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달

프로데뷔 17년차에 접어든 31세의 라파엘 나달이 3년만에 세계 1위를 탈환하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2017년 성공의 열쇠는 바로 굴하지 않는 집념, 그릿(Grit)임이 데이터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

세계적인 전문 기술 컨설팅업체 인포시스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테니스 선수와 경기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ATP가 18일 ‘라파엘 나달이 상위 100위 선수들 중 유일하게 하는 것’ 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통계결과를 발표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스코어가 15-40 으로 뒤지는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낸 경우가 50%를 넘는 선수는 2017년 톱 100 선수들 중 나달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달은 올 시즌 총 73번의 위기상황을 맞았지만 그 중 50.7%에 해당하는 37번이나 스코어를 뒤집으며 브레이크를 모면한 것이다.

▲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한편, 세계랭킹 8위에 오르며 역시 자신의 커리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리고르 디미트로프가 73번 중 35번 (47.9%)으로 두 번째로 높은 성공율을 보였다. 전체적으로는 상위랭킹 선수들일수록 위기관리능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위-25위 33%, 26-50위 28%, 51-75위 27%, 76-100위 24%).

이해를 돕기 위해 비등한 실력의 상대와 훈련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면, 15-40 스코어에서 시작하는 서브게임 10개를 했을 때 점수를 뒤집고 3게임을 가져가면 세계 100위 선수들의 평균치(28%) 정도의 성공율을 보이는 것이다. 나아가 만일 5게임을 가져간다면 현 세계1위 정도의 자부심을 느껴도 될만하다는 얘기다.

실제 프로테니스 세계에서 15-40의 브레이크포인트 위기는 경기결과를 판가름낼 수 있는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이번 달 상하이에서 열렸던 2017 롤렉스마스터즈 3회전 경기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가 라켓을 집어던지고 발로 밟아 뿌러뜨리고 급기야 아이스박스까지 부숴버리며 분을 참지 못했던 것은 바로 3세트 2-2, 40-15로 앞서나가던 게임스코어를 지키지 못하고 브레이크 당한 순간이었다. 반대로 상대선수 후안 마틴 델 포트로는 15-40으로 뒤지던 포인트를 뒤집으며 결국 3-6, 7-6(5), 6-4 로 승리를 가져갔다.

경기 후 즈베레프는 “40-15로 앞서고 있던 게임을 지키지 못하고 단 한 번의 브레이크를 허용함으로써 결국 패하게 되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나달의 위기탈출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나달에게 있어 서브를 이용한 포인트 획득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광속 서브는 그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이고, 서브에이스 순위는 33위로 이번 시즌 75 매치에서 278개로 매치당 평균 3.7개의 에이스를 냈을 뿐이다. 게다가 나달은 서브 루틴이 길어 타임 바이올레이션 경고에 누구보다 취약한 편이라 서브에 민감한 경우도 많다. 2017년 라 데시마를 기록한 롤랑가로스에서도 “제발 서브 때 나를 불편하게 만들지 말아달라. 나는 테니스 치는 기계가 아니다” 며 호소했었다.

이런 그의 서브게임을 뒷받침하는 힘은 바로 불안정한 상황일수록 빛을 발하는 강한 정신력이었다. 특히 위기의 순간을 맞아 포기하지 않고 반격에 성공하는 끈기에 있어서는 가히 라파엘 나달을 넘어설 선수가 없음을 이번 통계결과를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