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세 번째로 투어 8강에 진출한 정현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할 기회를 잡았다.

세계 49위 정현(한국체대, 삼성증권 후원)은 24일(이하 한국시간) ATP250시리즈 윈스턴세일럼오픈 3회전(16강)에서 줄리앙 베네토(프랑스, 107위)를 56분 만에 6-4, 1-1 Ret. 기권으로 이기고 8강에 올랐다.

기자가 본 경기에서 정현은 확실히 월등했다. 상대가 36살 노장이었지만, 정현은 자신의 볼을 과감히 구사했다. 베이스라인 스트로크로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베네토는 능숙한 발리 플레이로 정현을 압박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정현은 올해 프랑스오픈 당시를 연상시키는 스트로크로 베네토의 역동작 리커버리(회복)를 어렵게 만들었다. 또한 백핸드는 체인지업으로 구사하며 베네토의 발목을 잡았다.

정현은 베이스라인에서 쭉쭉 뻗는 스트로크가 주무기이다. 베이스라인 플레이어들과의 경기에서는 이길 확률이 높다. 지난 10일 로저스컵(ATP1000시리즈) 다비드 고팽(벨기에, 13위)과의 대결에서도 정현은 굉장히 단단했다. 스트로크에 빈틈이 없었으며, 현란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그러나 정현은 스트로크만 가지고는 상대를 이길 수 없었다. 중요한 순간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현은 지난 5월 뮌헨 BMW오픈(ATP250시리즈) 준결승에서 기도 펠라(아르헨티나, 73위)에게 6-4, 5-7, 4-6로 아쉽게 역전패를 당해 생애 첫 투어 결승전에 진출할 기회를 놓쳤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클레이코트 시즌 내내 경기력으로는 문제가 없었으나, 이 경기부터 중요한 포인트와 게임에서 멘탈이 무너지는 경향을 보였다.

멘탈의 문제점은 최근 북미하드코트 시즌 애틀랜타오픈 1회전 토미 폴(미국, 159위), 웨스턴앤서던오픈 1회전 펠리시아노 로페즈(스페인, 35위)와의 경기에서도 발견됐다. 두 선수는 쇼맨십이 강하다. 경기가 잘 풀리면 두 손을 들어 올리며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어 내고, 팬들의 환호를 즐긴다. 경기 분위기가 자신 쪽으로 기울면 하늘을 찌를 듯 상승세를 타는 것이다. 정현은 이들과 묵묵히 대결을 펼쳤지만, 승부처에서 멘탈을 잃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며 패하고 말았다.

이런 점에서 정현에게 이번 대회는 US오픈을 목전에 두고 멘탈 정비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베네토와의 경기에서 겉으로는 쉽게 이긴 것처럼 보였지만, 심리적인 부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보였다.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았고, 경기가 잘 풀려나갈 때도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지난 23일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 54위)와의 2회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문가들의 시각에서도 멘탈 정비는 정현이 한 단계 성장하는데 필수적이다. 지난 23일 테니스피플과 인터뷰에서 이형택 원장은 “그동안 정현은 톱10 선수들을 이기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한 나달, 조코비치와의 경기에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많이 얻었다” 며 “정현의 플레이에 대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자신의 심리적인 안정이 필요하다.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난다” 고 강조했다.

정현은 25일 윈스턴세일럼오픈 8강전에서 다미르 주뮈르(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67위)와 맞대결한다. 주뮈르와는 지난 3월 마이애미 마스터스 1회전에서 만나 매치포인트를 다섯 번이나 잡았으나 6-3, 1-6, <1>6-7로 패한 바 있다. 따라서 정현에게는 이번 재대결이 자신의 달라진 멘탈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