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 설악산 야영장에 설치된 실내테니스장

올해 초 강원도 속초 설악산 야영장내 간단한 실내테니스장을 개장했다. 그동안 눈이오나 비가오나 한면에서 동호인 레슨과 어린이 테니스교실이 열렸다. 그런데 이번 8월 10일~12일에는 강원도 지역 테니스 지도자와 학교 교사를 상대로 지도자 강습회가 열렸다. 주최는 한국테니스지도자연맹(회장 정용택). 강사는 이재화, 송정환 부회장, 김성일 거진초등학교 코치였다.

이들 세 지도자는 강습회에 모인 수강생 11명을 놓고 2박3일간 밤을 새워가며 정해진 교육 내용을 펼쳤다. 현직 동호인 레슨을 하는 지도자에게는 내용있는 지도법 등을 전달했고,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학교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어린이테니스 교육방법을 전달했다.

강습기간 내내 비가 내렸음에도 실내코트 하나에서 교육을 소화해냈다. 드디어. 필기 시험과 실기 시험. 필기 시험은 인근 식당에서 치러졌다. 식당이 시험장으로 변한 것이다. 실기 시험을 위해 초등학교 학생들이 레슨생으로 등장했다. 수강생들의 실기 실력을 테니스트하기 위해 임시 레슨 대상자로 참여시켰다.

밤새워 익힌 기술과 줄쳐가며 외운 테니스 지식 등이 어우러져 필기와 실기 시험을 무사히 마친 수강생들에게서 역대 강습회에서 보이지 않은 모습들이 나왔다. 수강생 중 한명이 강습회 말미에 일어나 강사들에게 다가갔다.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며 강사에게 전했다. "우리들의 정성입니다. 받아주세요"하면서. 2박3일간 강습회 기간동안 강사들이 수강생에게 보여준 열정에 감동을 받은 나머지 수강생들끼리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전달한 것이다. 이들 수강생의 마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더위중에 실기테스트를 위해 참여한 학생들에게도 마음을 전달했다.

아울러 수강생들이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유익했다. 진작 이런 강습회에 참여하지 못해 후회가 됐다. 테니스가 더욱 재미있어졌다. 선수출신이지만 은퇴후 테니스를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는데 이번 강습회를 통해 내가 무엇을 앞으로 해야하는 지 확실하게 알았다. 정년퇴직후 트럭에 어린이테니스장비를 싣고 전국을 다니면서 어린이들에게 테니스를 보급하겠다"등등 수없는 미래지향적 이야기들이 나왔다.
 
이번 강습회에서는 숙박하지 않는 속초 인근 수강생에게 20만원, 숙박을 하는 원거리 지역 수강생에게는 2박3일간 25만원의 강습료로 행사를 치렀다. 인근 숙박시설의 저렴한 임대와 교육장소인 실내코트의 무상 임대, 강사들의 헌신적이 노력이 어우러져 감동어린 모습들을 연출해 낸 것이다. 한국테니스지도자연맹의 '찾아가는 강습회'의 모습이었다.

흔히 우리사회가 병들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자살을 하고 동료를 왕따시키고, 심지어 묻지마 범행들이 사회 곳곳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소외된 사람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돈과 출세, 성공이 사회적 기준이고 사람 평가의 잣대가 지배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회로 바뀌었고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회구조로 만들었기에 부모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애를 쓰고 가정은 돌보지 않으며, 자녀들에게도 먹고살 궁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학의 학과를 결정해 준다. 그런데 사람이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사는 것에 앞서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 앞서서 결정해야 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속초 한 실내테니스장에서 열린 지도자 강습회는 적은 비용으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필요한 것을 전달해 준 행사였다. 사람들끼리 감동을 받은 행사로 요약된다. 테니스로 인해 할 수 있는 영역의 일들이 참 많은 셈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속초강습회만 같은 것이 16개 시도에서 한 번씩만 매년 열렸으면  더할 나위 없어 보인다.   사진 김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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