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 후하힌에 캠프를 차린 남자 대표팀이 걸어가고 있다. 윌슨 3, 요넥스 2, 바볼랏, 던롭, 헤드 각각 1개의 투어백을 매고 걸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김재환(울산대), 노상우(안성시청), 설재민(KDB산업은행), 김유섭(도봉구청), 정영훈(세종시청), 이재문(부천시청), 정홍(현대해상)

▲ 수원시청 김나리(왼쪽)와 강원도청 최지희

▲ 명지대 홍성찬이 태국 논타부리 ATP 캠프에서 근력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지애야, 아빠가 어렵게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1000만원 대출을 받았다. 우리 이 돈 털어서 동계훈련 가자!"
"네?"
"하지만 그 돈을 다 써버리면 동계 훈련이 끝난 다음 어떻게 하시려고요?"

나는 걱정이 앞섰다. 빚을 내서 동계훈련을 가려니, 그 다음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나는 그때까지 동계 훈련을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동계훈련을 가고 싶었다. 아니 가야했다. 그래야 내년을 기대할 수 있었다. 동계 훈련 없는 상태로는 치열하고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아빠의 마음도 나와 같았으리라.
결국 나는 필리핀으로 동계 훈련을 떠났다.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 1000만원. 하지만 마음속에 희망만은 가득했다. 필리핀,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희망의 씨를 뿌렸다.

프로골퍼 신지애 자서전 <16살, 절실한 꿈이 나를 움직인다:절망을 딛고 세계 정상에 오른 작은 거인 신지애 이야기>에 나오는 '동계훈련'에 관한이야기다.

강원도 양구 실업마스터스대회를 끝으로 올해 엘리트 테니스대회 일정이 막을 내렸다. 실업 선수들은 저마다 다음 시즌을 기약하며 대부분 휴가에 돌입했다. 그러나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없는 선수들이 대다수다.윈터 브레이크는 짧고 다음 시즌은 바로 오기 때문이다. 겨울에 몸을 잘 만들어놓아야 1년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다.

그래서 실업선수들이 대거 우리나라 날씨보다 한결 따뜻한 태국, 인도에서 열리는 대회를 찾아 나섰다. 우승이나 준우승이 목적일 수 있지만 태국 등에서 몸 잘 만들어 2017년 시즌을 힘차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때론 통장을 털어서, 때론 팀에서, 때론 부모가 모아둔 돈으로 저마다 동계 전지훈련을 떠났다.  비록 예선엔트리에도 못드는 랭킹으로 한 게임도 못하고 남의 경기 보다 돌아오는 한 이 있더라도 참가한 선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프로골퍼 신지애는 마이너스 통장으로 1천만원을 만들어 벼랑끝에 선 심정으로 동계 훈련에 나서 결국 성공했다. 

수원시청 김나리와 강원도청 최지희는 인도 푸네에서 열리는 총상금 2만5천달러 규모의 여자챌린저대회에 출전중이다. 남자의 경우 국가대표, 조민혁, 김성관, 남현우, 신산휘, 정윤성, 권순우 등이 태국 대표적인 휴양도시 후아힌에서 열리는 퓨처스대회에 출전해 내년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정현과 홍성찬은 태국 논타부리에 있는 ATP 유망주 캠프에 참여했다.

초등학생 유망주들과 마포고 정영석, 효명고 한선용 등 주니어들은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오렌지볼에 출전했거나 한창 경기중이다.  서울고 박의성도 대만 호프아카데미 3주 훈련 프로그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