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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코치는 테니스 지도자들의 로망인가
박원식 기자  |  editor@tennispeopl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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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01  17: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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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토리아 아자렌카 코치

그랜드슬램을 취재하다 보면 코트에 있는 선수들의 눈을 따라가게 된다. 선수의 눈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코치에게로 향한다. 볼 하나 터치하고 코치와 눈을 마주친다. 그것이 위닝샷이면 추파를 보내는 선수나 그것을 받는 코치의 눈에서 빛이 난다. 그만큼 그랜드슬램대회 센터코트 대회장은 불꽃 튀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된다. 톱 플레이어의 플레이를 보는 것만큼이나 투어 코치들을 보는 재미도 있다. 평소 눈 여겨 본 투어 코치에 대해 <오스트레일리아 테니스 매거진>에서 언급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편집자

 

   
▲ 상하이마스터스 연습코트에서 캐나다 밀로스 라오니치와 연습 도중 이야기하는 이반 류비치치 코치(왼쪽). 장시간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보리스 베커는 노박 조코비치 팀의 퀄리티를 높였다. 하지만 오랫동안 조코비치와 투어 동행한 마리안 바자는 조코비치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 선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투어 코치는 선망의 대상이다. 톱 플레이어를 지도하면서 투어를 다니는 것은 코치들 세계에서 꿈같은 직업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때로는 아주 거칠고 험한 현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랜드슬램대회 센터코트 코치 박스에는 자기 선수의 플레이를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마지막 위닝 샷에서 딱 한번 얼굴 표정을 펼 뿐이다. 볼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직업이 바로 코치다. 그중 투어코치는 아주 그럴듯한 직업처럼 들린다. 선수를 지도하면서 매주 수천달러가 걸린 대회를 쫓아다니며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환영 받을 만한 직업처럼 보인다. 대회기간 중에 로저 페더러나 라파엘 나달 등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와 라커룸을 같이 쓰고, 혹 만나게 되는 전설적인 코치들에게서 전설 같은 테니스 이야기를 듣는 일은 전세계 몇 안 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투어코치는 세계 전체를 사무실로 쓰고 테니스 산업의 최고 레벨에 노출되어 있는 존재다. 이러한 코치에게 맡겨진 일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선수가 보다 나은 플레이를 하게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투어코치에게 아무 조건이 없는것은 아니다. 투어코치에게는 필수 조건이 있고 아주 정교한 기술의 기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투어 코치는 선수출신이 대다수이지만 부모나 형제가 하는 경우도 많다. 스탄 바브링카의 코치 망누스 노만은 테니스 지도를 하다가 투어 코치가 된 경우다. 팻 해리슨은 두아들(라이언 해리슨, 크리스 해리슨)을 데리고 다니고 클라우디야 이스토미나는 아들 데니스 이스토민의 엄마 자격으로 투어 코치를 한다.

아시아권에서는 형제가 투어 코치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파라돈 스리차판은 형 타나콘 스리차판과 투어를 다녔고 마이클 장은 형 칼 장과 함께 테니스판을 누볐다. 대만의 루옌순도 형 앤디와 투어를 다니기도 했다.

   
▲ 조코비치 코치 보리스 베커(오른쪽 첫번째)가 마리안 바자 등 코칭스태프와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다
   
▲ 앤디 머레이 팀. 맨 왼쪽이 아멜리 모레스모 코치

닉 볼리티에리처럼 테니스 선수 생활을 전혀 안하고도 투어코치 역할을 했다.

톱프로 투어 코치들은 자신의 직업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동시에 활동이 약해지거나 하면 순식간에 무대 뒤로 사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투어코치가 화려한 직업처럼 보여도 성적이 나지 않으면 어느날 갑자기 투어 코치라는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스웨덴과 영국, 네덜란드 대표팀 코치를 두루 지낸 마틴 본 코치는 "직업은 갖고 있을 때 직업이지, 놓으면 직업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프로 선수를 하다가 프로 코치가 된 스콧 맥케인은 오랫동안 미국테니스협회 남자 선수 프로그램을 맡아오다가 인도 솜데브 데브바르만, 릭 드보에스트 등의 투어 코치를 했다.

맥케인은 "코치는 프로 직업이다. 선수와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그 접촉 정도가 아주 특별하다"고 말했다.
앤디 로딕과 마디 피시 등 미국 주니어 유망주가 한 집에서 살며 온종일 훈련도 하고 놀러 다녔다. 그 이후로 길에서 셀 수 없는 훈련을 하기 일쑤였다. 그런 까닭에 코치는 열정이 없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때 우리나라 테니스 주니어 지도를 맡았던 ITF 교육담당인 더그 맥커디는 "투어 코치는 아주 특이한 직업"이라며 "코치가 선수에게 고용은 당하되 고용주인 선수를 무섭게 다뤄야 하는 유일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코치들은 직업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와 협약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때로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ATP와 WTA에서 두루 투어 코치 경험이 풍부한 스벤 그뢰네벨트는 젊은 코치들이 투어 코치를 한번 하다 그만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그뢰네벨트는 "코치는 팀의 리더"라며 "선수와 같은 팀에 있으면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투어 코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코치에게 요구되는 덕목

척 크리스 코치는 수십년동안 선수 지도와 트레이닝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크리스는 "코치 능력 배양을 위한 최고의 방법은 코치 스스로 배우는 데 굶주려 있어야 한다"며 "가능하면 최대한 배우고 자신에게 질문도 많이 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브 브레트 코치는 "좋은 코치들과 정상급 선수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트안에서와 코트 밖에서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잘 듣고 잘 지켜보면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은 정보가 자기 선수에게 전달되어 코트에서 플레이를 할 때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코치가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수가 코치가 습득해 전달하는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코치 기술의 85퍼센트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관계 설정이다. 커뮤니케이션만 잘 되고 신뢰관계만 조성된다면 설사 그릇된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 커뮤니케이션만 잘되면 선수들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코치가 자신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지 알아차린다.

