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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이 그랜드슬램 우승하기만을 바래요"한국테니스 산 증인 임영석 수원시테니스협회 고문
글=박원식 기자 사진 신동준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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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2  14: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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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개성 사람들과 수원 사람은 규모 있고 근검절약하기로 이름이 나 있다. 그래서 개성 사람들이 대체로 치부를 잘할 뿐 아니라 여자들도 살림을 알뜰히 잘하며 낭비를 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개성 여자와 혼인하면 "살림은 틀림없겠군","업이 들어왔다"라고들 해 왔다.
수원 사람 역시 살림에 빈틈이 없다. 따지기를 잘하고 경우를 엄격히 밝히며 절약에 있어서는 누구한테도 지지 않으려 든다는 것이다.
개성 사람과 수원 사람의 유명한 일화도 있다.

'옛날에 우연히 개성 사람과 수원 사람이 함께 길을 가게 되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가는데 짚신이 닳을까 봐서 둘 다 맨발을 한 채 짚신은 허리에 차고 길을 걸어갔다. 한참 동안 길을 가는데 앞에서 이름 있는 가문의 규수가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체면상 짚신을 신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두 사람은 짚신을 신었다. 개성 사람은 짚신을 신고 몇 발짝 걸어가다 일행이 지나가 버리자 곧 짚신을 벗어 먼지를 털고 얼마나 닳았나 살펴보더니 다시 허리에 찼다. 수원 사람은 길옆에 멈춰 선 채 짚신을 신더니 다시 벗어 먼지를 털고 허리에 찼다."

또 하나의 예화가 있다.

"어느 겨울밤 낡은 가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창호가 다 뜯겨 나가 겨울밤을 지새우려면 풀과 문풍지를 사서 붙여 바람을 막아야 했다. 개성상인은 풀을, 수원상인은 문풍지를 사서 바람을 막았다. 개성상인은 풀이 더 싸다고 생각해 돈이 적게 들어간 것을 기뻐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수원상인이 문풍지를 뜯어 갔다."

개성 사람보다 수원 사람이 검약에는 한 수 위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테니스 원로 가운데 유독 개성 사람과 수원 사람이 많다.

홍종문 전 대한테니스협회장,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장기홍 전 교장, 김정우 산부인과 병원장 이들의 공통점은 개성 사람이다. 이러한 초창기 테니스 인사들 사이에 수원 사람으로 임영석(92) 수원시테니스협회 고문을 들 수 있다. 민관식 장관이 수원농고를 다닌 인연으로 임 고문과 연결고리가 됐다.

4월 5일 수원 만석공원테니스장에 기자는 경기도여성연맹 화보촬영이 있어 들렸다가 비로 인해 클럽하우스에 머물게 되었다. 클럽하우스내 장식장에 신기한 것이 눈에 띄었다. 우리나라 동호인 테니스의 효시인 40여전전 노동(老童)테니스 트로피와 상패, 프로그램북들, 사진 액자가 걸려있었다. 한국테니스사였다. 이런 소중한 것을 기증한 분을 찾으니 임영석 고문이라는 것이다. 그길로 임 고문의 연락처를 찾아 인터뷰 요청을 했다.
임 고문은 한국테니스사를 꿰뚫고 있는 인사 가운데 하나라는 이야기도 익히 들은 바 였다. 수원 임고문 자택을 방문하니 우선 책꽂이에 최근 30년간 테니스대회 프로그램북이 빼곡히 꽂혀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프로그램북에 담겨 있는 대진표에 1회전부터 스코어가 적혀 있다. 임고문은 테니스 대회마다 쫓아다니면서 기록도 하고 관전을 했다. 육영수여사배 첫 대회 프로그램북도 소장하고 있다. 테니스사의 역사자료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선뜻 한국테니스박물관이 생기면 기증하고 싶다는 의사도 받아 놓았다.

'수원 사람' 임 고문의 테니스 사랑은 그저 자료 모으고 대회 쫓아 다닌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임 고문은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1·세계랭킹 93위)이 투어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에게 묵묵히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은 숨은 공로자중 한명에 든다. 정현의 아버지 정석진씨가 그간 아들의 성장에 도움을 준 손길 가운데 임 고문을 기억하고 있다.
임 고문이 경기도체육회 이사시절 정현의 아버지인 정석진(전 수원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 씨를 목포 소년체전에서 만났다. 정석진씨가 남자중학부에서 우승을 했다.건국대를 졸업한 정석진씨가 삼일공고 교사로 오면서 그 인연을 이어갔다.

정석진씨와 인연을 맺은 임 고문은 이후에도 정현과 형인 정홍(현대해상)에게 관심과 후원을 했다. 임 고문은 정현이 미국 오렌지볼 12세부에서 우승하자 "수원에서 인재가 나왔으니 사람을 만들자"고 수원 테니스인들과 뜻을 모았다. 수원에서 이런 인물이 나온 것은 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정현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야 한다며 수원지역 뜻있는 인사에게 모금을 했다. 그런데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래서 임 고문은 자신이 한 말도 있고 해서 5년간 “고기 사먹이라”며 부모에게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금액을 봉투에 넣어 전했다. 그저 스포츠가 좋아서 테니스가 좋아서, 수원에서 인물이 나와서 좀 거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정현이 테니스 꿈나무로 불리며 각종 국제 주니어 테니스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대회장에 초청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임 고문은 사재를 들여 훈련 지원금과 격려금 등으로 정현의 성장을 위해 지원할 정도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

임 고문은 이순대회때마다“참가자들 모두 테니스를 통해 서로 화합하며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수원이 낳은 ‘테니스 스타’ 정홍ㆍ정현 형제가 한국을 빛낼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춘천소양강배 어르신대회(대회장 한광호)에서 뵌 임고문은 여전히 정현이 잘 되기만을 기다리고 계신다. 임 고문의 소원은 살아생전 정현이 투어에서 우승하고 그랜드슬램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임 고문의 테니스 사랑은 사실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공공코트로 지어진 장충장호테니스장이 1973년 개장한 것보다 3년전에 수원 중심지 3000평 자신의 부지에 테니스코트 4면을 지었다. 수원 사람이 앉은 자리에 풀도 안난다하고 밥 먹을때 조기를 천정에 매달아 한번만 쳐다보고 밥을 먹게 했다고 할 정도로 '자린 고비'의 대명사가 수원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린 고비'도 테니스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쓴다.

애초에 수원만석테니스장 클럽하우스 2층 사무실내에 자신이 기증한 한국테니스 관련 트로피와 자료 100여점이 전시됐다. 하지만 테니스하기 바쁜 사람들이 1층이나 코트는 뻔질나게 드나들어도 2층에는 도통 올라가질 않았다. 이를 유심히 지켜 본 임 고문은 장식장 값을 내어 사람이 많이 다니는 1층 입구에 전시했다. 그래서 한국테니스사 사료 찾아다니는 기자의 눈에 들게 되었다.

이해타산에 밝고 실리에 밝은 사람들의 삶과 정서 속에서 수원 사람을 깍쟁이라 한다. '수원 사람' 임 고문의 한국테니스에 대한 합리적인 사랑정신이 돋보인다.

 

   
 

 

임영석 고문은

1926년 1월 17일 수원생
중앙고 축구부 선수
서울대 체육교육과
인천 박문여고-수원중고등학교 교사
수원시 농구협회장
경기도 체육회 부회장
한국시니어연맹 고문
경기도테니스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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