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데 우리나라에서는 제2의 정현이 나올 수 없다.

 

정현 선수뿐만아니라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이번 호주오픈 예선에서 감동을 선사해 준 세계가 주목하는 이덕희(마포고) 선수 또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학생선수의 진로와 기초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정규수업 이수를 강화하고 이를 지키도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학기 중에는 종목마다 대회를 진행하는 기간이 상이하기 때문에 출전 횟수도 다르게 적용되지만 테니스의 경우는 7일 이상의 경기 일정으로 인해 3회로 제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에 가맹된 경기단체는 53개정도로 종목마다의 특성이 다르다. 하지만 정책은 종목의 특성에 따라 시합 출전 횟수를 정한 것이 아닌 대회 일수를 기준으로 출전 횟수를 정하고 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테니스와 비슷하게 개인종목이면서 동시에 랭킹포인트제(시합에 출전해서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식)로 운영되는 종목들의 경우는 국내·국제대회에 참가해서 포인트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포인트를 많이 획득할수록 상위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주어지고 그래야 정현, 이덕희 선수처럼 꿈의 무대인 그랜드슬램대회(US오픈, 윔블던,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규정은 이러한 실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듯 국내·국제 대회를 포함하여 단 3회 출전으로 참가횟수를 제한해버렸다. ‘랭킹포인트 방식’으로 운영되는 종목은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규정은 앞으로 정현 선수를 목표로 꿈을 꾸고 있는 학생들은 국내에서는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
 
2017년 호주오픈 주니어 대회에는 서울고등학교 1학년 박의성, 중앙여고 1학년 이은혜 선수가 예선전에 출전을 하게 되었고 이은혜 선수는 예선을 통과해서 테니스 선수로 최고의 무대인 호주 오픈 본선 무대에 출전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유망한 선수들이 올해부터는 국제대회를 포함해 3회만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면 내년부터는 호주오픈 무대에서 우리나라 선수들과 관중석에서 휘날리는 태극기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테니스로 정현 선수와 같은 꿈을 꾸고자 한다면 학교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인가? 우리나라 학교체육에서는 정녕 이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선수를 위해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누군가의 말대로 외국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가? 협회, 학교, 교육청, 교육부도 공문으로 시행된 정책에 대해서만 얘기해줄 뿐 이를 타개할 수 있는 해결방법에 대해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기에 현재 자녀를 테니스 종목에 운동시키는 부모들과 선수들의 마음의 상심만 더욱 커져갈 뿐이다.

 

최순실 게이트와 정유라 사건 등의 문제로 운동부와 학교체육을 압박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이전의 학교운동부가, 그리고 현재의 학교운동부가 투명하게 운영되지 못하는 부분 또한 인정한다. 하지만 학교운동부는 자체 청렴도 강화를 위한 노력 및 단위 교육청의 노력 등으로 상당히 투명해지고 발전해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운동선수의 진로를 걱정하고 운동 이후의 삶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이를 정책적으로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종목 및 학교에 대한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관된 정책 자체가 문제이다.

 

종목별 협회와 담당자간의 최소한의 ‘소통’이 있었더라도 이렇게 일관된 정책이 무리하게 시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뛰어나지 못한 학생선수들의 진로 및 미래를 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이나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 그들의 재능이 국내·외를 넘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박세리, 김연아, 박지성, 박태환, 이영표 등 잘 알려진 선수들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을 보고 자란 키즈들이 또 우리나라의 앞으로의 체육을 이끌어가고 있다. 이들이 현재 정책에 묶여있었더라면 세계적으로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었을까? 이들이 현재 정책에 따라 움직였다면 세계에 우리나라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었을까? 운동선수들이 단순히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만 땀을 흘렸을까? 그러지 않았음은 우리의 선수들이 누볐던 그라운드가 확인해주었고 우리의 선수들이 존재했던 국가의 국민들이 기억해주고 우리에게 그것을 증명해주었다.

 

세상에 태어난 우리의 아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각자가 타고난 본연의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것은 몇 명의 어른들의 탁상공론으로 잃어서는 안 될 귀한 것이다. 그러기에 어렵더라도 졸속으로 시행되는 것이 아닌 충분한 시간과 대화가 필요하다.

 

공부를 잘 해서 본인의 꿈을 이루려는 학생이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은 당연하다. 운동으로 본인의 꿈을 이루려고 학생 또한 운동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정규수업 준수 정책에서는 운동으로 꿈을 꾸는 학생들이 9시에 등교해서 5시까지 수업을 받고 계절에 따라 다르겠지만 해가 짧아지는 겨울에는 1시간도 제대로 본 운동을 할 수 없다. 라이트를 켜고 운동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소리도 학교 사정을 모르시는 분들이 한다. 테니스장을 보유하지 않은 학교도 많을 뿐더러 테니스장을 보유한 학교라도 라이트 시설물이 갖추어진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하더라도 매년 삭감되는 학교 예산에 감히 밤에 라이트를 켜고 몇 시간씩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은 꿈에서나 가능하다. 그런데...우리의 교육제도는 그들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운동으로 자신의 장래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정작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해주지 않고 있다.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에게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이, 노래를 불러 남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해주고 싶은 학생에게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운동을 하고 싶은데....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무조건적으로 제한하는 것 또한 그들의 학습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가?

 

평균적인 정책이 시행될 수 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서와 정책을 시행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빛’이 될 수 있는 있는 우리의 선수들이 학교를 떠나야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이 쉽게 말하는 ‘이것이 최선’이 아니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