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주니어 국가대항전에 선수들을 이끌고 간 이형택 남자주니어 감독

<주니어테니스> 세계의 벽 넘지 못한 한국 男 테니스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 남자 청소년 테니스가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30일(이하 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끝난 2012 세계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은 대회에 출전한 16개 국가 중 중위권인 7위를 차지했다.

올해 5월부터 대한테니스협회가 기대주 육성팀을 꾸리고 프로 데뷔 후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들 선수들을 뽑아 집중적으로 지원해온 것치고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애초 우승까지 바라봤던 이형택(36) 감독은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중 우리 선수들의 랭킹만큼 높은 선수가 별로 없어서 우승까지 기대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며 실력 차이를 인정했다.

이 감독이 특히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테니스 강국인 유럽 출신 선수들과의 체격·체력 차다.

이 감독은 결승전에 나온 선수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조별리그를 치렀던 프랑스나 러시아, 스웨덴 등 외국 선수들의 체격이나 근력은 16세 이하급을 넘어 프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무리 한국 선수들이 발놀림이 좋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은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시켜도 선수치곤 작은 체격이라 키울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도 아쉬운 측면이라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우리 때보다도 오히려 지금 한국 선수들이 훨씬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경험 면에서는 부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수들의 목표는 우리 때보다도 커지고 눈도 높아졌는데 '테니스 아니면 안 되겠다' 하는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훈련이나 경기할 때 씩씩하게 끝까지 해보겠다는 면이 모자라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 은퇴한 이후 지도자로 지내면서 후배들의 정신 상태에 관해 몇 차례 일침을 가했던 이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온 것"이라며 "한국 테니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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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니어테니스- 男선수단, 아르헨티나 꺾고 7위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 남자 청소년 선수들이 2012 세계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7위를 차지했다.

이형택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선수단은 30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왕립 바르셀로나 폴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아르헨티나와의 7~8위 순위결정전에서 2-0으로 이겨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전날 비 때문에 하루 연기된 경기에서 한국은 첫 번째 단식에 나선 홍성찬(15·우천중)이 프랑코 에헤아를 2-0(7-5 6-0)으로 꺾고 가볍게 출발했다.

1세트에서 홍성찬은 몸이 덜 풀렸는지 에헤아를 맞아 잠시 주춤했지만 상대에게 한 게임도 내주지 않고 1시간40여 분만에 상대를 물리쳤다.

2단식에서는 정현(16·삼일공고)이 프란시스코 바아몬데에게 2세트 기권승을 얻어냈다.

정현이 1세트를 6-2로 이긴 후 2세트에서 1-0으로 앞서던 중 바아몬데가 허리에 통증을 호소해 기권을 선언, 한국이 남은 경기를 치르지 않고 승리를 손에 넣었다.

한편 13~14위 순위결정전에 나간 한국 여자선수단은 멕시코에 1-2로 져 14위를 차지했다.

1단식에서 송아(16·서일고)가 안토네야 브라마토를 2-1(2-6 6-1 7-5)로 돌려세운 한국은 2단식에서 정영원(16·안동여고)이 레나타 사라수아에 2세트 연속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0-2(6<1>-7 6<2>-7)로 패했다.

복식에서 김다혜(16·중앙여고)-정영원이 사라수아-콘스탄사 고르체스 조에 0-2(6<2>-7 2-6)으로 제압당해 14위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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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 이끄는 이형택 감독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36) 감독이 남자 유망주들을 이끌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12 세계주니어 테니스 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2012.9.27 porque@yna.co.kr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어린 선수들에게 롤모델이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닮고 싶은 선수가 없다 보니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잘되지 않아요."

이형택(36) 주니어테니스 육성팀 감독이 한국 테니스 유망주들의 '오늘'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남자 선수단을 이끌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12 세계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이형택 감독을 26일(이하 현지시간) 만났다.

강구건(16·안동고), 정현(16·삼일공고), 홍성찬(15·우천중)으로 이루어진 남자 선수단은 이날 열린 대회 이틀째 경기까지 페루와 멕시코를 차례로 꺾고 2연승을 내달렸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내친김에 27일 프랑스와 치르는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해 조 1위로 4강에 진출하고 사상 처음으로 대회 우승을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코치진과 대한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은 올해 들어 선수들의 실력이 부쩍 향상한데다 현재 몸 상태도 좋아 목표까지 순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표팀을 이끄는 이형택 감독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그는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지만 아무래도 선수들이 사춘기라 예민해서 자칫하다간 삐끗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를 무사히 넘긴다 하더라도 선수들이 갑자기 어느 날 '왜 테니스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방황할 수 있다는 게 이 감독의 생각이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방황을 최대한 단시간에 끝내고 실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려면 선수들에게 한국 출신의 '영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축구엔 박지성, 수영엔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엔 김연아가 있잖아요. 어린 선수들이 그 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테니스엔 그런 선수들이 없어요."

