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는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많은 테니스 스타들의 뒤에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노력이 뒤따랐다.
테니스를 부모의 손에 이끌려 시작했거나 부모들이 자녀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 해 주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직업까지 박차고 뒷바라지에 올인 한 경우가 있다. 어떤 부모들은 그저 묵묵히 지켜보며 자녀의 선택과 꿈을 지원해 온 부모들도 있다. 스타를 만든 부모들의 유형과 그 명암 그리고 바람직한 부모의 지원방향 등을 취재했다.

스타를 만든 부모들의 유형

▲ 2006년 윔블던에서 우승한 뒤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열린 우승자 파티에 로저 페더러의 아버지 로버트와 어머니 리네트가 참석해 아들의 우승을 축하해 주고 있다

과묵지원형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30세)의 부모가 대표적인 케이스. 아버지 로버트와 어머니 린넷은 아들 페더러가 16세 때 “이제부터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아요. 테니스에 집중하고 싶어요” 라고 했을 때, “그러렴, 대신 앞으로 몇 년 이내에 결과가 없으면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라며 아들의 위험한(?) 선택을 존중했다. 페더러가 주니어시절 경기에 지고 나서 분을 못 참아 라켓을 집어 던지고 고함치며 난동을 부릴 때도 그저 걱정스런 눈으로 지긋이 지켜보며 “얘야! 좀 조용히 하렴” 이라고 달래는 것이 전부였을 정도로 자식에 대한 관심이나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 라파엘 나달의 어린 시절

적극개입형
윌리엄스 자매의 아버지 리차드 윌리엄스(미국,70세)는 적극적이다 못해 악명이 높기까지 하다. 리차드는 TV로 여자테니스 경기중계를 지켜보다 우승과 함께 받는 상금규모를 보고는 두 딸을 테니스 선수로 키우기로 결심했다. 두 딸의 손을 잡고 테니스코트로 향했고, 테니스 책과 비디오 테이프를 봐가며 연구했다. 코트 환경은 열악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나있고 때로는 네트까지 없는 코트에서 두 딸을 가르쳤다. 이후 1995년부터는 두 딸을 아카데미에서 데리고 나와 자신이 직접 가르치기도 할 만큼 적극적이었다. 또한 그는 두 딸에게 ‘테니스를 열심히 하지 않거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으면 그들의 인생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라는 사실을 확실히 주지시키기 위해 미국에서도 가장 험한 지역중의 한 곳인 콤튼(Compton)으로 이사를 가서 두 딸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슬럼가나 다름없는 동네의 경찰서에 딸들을 데리고 가서는 유치장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보여주었다. '열심히 바르게 살지 않으면 저렇게 된다'고 가르치기도 했고, 두 딸들이 10살도 채 되기 전에, 캠코더를 틀어놓고 훗날 매스컴의 조명을 받을 때를 대비해서 인터뷰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올인(All-In)형
프랑스 여자선수로는 유일하게 톱 10에 올라있으며, 포핸드와 백핸드 모두 양손을 사용하는 독특한 타법으로 유명한 마리온 바톨리(프랑스,10위,27세)의 아버지 월터 바톨리는 올인형이다. 자신의 딸이 2001년 주니어 US오픈에서 우승하자 내과의사였던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딸의 풀타임(full-time) 코치가 되어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어린이용 라켓으로 연습하게 해서 볼을 정조준 하게 했고 럭비공을 잡게 함으로써 반응속도를 향상시켰다. 한때는 테니스 공을 뒤꿈치에 달아서 발가락으로 서는 연습을 시키기도 하면서 딸을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냈다.

헌신형
세계 1위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25세)의 아버지 유리 샤라포브는 딸이 7살 때 나브라틸로바가 운영하는 테니스 클리닉에 보냈으나, 미국의 닉 볼리티에르 아카데미에서 본격적인 프로수업을 받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를 받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모녀가 미국까지 가는 경비조차 빚을 내야 했고, 결국 1994년 샤라포바가 7살 때 미국에 도착했는데 손에는 700달러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샤라포바의 어머니는 비자문제로 2년 후에나 합류). 샤라포바가 아카데미 입학이 허용될 때까지 레슨비를 벌기 위해 아버지 유리는 접시 닦는 일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허드레 일을 했다. 마침내 샤라포바가 아홉 살이 되던 1995년, IMG와 아카데미 1년 등록금 3만5천달러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된다. 유리는 실제로 딸에게 테니스를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성공할 때 까지 자신을 희생해가며 물심 양면으로 딸에게 헌신했고, 실제로 샤라포바도 정신적으로 아버지에게 크게 의지 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과유불급형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한 법. 몇몇 극성스런 부모들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은 때로는 자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돌발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켜 자식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 사례들을 살펴보자.

1 출입금지, 접근금지, 이혼
1993년 당시 WTA랭킹 14위였던 프랑스의 마리 피어스는 아버지 짐 피어스의 상습적인 구타와 학대에 시달리다 못해 법원에 접근 금지 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수락했다. 또한 딸의 상대선수에게 욕설을 한 혐의로 WTA로부터 모든 대회 출입금지 명령을 받았다. 아내 야니크는 이혼을 요구했다.

2 6천만 달러 날린 부모
2012년 2월, 17년간의 선수생활에서 총 상금만 1700만 달러와 각종 후원계약 등으로 벌어들인 4천만 달러를 포함해 총 6천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스페인의 테니스 스타 산체스 비카리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부모들이 돈을 잘못 관리하는 바람에 자신에게는 한 푼도 남겨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3 부모를 쫓아 낸 바톨리
2011년 윔블던 3라운드 마지막 세트 3-4에서 마리온 바톨리는 갑자기 감정이 끓어올라 관중석에 있는 아버지 월터와 어머니 소피를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가라고 말했다. 결국 그녀의 부모는 관중석을 떠나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게임이 안 풀리자 바톨리는 뭔가 분풀이 할 데가 필요했다. 자신의 부모를 코트에서 쫓아 내 버린 다음, 그 경기를 역전시켜 승리했다.

4 호주대사 협박한 도키치 아버지
전직 레슬러였던 다미르 도키치는 2011년 윔블던에서 자신의 딸 옐레나 도키치(호주,194위,29세)가 1회전에서 패하자, “호주언론의 무리한 인터뷰 때문에 딸이 육체적으로 혹사당했다”며 베오그라드 한 복판에서 호주 대사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 경찰이 그의 집을 수색하자 숨겨둔 불법무기가 발견되었고 그는 징역 15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부모의 역할 어디까지
개인운동이며 어릴 때부터 시작하는 테니스의 특성상 부모의 관여는 필연적이다. 그에 따른 많은 긍정적 성과와 아울러 부작용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국제테니스연맹(ITF)와 미국프로테니스협회(USPTA)는 대학 등 전문기관에 연구 용역을 주어, 부모들의 과도한 집착과 관여에 따른 제반 부작용을 방지하고, 바람직한 부모와 코치의 역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엘리트 선수들을 둔 우리나라의 부모나 코치들도 참고 하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