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니스를 보는 재미가 쏠쏠해졌다. 정현의 투어 경기에 이어 국가대표 이덕희와 권순우의 경기 보는 재미가 보태졌다.
지난 13일 토요일 총상금 12만5천달러 서울오픈챌린저대회 준결승에서 이덕희와 권순우가 맞붙었다. 상대전적은 이덕희가 1승으로 앞서있는 가운데 다리 근육과 탄탄한 체구로 권순우를 압도했다. 스트로크 뻗어나가기가 파워풀했다. 랭킹도 130위대로 권순우의 200위대 중반보다 100계단이나 높았다. 다들 이덕희의 결승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6-3 6-0 권순우의 승리였다.
지난 2월 우즈베키스탄 에이스 데니스 이스토민과 좋은 경기를 펼친 권순우의 경기 운영이 이날 빛을 발했다. 경기 초반부터 드롭샷으로 베이스라인 뒤에 멀찍이 있는 이덕희를 네트로 끌어들였다. 이덕희의 체력이 초반에 좋아 권순우의 시도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덕희는 경기 초반 이로 인해 조금은 다리가 둔해졌고 스트로크 실수로 이어졌다. 첫세트 게임스코어 3-1로 벌어지면서 권순우가 리드해나갔다.
3-3까지 가면서 이덕희가 분전했지만 그이후 더 이상 권순우를 요리하지 못했다.
경기를 보면서 두 선수가 100위안에 드는 정식 투어선수가 되기에는 경기가 단순했다. 코트에서 펼칠 카드가 별로 없어 보였다. 크로스나 직선 공격 그리고 권순우의 드롭샷 외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 순간 탄성을 지를 만한 샷도 없었다. 권순우가 그나마 어이없는 실수를 안 보인 안정감이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수비에 치중해 베이스라인 뒤에 멀찍이 나가 상대 공을 받아 넘겼다. 코트 뒤가 짧을 정도로 뒤로 물러나 떨어지는 공을 처리했다.
결승전에서 권순우가 상대 파비아노 선수에게 역전패한 것도 자꾸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 진 것 같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이덕희와 권순우는 상대전적 1승1패를 갖고 있다. 이어 부산오픈챌린저 2회전에서 맞대결 한다. 이덕희가 이길까, 권순우가 이길까. 누가 베이스라인에 가까이 붙느냐에 승패가 결정된다. 베이스라인 뒤로 멀찍이 나가 있으면 지고 가까이 붙으면 이긴다. 이덕희가 서울오픈준결승의 패배를 설욕하려면 베이스라인에 붙거나 안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현장 지도자들에게 물었다. 선수들이 왜 안들어가냐고. 어려서부터 테니스를 익힌 선수는 이기는 게임을 하려면 하나라도 상대공을 더 치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하나라도 더 넘기면 이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들어가 때리다 아무것도 못하고 0대 6으로 끝나느니 뒤로 물러나 4대 6으로 지고 나오는 것이 그나마 할 거 다하고 나와 지도자에게 덜 혼나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베이스 라인 뒤로 물러나면
1) 상대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준다.
2) 수비해야 할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나면 볼 접촉하는 이동거리가 길어지게 된다.
3) 상대 타구의 각도가 더욱 깊어진다.
4) 타구의 스피드가 느려지게 된다. 뒤에서 치면 허리보다 아래에서 치는 것이 많아져 네트를 넘기기 위해서는 스핀량을 더욱 살려야 된다.
하지만 베이스라인 앞으로 나가면
1) 1초도 걸리지 않는 시간이지만, 1초라도 해도 그 시간에 상대가 2~3m 뛸 수 있는 거리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