선수들이 어려울 때 곁에서 조언을 해주거나 용기를 북돋워줄 선배들이 부족하다는 게 이 감독의 걱정이다.

손꼽히는 테니스 스타들은 모두 외국인이다 보니 한국의 청소년 선수들이 테니스 스타가 되는 것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게 된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는 한국의 테니스 스타가 갑자기 생길 수도 없는 일.

이형택 감독은 선수들이 국제 경기를 최대한 많이 뛰면서 외국 선수들과 부딪치며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는 "국제 경기를 할 때마다 선수들의 실력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인다"며 "미국, 유럽 선수들과 대결하는 기회를 확대해 선수들이 배울 건 배우고 고칠 건 고쳐 자신감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행히 올해 5월부터 테니스협회 주도로 14~17세 남자 선수 6명으로 구성된 주니어 육성팀을 운영하고 이들에게 국제 대회 출전을 지원하면서 한국 선수들도 세계 대회에 나가 실력을 점검하고 있다.

한국 테니스 간판으로서 현역시절 유일하게 세계랭킹 100위 안에 든 이 감독도 요즘 어린 선수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하고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남자 청소년 선수 중에 그를 뛰어넘을 선수들이 나온다고 자신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감독은 "한국 테니스 사상 이렇게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는 선수들은 없었다"며 "이번 대회에 나온 선수들을 비롯하여 육성팀 선수들에게 멘토는 없었지만 이 선수들이 자라서 미래에 후배들에게 멘토가 돼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porque@yna.co.kr

<주니어테니스> "테니스 말고 다른 건 생각 안해봤어요"

차기 한국 테니스의 간판 강구건·정현·홍성찬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테니스 말고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테니스에 대한 열정만으로 똘똘 뭉친 어린 선수들이 있다.

차기 한국 테니스의 간판으로 손꼽히는 강구건(15·안동고), 정현(16·삼일공고), 홍성찬(15·우천중)이 바로 그들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12 세계주니어 테니스선수권대회에 한국 남자선수단으로 참가한 이들은 대회 우승이라는 목표로 결전지에 왔지만 그 꿈은 이틀 전인 대회 3일째인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이미 부서졌다.

한국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프랑스에 1-2로 발목을 잡혀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프랑스와의 단식, 복식 모두 기억에 많이 남아요. 프랑스가 정말 강했는데 잘 싸웠거든요. 져서 정말 아쉬워요."(정현) "발에 생긴 물집 때문에 뛸 수 없고 바라보기만 해서 더 안타까웠어요."(강구건) "단식에 처음 나가서 몸이 덜 풀렸던 것 같아요."(홍성찬)

목표는 이미 날아간 뒤였지만 29일 만난 선수들은 씩씩해보였다.

"많이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나갈 대회가 많으니까요. 더 열심히 해야죠."

정현이 의연하게 대답했다.

아버지를 따라서 혹은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테니스 채를 잡은 지도 적게는 7년, 많게는 9년이 된다.

초등학교 때 이미 국내 정상급 실력을 갖춘 이들은 12~13세 무렵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가능성을 유심히 지켜본 대한테니스협회와 일부 기업은 세 선수를 기대주로 점찍어 각종 국제대회와 훈련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들을 향한 주변의 높은 기대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짐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강구건은 "남들이 나를 지켜봐 주는 게 좋지만 부담이 되는 점도 있다"고 밝혔다.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부모님과 한집에 살면서 학교에 다니고 있을 테지만 세 선수는 세계 곳곳을 누비며 대회에 나가고 훈련을 받느라 타향살이에 익숙하다.

불만이 있을 법하지만 불만은 없단다. 테니스 말고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현은 "아버지(정석진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도 테니스 선수여서 어릴 때부터 테니스 코트에 자주 놀러다녔다"며 "경기가 잘 풀려서 이길 때 테니스가 정말 재밌다"고 밝혔다.

중 1때 무릎을 수술해서 재활에만 8개월을 바쳤다던 강구건은 "그때 너무 힘들어서 테니스를 포기하려고 했는데 공부를 시작하긴 너무 늦은 것 같아서 그냥 테니스를 계속하게 됐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훈련은 지루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경기할 때만큼은 테니스가 재밌다는 그들은 앞으로도 테니스를 쉽게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정현은 "나중에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목표"라며 "(로저) 페데러(스위스)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똑같이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고 밝힌 홍성찬은 "고3 졸업할 때까지 주니어 세계랭킹 10위 안에 들고 싶고 이후에 성인이 돼서 50위권에 들고 싶다"며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덧붙였다.

이들은 30일 아르헨티나와의 7~8위 순위결정전을 치른 후 내달 1일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한국에 간지 2주도 채 되지 않아 강구건·정현은 전국체육대회에 나서고, 홍성찬은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등 꿈을 향한 잰걸음을 계속 이어나간다.

porque@yna.co.kr

 *연합뉴스의 최수현 기자가 이번 주니어데이비스컵, 페드컵 대표 기자로 파견되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