음이다.

윔블던 메인 중계방송사이자 러시아월드컵 중계권을 가진 영국 BBC는 지난해 일찌감치 월드컵 결승전 시간을 바꿔달라고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다. BBC는 여러 채널이 있기 때문에 동시 중계가 가능하지만 시청률이 나뉘기 때문에 광고수입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서 경기일정이 중계방송사에 좌지우지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미국 시간대에 유리한 오전 10시로 조정됐다. 중계권자인 미국 NBC의 입김이 작용했다. FIFA는 그러나 “전 세계 팬을 고려해 이 결승전 시간이 가장 적절하다”고 시간대 변경 요청을 일축했다. 월드컵의 폭발적인 흡인력을 믿고 배짱을 부린 셈이다.

난감해진 BBC는 결국 BBC1에서 윔블던 중계를 하다 월드컵 결승전이 시작될 때 내주고 BBC2로 옮기기로 했다. BBC가 윔블던 중계를 맡은 1927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월드컵의 윔블던 ‘침공’은 이뿐만이 아니다. 코트 관중이 스마트폰으로 월드컵 경기를 보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휴대폰 관리 등 엄격한 관람석 매너를 고수해온 윔블던으로선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잉글랜드 경기가 열릴 때는 아예 펍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영국은 테니스는 물론 축구 종가이기도 하다. 일부 관중들은 잉글랜드 축구 유니폼을 입고 응원가를 부르는가 하면 코트 전광판에 월드컵 경기 중계를 틀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잉글랜드가 4강에 그쳤기에 망정이지 결승 진출했다면 윔블던으로선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굴러온 돌이 주인 자리를 차지하고 떵떵거린다는 ‘윔블던 효과(Wimbledon Effect)’란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말은 외국계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장악하는 현상을 뜻하는 금융 용어인데, 생긴 유래가 재미있다.

   
런던 한낮 가장 더운 날씨에 땡볕에 앉아 머레이 힐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관전하는 윔블던마니아

테니스 사상 최고 브랜드가치

윔블던은 창설 이후 20세기 초까지 종주국인 영국이 우승을 독식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1910년 이후엔 영국이 맥을 못 추고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특히 오픈대회가 된 1968년 이후 영국 우승자는 앤디 머레이(2013년, 2016년)가 유일하다. 1936~2013년 77년간 영국 선수가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잔칫상을 차린 개최국 대신 번번히 외국선수가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빗대 외국자본이 국내시장을 점유하는 현상을 윔블던 효과라 하게 됐다. 1986년 영국이 금융시장 개방과 규제 철폐 등 이른바 ‘금융빅뱅’을 단행한 뒤 외국자본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올해 월드컵에 치이긴 했지만 테니스 종가로서 윔블던의 명성은 꿋꿋이 지켰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나머지는 개최국 호주, 프랑스, 미국을 붙여 ‘~오픈’이라 하지만 윔블던만큼은 그냥 ‘윔블던’이 통칭이다. 테니스 본산의 권위를 인정하는 듯한 관행이다. 윔블던은 테니스의 상징이나 역사이며 테니스가 낳은 최고 브랜드 가치라 할 수 있다.

공식 명칭은 ‘윔블던 챔피언십 대회(The Championships, Wimbledon)’다. 윔블던은 물론 지명이다. 영국 런던 서남부, 런던의 32개 구(borough) 중 하나인 머튼(Merton)에 속한 지역이다. 런던 중심가 차링크로스에서 11㎞ 가량 떨어진 인구 6만8000여 명의 한적한 교외다. 테니스가 아니라면 세계적 인지도가 생길 수 없는 평범한 동네다. 저명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이 고장 출신이다.

이 지역은 중세 이후 주로 영주의 저택(manor)이 들어섰다. 윈만(Wynnman)이란 영주의 이름에서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뒤에 붙은 ‘don’은 언덕을 의미하는 ‘dune’의 변형이다. 즉 ‘윈만의 언덕’이란 뜻이다.

이 목가적인 마을이 테니스 경기의 발상지가 된 것은 19세기 말. 1877년 7월9일 크로켓 경기장에서 신흥 스포츠였던 테니스 대회가 열렸다. 테니스 대회의 역사가 열린 날이다. 당시 남자 싱글 한 종목에 선수 22명이 참가했고, 유료 관중 200여 명이 결승전을 지켜봤다고 한다.

크로켓 잔디 경기장 한가운데 테니스장을 설치해 ‘센터코트’란 말이 생겼다. 이후 꼭 중앙에 있지 않더라도 메인 코트를 지칭하는 테니스 용어가 됐다. 윔블던은 잔디코트 외에도 흰색 경기복 착용, 상업광고 금지, 남녀 부문 젠틀맨•레이디 지칭 등 전통을 엄격히 지켜왔다.

진녹색 코트를 수놓는 하얀 유니폼, 상업성에 오염되지 품격 있는 경기장 환경은 윔블던만의 시그너처다. 엄청난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으나 그것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고수해왔다. 그러면서도 공식 공급자, 중계료•입장료 등으로 다른 메이저 대회 못지 않은 수익을 올린다. 품위 유지와 실속 챙기기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셈이다.

 

   
여자 단식 우승자 안젤리크 케르버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네이버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테니스피플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 614-2 원당메디컬프라자 606호  |  대표전화 : 031)967-2015  |  팩스 : 031)964-7780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 다 50250(주간)  |  출판사 신고번호:제2013-000139호  |  상호명 : (주)스포츠피플 | 테니스피플  |  사업자등록번호:128-86-68020
대표이사·발행인 : 김기원  |  인쇄인:정영무(한겨레신문사 대표)  |  편집국장 : 박원식  |  정보기술책임 : 최재혁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재혁
Copyright © 2011 테니스피플.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ennispeopl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