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젤리크 케르버 사진 황서진 기자

지난해에는 비가 연일 내리고 기온이 떨어져 겨울 그랜드슬램이었다면 올해는 30도가 웃도는 날씨속에 치러지는 폭염 그랜드슬램이다.

기자실 냉장고에 가득 채워진 물병은 순식간에 없어지고 음료 판매대에서 시원한 마실 것을 사려는 관중들의 줄이 오가는 통행로를 가로막을 정도로 날씨가 더웠다. 샤를르드골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택시속에서 기사는 파리에 이처럼 좋은 날씨가 1년에 며칠 안되다며 날씨에 대해 극찬했지만 맑고 더운 날씨 속에서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은 펼쳐지고 있다.

28일 일요일에 본선이 시작됐다.

일요일 본선 센터코트 저녁 경기에 프랑스 선수들을 배정했다. 톱스타들이 아닌지라 필립 샤트리에 경기장은 듬성듬성 빈자리가 많았다.

이번 대회 특징은 여자부의 경우 누가 우승할 지 모를 정도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1번 시드 안젤리크 케르버가 1회전에서 코리아오픈에 자주 출전한 에카테리나 마카로바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

괴한의 습격으로 부상입고 복귀한 페트라 크비토바는 1회전을 무난히 통과해 그나마 윔블던 2회 우승자로서 이번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게 됐다.

코리아오픈 출전해 관심모았던 한국계 미국선수 루이사 치리코는 라트비아 엘레나 오스타펜코에게 패해 1회전 탈락했다. 루이사의 엄마가 관전을 했고 한국에서 온 기자라고 하니 반가워했다. 루이사는 첫세트 끌려다니다 6대4로 이겼지만 남은 두세트를 3-6 2-6으로 내줘 역전패했다. 길게 뻗는 스트로크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지만 첫 서브 폴트가 많아 힘들어 했다.

이날 여자 경기에 눈길을 끈 것은 일본의 단신 나라 구루미와 지난해 프랑스오픈 주니어 여자단식 우승자 아만다 아니시모바(미국)의 경기였다.

나라 구루미가 3-6 7-5 6-4로 이겼지만 주니어 마치고 바로 프로무대 그랜드슬램 본선에 출전한 아니시모바의 포핸드가 앞으로 여자테니스계 관심 받을 정도로 득점력이 좋아 보였다. 나라 구루미는 지난 3월 오사카의 한달 레슨생 3천명을 보유한 에사카테니스센터에서 소속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날 일본 코칭스태프 7~8명이 모여 나라 구루미를 열심히 응원한 결과 역전승해 2회전에 진출했다. 첫날 6번 코트에는 일본 선수들 경기를 3명이나 배정할 정도로 대회본부는 일본 팬들의 관전 편의를 제공했다.

일본 선수 다니엘 타로, 나라 구루미, 스기타 유이치가 6번코트에서 차례로 경기를 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다니엘 타로와 나라 구루미가 2회전에 진출한 반면 스기타 유이치는 일몰로 36 36 76 42로 마치지 못했다.

일본 선수들은 남자 7명 여자 10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해 아시아 테니스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저기서 일본선수들과 기자들이 있고 일장기를 든 팬들이 지난해보다 많아 보여 테니스 국력이 날로 성장하는 느낌이다. 중국은 남자 1명 여자 10명, 총 11명이 출전했고 우리나라는 정현, 이덕희, 장수정, 한나래 등 4명이다.  국가별로는 프랑스가 58명, 미국이 57명, 스페인이 28명, 이탈리아 20명이 출전했다.

프랑스오픈의 특징중 하나는 야간 경기가 없다는 점이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편한 점이다. 조명이 없어서 저녁 8시반이면 새로운 경기나 새로운 세트에 들어가지 않고 다음날로 경기를 미룬다. 대회가 열리는 파리는 위도가 평양보다 높은 지라 저녁 10시가 되어야 어둑어둑해진다. 

▲ 일본 다니엘 타로. 수비가 좋아 저지 야노비치를 스트레이트로 이겼다

▲ 나라 구루미의 백핸드 . 한낮에 시작된 경기가 어둑어둑해질때까지 진행됐다. 결국 어린 미국 선수를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