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대회인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달러)이 프랑스오픈 올해 우승자 `닥공' 옐레나 오스타펜코(20)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국내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가 없이 열린 투어대회였지만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친 오스타펜코가 출전하면서 테니스팬은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등 `오스타펜코 신드롬' 속에 뜨거운 관심을 모을 수 있었고 더구나 오스타펜코가 준결승과 결승전에서 대 역전극을 펼치며 당당히 우승해 극적 효과는 만점이었다.

특히 결승전이 열린 25일 올림픽공원테니스코트에는 9천여명의 관중이 스탠드를 가득 메워 지난 88년 서울올림픽 결승전, 2004년 윔블던 우승자 마리아 샤라포바가 출전한 제1회 한솔코리아오픈 이래 최대 관중이 들어차 그동안 팬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아 설움을 겪어오던 한국 테니스의 가능성과 그 규모를 재확인했다.

16일 예선전부터 결승전이 열린 25일까지 대회를 찾은 관람객은 최소 4만명은 될 것으로 대회조직위원회측은 추산했다.

타이틀스폰서인 KEB하나은행·인천공항이 내세운 `오스타 카드'가 적중한 셈이다. 14년째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를 맡아 대회를 가꿔 온 이진수 대표는 애초 지난 1월말 호주오픈부터 흥행성을 고려, 실력과 함께 미모를 갖춘 해외 선수를 물색하던 중 프랑스오픈때 오스타펜코 측과 접촉했다. 그러던중 오스타펜코가 프랑스오픈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테니스의 `요정'으로 떠올라 대박으로 부풀어버렸다. 국내 방송과 신문에서 프랑스오픈 우승자 오스타펜코가 소개 되었다. 국내 팬들은 '도전 정신과 불굴의 역전 용사' 오스타펜코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거액의 초청료를 아끼지 않고 오스타펜코를 불러들인 대회조직위는 오스타펜코의 경기 첫날 3300여명의 관중이 밀고 들어오자 적잖이 놀랐다.

87년부터 10년간 개최했던 남자프로테니스(ATP) KAL컵대회 결승도 간신히 4천명을 넘겼던 점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였다. KAL컵이 대회 기간 최소 관중 충족 규정을 지키지 못해 ATP로부터 `퇴출'당한 것에 비하면 여자테니스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셈이다.

오스타펜코의 열풍은 2회전, 8강전에 넥타이부대가 오후시간에 몰려들면서 점점 가열됐다. 연일 방송 전파를 타고 코리아오픈이 중계되자 급기야 준결승전이 열린 23일에는 코리아오픈 14년 역사상 최대로 많은 7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결승전은 경기 개시 4시간전부터 경기장 문을 열어달라는 팬들의 거센 요구가 들이찼다. 결국 전광판 뒷자리를 뺀 관중석이 팬들로 가득 찼다.

코리아오픈은 흥행 성공이었다. 하지만 국내 스타 발굴은 외면한 채 언제까지 해외 스타에 의존해야 하느냐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 선수들이 모두 1.2회전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하고 오스타펜코, 룩시카 쿰쿰을 포함한 해외 선수들의 잔치가 돼버린 이번 대회는 흥행을 노린 이벤트성 대회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테니스 관계자는 "국제대회가 이벤트성 행사에서 팬심을 확인한 만큼 국내 테니스 스타 발굴과 육성, 저변 확대라는 두 가지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대회에 자주 출전한 태국의 쿰쿰은 준결승때 오스타펜코를 이길 기회도 잡는 등 실력을 보여 한국 선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코리아오픈 이진수 토너먼트 디렉터는 "후원사와 선수, 관중이 어우러진 역대 최고의 대회라고 자부한다"며 "적절한 기회에 오스타펜코 선수가 참가해 테니스에 대한 관심을 '살짝' 불러 일으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