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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합시다(Take it easy)
이병효(코멘터리 발행인)  |  bbhh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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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0.31  06: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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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챔피언스컵 3~4위전 경기도중 이바니세비치가 라인엄파이어에게 수고한다며 어깨를 주물러 주자 관중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지난 25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기아 챔피언스컵 대회에 다녀왔다. 마침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나들이 겸해 역대 챔피언들의 테니스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경기장 밖에 마련된 파라솔과 야외용 테이블·의자들에 오순도순 마주 앉아 점심을 나눠 먹는 가족과 친구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의 토요일 대학 풋볼 경기를 앞두고 벌이는 ‘테일게이트 파티(Tailgate party)’만큼 왁자지껄 떠들썩하지는 않아도 충분히 정겨운 모습이었다.

테일게이트 파티는 미국에서 풋볼이나 농구, 하키, 야구 등이 벌어지는 경기장 밖의 주차장에서 주로 경기 전에 관중들이 타고 온 웨건형이나 SUV 승용차의 뒷문을 열어 재낀 채 바비큐를 굽고 맥주와 음료를 마시는 파티를 말한다. 승용차의 뒷문을 테일게이트라 하기 때문에 테일게이트 파티인데 때로는 뒷문이 없는 4도어 세단형 차도 그릴이나 피크닉 테이블, 아이스박스를 싣고 와서 함께 즐기고는 한다. 음식물을 파는 상인들은 따로 없고 관중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을 서로 나눠 먹는 풍습은 있다.
이날 모처럼 올림픽공원을 찾아 테니스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관중들이 생각보다는 많고, 상당히 즐기는 분위기였다는 점이었다. 평소 국제대회를 포함한 엘리트 경기를 보러 가면 왜 이렇게 관중들이 없을까 싶을 만큼 텅텅 빈 모습을 보게 된다. 대체로 선수, 코치와 대회관계자들 외에는 선수 가족과 일부 선수지망 주니어들과 은퇴 선수들이 고작인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테니스만 그런 건 아니고 일부 인기종목을 제외한 스포츠 전반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선수는 있는데 관중은 없는 것이다.

 
   
 
 
▲ 미식 축구 경기가 열리기 전 관람객들이 주차장에 자신의 차를 새워놓고 트렁크나 뒷문을 열어놓고 음식과 술을 차려 놓은 채 벌이는 파티를 의미한다. 그릴을 올려놓고 BBQ파티를 하고 공놀이를 하며 술을 마시며 경기 시작 전 잔뜩 흥을 돋구는 파티. 물론 자동차에 뒷문이 없는 사람들도 참여 한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듯하다. 우선 스포츠를 직접 하면서 즐기는 동호인 문화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지라 스포츠를 보며 즐기는 문화는 아직 요원하다는 진단이 내려질 법 하다. 엘리트 스포츠가 너무 진지하고 경쟁이 치열한 반면 국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종목들이 있어 볼거리가 별로 못 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는 원초적 불평도 더러 나올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디지털 게임 즉 e-game을 관중스포츠로 발전시키고 프로리그로 키워낸 나라가 아닌가. 또 각종 콘서트에 몰려드는 관중을 보면 열기가 놀랍다.
이처럼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적 불일치와 모순, 착종에는 뭔가 좀 더 깊은 원인과 이유가 있지 않은가 싶다. 먼저,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너무 팽팽하게 조여져 있고, 경쟁이 심한 것이 문제다. 두 세 살 난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서 어울려 놀 때부터 경쟁은 시작된다. 이어 유아원, 유치원을 거쳐 초중고를 가면 경쟁은 가히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무한경쟁’으로 번져간다. 대학입시가 끝나면 나이 스물 무렵에 한번 치른 시험으로 이마에 평생 따라다니는 계급장을 붙이고 사람값을 매긴다.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다녀와도 취업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어떤 직장을 다니느냐에 따라 대우가 다르고 사람 차별을 한다. 대학 계급장에 덧붙여 회사 골품제가 씌워지는 격이다. 설사 무사히 취업을 해도 각박한 경쟁은 리셋 상태로 새 게임에 들어간다. 퇴직을 해도, 사업을 해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툼과 겨룸은 끝없이 이어진다. 심지어 경로당에 가도 ‘뻐꾸기 둥지’와 같은 억압과 비리, 학대는 여전하고, 때로는 더 심해진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아마존의 기업문화에 대해 심층보도를 하면서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우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우스개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동호인 경기를 해도 온갖 꼼수와 속임수를 써가며 죽기 살기로 이기려는 사람을 어쩌다 보기도 한다. 도대체 왜 저렇게 이기려고 기를 쓰나 갸우뚱하다가도 우리나라 같은 경쟁사회에서 살아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습관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곧 납득이 간다. 단지 호승심이 강한 사람과 덜한 사람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싶다. 그나저나 백년을 산다 해도 너나없이 다 떠나가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살아도 한 게임, 저렇게 살아도 또한 한 게임이란 말이다. 그러니 이제 좀 쉬엄쉬엄 느긋하게 살자(Take it easy). 허리를 뒤로 재껴서 좀 느리고 게으르게 살면 또 어떤가. 한가롭고 평온하게 살아도 어차피 끝장은 비슷하다. 넉넉한 마음으로 삶의 여유를 갖자는 노래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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