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양구테니스파크에서 열리고 있는 제33회 전국하계대학테니스연맹전 및 제9회 회장기에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실내 3층 본부석을 올라 와 선수들에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교수가 있었다. 정년을 코 앞에 둔 한국체대의 김석환 교수였다. 

 

그는 중학교 때 처음 테니스를 시작해 대학교까지 선수생활을 하다가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대구에 있는 정화여고 교사로 첫 발령을 받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테니스 팀을 창단해 일선에서 선수를 육성한 것이 지도자로서의 첫 발걸음이었다.  

 

1984년 9월 1일자로 한국체대의 발령을 받아 33년 동안 대학테니스에 몸담았다. 김석환 교수는 “84년 처음 발령받았을 때 여자 팀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 김남숙, 최을선을 주축멤버로 전국여자대회(실업팀 포함)를 석권했다. 85년도에는 남자팀을 창단해 이진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체대는 남녀팀 모두 전국대학대회와 한국선수권까지 우승, 준우승을 했다”며 “옛 생각을 떠오르면 이진호와 장의종, 김재식(남자 국가대표 감독), 정석진(정현 투어 트레이닝 코치) 등 90년도에 한국테니스를 주름잡았다. 지금은 오랜 추억으로 남아지만, 첫 대회부터 시작을 화려하게 했다”고 말했다. 

▲ 1984년 10월 26일 한국체대의 최을선이 대학테니스연맹전 여대부 2관왕을 차지했다는 동아일보 8면 기사

김 교수는 경북대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국제 심판과 1988년 서울 올림픽대회 임원으로서 활발한 활동과 이력을 쌓아 올렸다. 2001, 2003년도에는 북경 하계유니버시아드와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여자대표팀 감독을 지냈다.  

 

 

기억에 남는 선수로 김 교수는 “제자중에 김은아 선수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며 "실업선수를 하다가 한국체대에 입학해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활동했고, 여자팀들의 사기를 많이 올리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한국체대에서 그의 지도력이 입소문타기 시작해 1992년도에 교육방송 ‘직업의 세계’코너에서 88서울올림픽 국가대표 최부길 총감독과 함께 출연해 테니스 강사가 되기 위한 자격조건, 근무여건 등의 직업정보와 전망을 소개했다. 또한, EBS TV 프로그램 <함께 해봅시다>의 테니스 편을 6차례 출연하며 테니스 기본기 등을 소개했다. 김석환 교수는 “그 당시만 해도 테니스가 대중화될 시기였다. TV 방영을 하면서 테니스의 모든 것을 알려주고, 나 또한 공부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국내테니스 흐름을 다 체크하고 있었다. "정현이 활약하면서 한국테니스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본다. 슬럼프를 극복하고 세계무대에 나가 대등하게 붙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다. 그 뒤에 이덕희, 권순우, 홍성찬 등 어린 선수들이 큰 활약을 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며 “반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여자선수층이 얇다는 게 안타깝다. 지금 시기에 대대적으로 혁신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 부분이 안 바뀌면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은 힘들다고 본다”고 지적을 했다.  

▲ 한국체대 여자선수들과 마지막 고별촬영을 하고 있다

작년 11월 뉴 테니스 바이블 책을 내면서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테니스 기본기를 책으로 알려줬다. 김 교수는 “십여 년 전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가진 테니스 책을 내려고 했다”며 “퇴직하기 전에 테니스입문자들이나 동호인, 감독들에게 보탬이 되고 싶어 일조했다. 기존에 있는 테니스 책(기술)들은 거의 외국 책을 보고 번역한 게 많다. 뉴 테니스 바이블은 그립부터 섬세한 명칭과 스텝, 스윙 등을 자세히 썼다. 52년 동안 테니스 선수 및 감독에 바탕으로 쓴 책이다. 그리고 내방에는 외국 테니스 책과 국내 테니스의 대한 모든 자료들이 있다”고 말했다.

 

만 65세로 정년퇴직을 하는 김석환 교수는 퇴직을 하고 나서도 테니스로 제 2의 인생을 찾아 나선다. 그는 “퇴직을 하고 나서 동호인들에게 테니스티칭과 환경이 어려운 선수들에게는 후원 및 재능기부를 할 것”이라며 “일반 동호인대회나 외국 시니어부에도 출전해 평생 테니스를 즐기면서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85년도 제1회 전국하계대학테니스연맹전을 창설한 김석환 교수는 퇴임 마지막 대회에서도 자신이 창설한 하계대학연맹전(33회) 여자부에서 한국체대(단체전)를 우승으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