코치의 이야기는 신뢰할만하고 그럴듯한 것으로 선수들이 받아들이게 된다. 미래의 코치는 실제 지식과 그것을 전달할 능력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생체역학 석사학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코치가 선수로 하여금 힘을 어떻게 나오게 하는 지 이해하고 거드는 것이 필요하다.

알렉산더 돌고폴로프와 빅토르 트로이츠키와 함께 일한 잭 리더 코치는 "요즘 세대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과거의 선수들처럼 쉽지않다"고 털어 놓았다. 코치가 선수에게서 봉급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치들은 순간순간 현명하게 행동해야 한다. 선수를 개선시키는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직업이 바로 코치다. 선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뭔가를 하기도 전에 선수를 잃어버리게 된다.

   
▲ 망누스 노만이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스탄 바브링카의 플레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선생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배워야
때로는 코치가 선수에게 거친 비판을 할 때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유르겐 멜처가 그랬고 스페인의 니콜라스 알마그로나 이탈리아 파비오 포그니니가 코치의 혹독한 비판에 자극을 받아 랭킹이 오른 적이 있다.

망누스 노만은 로빈 소더링이나 스탄 바브링카와 일을 할 때 간혹 거친 비판으로 효과를 본 적이 있다. 이때도 선수에 대해 철저히 공부를 하고 계획을 세워 같이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코트 밖에서나 코트 안에서 시간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대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툴스노프는 호세 히구에라스 코치의 지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털어 놓았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뭔가를 주려고 하는 데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히구에라는 나를 지배하려 하고 내 삶의 질서를 잡으려고 노력했는데 그 당시 나는 아주 혼돈에 빠졌다.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그의 조언과 지도가 결정적으로 내가 플레이하는 방식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어떤 코치들은 선수에게 혹독한 비판을 할 때가 있고 부드러운 접근을 할 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수들은 코치를 잃어버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토론하기 전에 선수에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코치의 평가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둘 사이의 관계가 힘들어진다.

함정에 빠지는 것을 조심하라
코치의 임무는 선수가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코치는 선수가 선택을 한다. 코치라는 직업은 선수를 지도하고 동기부여를 시키고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설사 코치의 생각과 행동이 틀리다 하더라도 선수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코치의 일이다.

훈련 일정이나 시간, 게임 스타일 등은 코치가 결정할 문제다. 어떤 상황에서 선수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코칭을 포기하기 마련이다. 상호 협조적인 상태를 유지한다면 선수와의 감정 기복을 무시하고 둘 사이의 관계를 철저히 누리게 된다. 선수와 코치는 공동으로 설정한 목표를 생각하고 비전을 공유하면서 투어를 즐겨야 한다.

투어 레벨의 선수들은 코치의 조언, 그럴듯한 마스터 플랜을 필요로 한다. 코치는 재능 있는 선수, 우승 경험이 많은 선수들과도 일을 하는데 선수들 레벨마다 뭔가 필요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별 시점
아무리 유능한 코치라 하더라도 특정 선수와 평생 지낸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상황이 그렇게 놓아두질 않기 때문이다. 코치가 말할 때 선수가 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거나 코치의 조언을 존중하지 않으면 문제는 간단해진다. 이것은 갈라질 상황이다. 호주의 전설적인 코치로 불리는 토니 로셰는 " 좋은 코치는 선수들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잘 될 수도 없고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세레나 윌리엄스와 기쁨을 나누는 패트릭 무라토글로 코치


***레이튼 휴잇, 가엘 몽피스, 조 윌프리드 송가, 그리고르 디미트로프 투어 코치로 활동한 로저 라시드 일문일답

-가장 좋아하는 일은
=한 운동 선수를 성장시켜 최고의 경지에 올려놓는 일

-환상적인 일인가
=많은 코치들은 투어 코치를 하는 것이 꿈이다. 특정 선수와 여행을 하고 인생의 황금기에 시간을 온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것을 왜 할까. 선수가 잘 따라주고 원대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그랜드슬램 무대를 누비고 엘리트 선수들의 세계를 접한다는 것은 그럴듯하다.

-코치가 가져야 하는 기본 소양은
=선수들 수준과 관계없이 그들 나름의 엘리트 행동 구조가 있다. 때론 산을 넘어야 하고 큰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높이기를 좋아하고 선수와 코치가 똑같은 열정을 갖고 큰 게임을 하게 된다. 열정은 선수로 하여금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열정, 즐거움, 지식, 태도. 이 네 가지는 투어 코치의 롱런을 보장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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