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에이스 룩시카 쿰쿰이 코리아오픈 4강에 오르며 파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룩시카 쿰쿰(태국, 155위)은 22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2017 WTA투어 KEB하나은행 인천공항 코리아오픈 8강전에서 4번시드 소라나 크리스테아(루마니아, 52위)를 6-3, 6-1로 완파하고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예선부터 시작한 쿰쿰은 단식에서 5승, 복식에서 2승을 올리며 단복식 모두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쿰쿰은 대역전극을 펼쳤다. 1세트 자신의 첫 서브게임을 잃고 0-3까지 끌려가던 쿰쿰은 이후 무려 11게임을 연속으로 따냈다. 순식간에 2세트 5-0까지 앞서며 승리를 기정사실화 했다. 믿을 수 없는 흐름이 이어지자 크리스테아는 라켓을 집어던지고 부러뜨리기까지 하며 체어 엄파이어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반면 쿰쿰은 악착같은 플레이로 공수에서 경기를 지배했다.

쿰쿰은 23일 오후 2시에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1번시드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10위)를 만난다. 오스타펜코는 쿰쿰의 경기에 이어 열린 베로니카 세페데(파라과이, 77위)와 8강전에서 6-3, 6-1의 완승을 거뒀다.

쿰쿰은 크리스테아를 꺾은 데 이어 오스타펜코마저 위협하며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유럽 스타일과 아시아 스타일의 공격 테니스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토요일을 맞아 경기장에 찾아올 관중들에게 이번 대회 가장 흥미로운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아래는 경기 후 일문일답.

- 대회 4번시드일 정도로 강한 상대에게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은
=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도전자의 입장이라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 상대는 평소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

- 1세트 초반 0-3으로 밀렸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 스트로크를 할 때 너무 서둘렀던 것 같다. 0-3 이후에 타이밍과 타점에 신경을 쓰면서부터 내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다.

- 준결승전에서 오스타펜코를 만나는데, 어떤 전략으로 맞설 것인가
= 이전과 같이 잃을 게 없다는 자세로 내 플레이를 할 것이다. 모든 상대가 어렵지만, 오스타펜코는 특히 뛰어난 선수라는 걸 인정한다.

- 오스타펜코와 같은 톱플레이어와 경기해본 적이 있는가
= 페트라 크비토바가 세계랭킹 6위일 때 이겨본 적이 있다.

- 오늘과 같이 11게임을 연속으로 따낸 적이 있었나
= 그런 적은 없었다. 오늘은 매 게임에 집중했지, 몇 게임을 연속으로 가져왔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코치가 11게임을 연속으로 따냈다고 말해줘서 그 사실을 알았다.

- 상대가 경기 중에 라켓을 부러뜨리는 등 화를 냈는데, 그런 행동들로 인해 정신력 싸움에서 앞섰다고 생각하나
= 아무래도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11경기를 연속으로 잃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보통 그렇게 화를 심하게 낸 뒤에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는데, 오늘 상대는 그렇지 못했다.

- 어제 2회전에서 세페데(파라과이)가 패배의 위기에 몰렸다가, 파라과이 대사 일행이 관중석에서 국기를 펼쳐들고 응원을 시작하자 역전승을 거뒀다. 내일(23일)은 토요일이라 한국에 사는 태국인들이 응원하러 올 수도 있는데
= 태국인들이 응원을 해준다면 행복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될 것이다.

-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자주 참가하는데, 한국인들이 응원하며 외치는 짧은 한국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
= ‘파이팅’ 하고 외치는 걸 알아듣는다.

- 만약 상대가 드롭샷, 네트 대쉬 등 변칙적인 플레이를 구사한다면, 자신은 장기인 베이스라인 플레이로 맞설 것인지
= 평소에 로브나 발리, 슬라이스 등을 연습한다. 상대가 어떤 샷을 구사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변칙적인 플레이를 염두에 두긴 하지만,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내 장점을 살리는 방법으로 맞설 것이다.

- 테니스를 목숨 걸고 하는 편인지, 아니면 승패와 관계없이 경기를 즐기려 하는지
=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랭킹 포인트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경기를 즐긴다는 마인드를 유지한다.

- 유니폼이 여자 선수들이 선호하는 화려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어려서부터 예쁜 유니폼을 입고 싶은 생각은 안했던 건지
= 어려서부터 머리를 짧게 깎는 등 남자 같은 스타일을 좋아했다. 유니폼 스폰서 업체 측에서 프로답게 화려한 유니폼을 입으라고는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는 남자 같은 스타일의 유니폼을 좋아한다.

- 경기를 할 때 카메라 셔터 소리에 신경이 쓰이지 않는지
= 보통 다른 선수들도 가끔 그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사진기자도 자신의 일을 하는 것이라 존중한다. 사실 나도 사진 찍는 게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