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니시코리 케이의 프랑스오픈 8강 진출 실패로 기자실내 일본 기자들의 종횡무진 활약이 잠잠해졌다.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하루종일 자리에서 조용히 사진 정리를 하고 있다.
니시코리는 5월 30일 프랑스오픈 16강전에서 리샤르 가스케 (프랑스)에게 비의 영향을 다분히 받으며 4-6 2-6 6-4 2-6으로 패해 지난해에 이어 8강 진출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니시코리를 괴롭힌 것은 비였다.
니시코리는 1세트 더블폴트 등으로 서비스 게임 브레이크를 당했지만 3대 3까지 따라갔다. 7번째 서비스 게임 듀스에서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다. 1시간 후 경기는 재개됐지만 서버에게 매우 압박이 되는 경기를 했다. 결국 자신의 게임을 브레이크 당해 첫세트를 내주게 되었다. 심지어 2세트 마저 0대 2로 끌려가면서 6게임을 연속해 가스케에게 헌납하는 상황이 됐다.
가스케는 " 경기 중단은 나에게 도움이 됐다"며 "중단되기 전까지는 베이스라인 뒤로 물러서서 슬로우 페이스의 경기 운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재개된 이후 가스케의 플레이는 신들린 듯 했다. 특기인 원핸드 백핸드는 자유자재로 니시코리의 코트를 유린했다. 니시코리는 3세트 5-4에서 브레이크를 해 역전의 실마리를 잡았으나 4세트에서 결국 가스케에게 이날의 승리를 내줬다. 가스케의 수비능력이 탁월했고 니시코리의 공격력은 무디고 실수가 많은 것이 이날 게임의 승패를 갈랐다. 특히 볼이 물을 흠뻑 빨아들여 무거워지면서 빠른 스윙 스타일인 니시코리의 공이 무뎌진 것도 이날 니시코리 패배의 한 원인이 되었다.
니시코리는 "볼이 무거워지면서 위너을 잡지 못한 반면 상대 수비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고 털어 놓았다.
위너는 40대 36으로 니시코리가 많았지만 니시코리의 언포스드 에러는 가스케의 두배인 45개나 발생했다. 니시코리는 이번 대회 목표를 4강이나 결승으로 두었다. 사실 그것도 가능한 것이 조코비치가 수중전인 16강전에서 바우티스타와 어이없는 문볼 경기를 하면서 탈락 위기에 빠진 사례가 있어 니시코리가 가스케를 이기고 조금만 버텼으면 4강, 결승 진출도 가능해 보였다.
정상급 선수들이 패배 뒤에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었다(It was not my day. )." 니시코리가 경기뒤 자조적으로 읍조렸으리라.
가랑비 내리는 가운데 수중전을 강행하는 롤랑가로스나 여기저기서 경기하다 미끄러지는 잔디에서 대회를 고집하는 윔블던이나 나름 이유가 있으리라. 혹자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무대라고들 한다.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 이고 누가 인간 승리의 주인공인지를 가리는 무대라고들 한다.
클레이나 잔디나 모두 자연과의 싸움이다. 롤랑가로스 필립 샤트리에 관중석엔 우산 없이 양복을 입은 채 경기를 관전하는 사람이 많다. 코트에서 선수들이 사투를 벌이는데 이를 보는 관중이나 코치는 우산없이 지낸다. 특히 3층 스탠드 관중들은 더더욱 그렇다.
자연과 사투를 하는 선수들을 보는 관중 또한 비와 싸움을 한다. 인간은 자연에 순응하지만 때론 버텨보기도 한다. 늘 지긴 한다.
▲ 3층 그랜드 스탠드 관중. 비오는 가운데 우산을 거의 받지 않고 조코비치-바우티스타 경기를 보고 있다
▲ 프랑스테니스협회 입구를 통해 들어오는 VIP들도 모자만 쓰지 우산을 받지 않고 경기를 관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