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회 스폰서 조사·컨설팅 전문업체인 IEG에 따르면 국제 테니스대회에 대한 기업 후원 총액은 연간 7억4000만 달러(2014년 기준, 약 8558억 원)에 이른다. 이 수치는 2000년대 들어 해마다 4~8%씩 꾸준히 증가해왔다. 기업으로는 미국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 그랜드슬램 공식 타임키퍼 롤렉스, 세계최대 배송업체 페덱스, IBM, 에미레이트항공 등이 후원순위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자동차, 식음료, 이동통신, 운송, 가전 등 다양하지만, 특히 금융기업의 테니스 마케팅이 두드러진다. 그랜드슬램 대회만 해도 윔블던의 HSBC, 호주오픈의 ANZ, 프랑스오픈의 BNP파리바와 마스터카드, US오픈의 체이스, J.P.모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금융사들이 메이저 후원사다.

ATP투어 대회에선 ABN AMRO은행(월드토너먼트), 선코어보험(브리즈번인터내셔널), 이타우은행(마이애미오픈), 시티뱅크(시티오픈), 방크사바델(바르셀로나오픈), 크레딧아그리콜(스위스오픈), 웨스턴&서던금융그룹(웨스턴&서던오픈), BB&T(애틀랜타오픈), 에르스테(에르스테뱅크오픈), BRD(나스타세티리악트로피), 모스크바은행(크레믈린컵), ASB(ASB뱅크클래식), 바클레이스(월드투어파이널) 등 많은 금융기업이 자사의 이름을 내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금융기업이 테니스 대회 후원에 적극적인 것은 신뢰가 최우선 가치인 금융업계 속성상 이미지 홍보와 기업·개인 고객관리에 적합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중에서도 테니스와 가장 깊은 관계를 맺어온 금융사가 BNP파리바다.

BNP파리바와 테니스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1973년. 당시 프랑스테니스협회가 프랑스오픈 경기장인 로랑가로 센터코트 로열박스 공사를 할 때 BNP파리바가 금융동원을 맡았다. 이를 계기로 BNP파리바가 프랑스오픈의 메인 스폰서가 됐다. 스포츠 마케팅이 본격화되지 않은 40여 년 전 일찍이 테니스와 손을 잡은 것이다. 이후 BNP파리바와 테니스는 줄곧 찰떡궁합을 과시해왔다.

프랑스 2위 브랜드가치

2002년부터 남녀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과 페드컵 메인 스폰서를 맡아 금융업계의 테니스 마케팅 선두주자 자리를 굳혔다. BNP파리바 오픈(ATP, WTA), BNP파리바 마스터스(ATP), BNP파리바 다이아몬드 게임(WTA), BNP파리바 WTA파이널(WTA) 등 투어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도 맡고 있다.

현재 BNP파리바 그룹 통틀어 매년 후원하는 프로와 아마추어 대회는 550개에 달한다. BNP파리바는 테니스와 연계한 교육·사회활동 지원을 고객 서비스, 사회공헌, 글로벌 인지도 향상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융업계 최고 파트너인 점을 살려 <We Are Tennis>란 제호의 테니스 전용 영문 홈페이지(www.wearetennis.com)까지 만들었다. 2011년 문을 연 이 사이트는 그 자체로 세계 테니스 뉴스와 분석,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유력 매체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도 ‘BNP파리바 아마추어 오픈’ 대회를 창설해 동호인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올해는 2000 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월 2일부터 부천, 구리 등 대형 테니스장에서 열린다. 한국 BNP파리바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주최한 이 대회는 아마추어 대회 최상위 등급인 MA그룹이다. 테니스 인재 양성을 위해 7~12살 어린이 100명을 대상으로 한 테니스 교실을 열고 테니스 꿈나무 장학금도 수여한다.

BNP파리바는 파리에 본부를 둔 프랑스 최대 시중은행이자 투자·무역·보험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그룹이다.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1848년 설립된 파리나시오날어음할인은행이 시조다. 이 은행은 1969년 합병을 통해 주식 전량을 정부가 보유한 국영은행 방크나시오날드파리(BNP·Banque Nationale de Paris)가 됐다.

이어 투자은행 파리바금융(Cie Financiere De Paribas)과 2000년 합병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초록색 네모 상자 바탕에 별 모양의 새가 날아가는 로고가 만들어진 것도 이때다. BNP파리바는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 조사에서 프랑스 브랜드 중 2위를 기록했다. 브랜드가치가 161억7000만 유로(약 20조 원)인 루이뷔통에 이어 58억5000만 유로(약 7조2000억원)로 평가됐다. 유로통화권 최대 금융사다운 엄청난 인지도라 할 수 있다.

BNP파리바는 현재 자산 기준 세계 3위 은행이다. 포천의 전체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도 18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국내에 2000여 개 지점, ATM 3500대를 두고 개인 600만 명, 기업 6만 여 곳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세계 85개국에 해외 지점에서 있으며, 종업원 수는 유럽지역 14만5000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 20여만 명에 이른다.

국내에는 1976년 진출한 이래 서울지점과 BNP파리바증권 등 BNP파리바카디프생명, BNP파리바 카디프손해보험 등 자회사를 두고 있다. 2002년에는 신한금융지주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합작 설립해 자산투자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계기로 BNP파리바는 신한금융지주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