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에 이어 그랜드슬램 본선 2번째이자 US오픈 무대 처녀 출전한 정현 선수가 남자 단식 1라운드에서 제임스 덕워스(호주)를 3대0(6-3 6-1 6-2)으로 물리치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리고 빌리진 킹 내셔널국립테니스센터에서 아서 애쉬 스타디움에 이어 2번째로 큰 루이 암스트롱 경기장에서 스탄 바브링카(스위스, 30세)와 맞섰다. 바브링카는 세계5위로 지난해 1월에 3위까지 올랐었고 그랜드슬램2회 우승자인 톱 플레이어다.

 

정현은 바브링카를 맞아 0대3(6-7<2> 6-7<4> 6-7<6>)으로 패했다. 그러나 투어 1년차에 69위라는 랭킹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 바브링카의 거센 공격에 맞불을 놓았다. 바브링카에게 비록 0-3으로 패했으나 전혀 주눅들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친 정현에게 국내는 물론 세계 테니스계는 집중했다. 바브링카와의 경기의 인터뷰 룸에는 우리나라 기자는 물론 미국, 일본 등 10여명의 기자가 찾아 인터뷰를 했다.

정현의 경기는 9월4일(금) US오픈 5일차 쿠쿠시킨과의 복식 경기를 끝으로 US오픈 테니스대회에서 공식 일정은 끝났다. 그러나 정현은 5일(토) 오전 귀국하기 전 경기장을 찾았다.

 

편한 맘으로 잘 쉬었다.

 

오늘 오후 2시 비행기다. 귀국하기 전 US오픈 경기장을 어머니, 스텝들과 함께 편한 마음으로 둘러 보고 가려고 들렀다.

 

내가 US오픈 참가하기 전에 세워둔 목표를 이뤄 기분 좋다. 사실 목표한 것보다 이번 US오픈에서 성과가 훨씬 좋았다. 나의 목표는 만20세가 되기 전에 그랜드슬램 예선에 뛰어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19살에 본선에 뛰게 됐고, 이번에 본선 1승과 함께 2회전에 올랐다. 목표한 바가 잘 이뤄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기분 좋게 생각한다.

 

직접 읽어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스텝, 주변 분들이 건건이 말씀을 해주시어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시합 중에는 읽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시합이 끝나고 여유 있을 때 찾아서 보기는 하는데 많이 신경 쓰지는 않는 편이다.

 

사실 그랜드슬램에서 톱 랭커와 처음이고 두 번째로 큰 경기장에서 하는 매치라 매우 긴장한 상태로 코트에 들어갔다. 난 포인트를 매우 잘 기억하는 편인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1세트 초반 3게임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나중에 이야기 들어보니 내가 0대3에서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 그 이후는 다 기억난다. 지난 번 인터뷰에서 이야기 했듯 코트에서 쥐가 날 때까지 뛰고 나오자고 마음 먹었고 그렇게 돼서 나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한다. 후회 없이 싸웠기에 기분 좋다.

 

베르디흐와의 경기는 톱10하고 처음이었고, 지금은 그랜드슬램이고 그때와는 또 다르니까 서로 비교하기는 모호한 부분이다. 바브링카만 이야기 하자면, 처음 게임에 들어갔을 때 바브링카의 공이 너무 빠르고 무거워서 깜짝 놀랐다. 바브링카의 원래 스타일이 그런지, 아니면 나와 기 싸움 하려고 세게 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로 공이 날아올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경기 초반에 서브 에이스를 많이 맞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긴장감도 풀어졌고 바브링카의 볼에도 익숙해졌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긴장감이 풀려서 다행이었다.

 

나도 내 서브에 대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치려고 연습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하면 속도, 코너로 깊숙하게 넣는 것 등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계속 연습을 하고 있으니 앞으로 계속 좋아질 것이다.

 

난 잘했다고 생각한다. 상대편 서브에 대해 미리 판단(예측)할 수 있으면 에이스를 맞았겠는가? 바브링카의 토스는 내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세계 톱10에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덕워스와도, 바브링카와도 3세트 경기를 했다. 충분히 뛸 자신은 있는데 아직 실제 매치에서 5세트를 뛰어 보지 못해서 확신할 수는 없다.

 

경련의 조짐을 느끼긴 했으나 오지는 않았다. 경련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이었다. 사람들은 경련이 일어나면 체력이 약하다고 하는데 난 그 말에 꼭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다리 경련으로 기권하는 선수들 많다.

 

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기 시작 전 너무 긴장을 한다든지, 경기중에 흔들린다 던지 하는 등 문제점이 많다. 여러 부분에서 멘탈을 강화 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의도적으로 하려고 해도 안 될 때가 많다. 경기 중에 소리를 지른 것은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이다. 앞서나가다가 자꾸 에러를 하는 바람에…경기를 하면서 소리를 지르면 분위기 전환에 좋다고 생각한다.

 

난 어려서부터 하드코트에서 연습을 해왔다. 지금도 하드코트에서 거의 대부분을 연습한다. 그래서 난 하드 코트가 가장 편하다.

 

코트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코트 보다는 선수가 더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앞에 어떤 선수가 있느냐가 훨씬 나에게 영향을 많이 끼친다.

 

던롭과 계약이 끝나고 잠시 다른 회사 라켓을 써보려 했었다. 그런데 시합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써보지는 못했다. 라켓은 나에게 시합을 하는데 있어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다.

 

윤용일 코치는 낯을 좀 가리는 편이다. 무뚝뚝해 보여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한다. 나도 처음엔 서먹서먹했다. 그런데 같이 다니다 보니 매우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신뢰하게 됐다.  김태환 트레이너도 항상 내 몸을 관리해주면서 나에게 매우 좋은 영향을 끼친다. 처음엔 마사지 받을 때 아프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꼭 시합이 끝나면 마사지를 받는다. 확실히 다르다.

 

나도 섭취하고 있다. 시합 전과 중간에 먹고 있는데 먹는 것하고 먹지 않는 것하고는 차이가 있다. 먹는 것이 확실히 좋은 것 같다.

 

특별히 먹는 것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그냥 그때 그때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사실 그렇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는 우리 형제에게 많은 신경을 썼다. 테니스 이야기도 아버지 보다 어머니께서 훨씬 더 많이 하신다. 사람들은 나보고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사람을 잘 만난것 같다. 부모님도 그렇고, 코치, 트레이너 등등 나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페이스북을 하는데 테니스피플의 기사가 많이 공유된다. 어떤 글은 고개를 끄덕이고 또 어떤 글은 갸우뚱 하기도 한다. 코치들과도 “이말 맞지 않냐?” “이 말은 좀 그렇지 않냐?”하면서 종종 기사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사실적으로 쓰는 것 같아서 기사 올라 오는 것 항상 흥미롭게 잘 보고 있다. 재미 있으니까 계속 본다. 재미 없으면 안본다.

 

내 개인적으로는 맞는 말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사실 테니스가 사람마다 다 달라서 이 말이 맞다 틀리다고 말하기가 애매모호하다. 코치 선생님과도 배운 시기와 느끼는 차이 때문에 의견 차이가 있다.

 

부담스럽지는 않다.  나를 지켜봐 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정현은 바브링카와의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외국 기자가 우리나라 테니스에 대해 질문했을 때 내가 잘하면 우리나라 테니스가 지금보다 훨씬 인기종목이 될 거라 답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방금 그랜드슬램1승을 달성했기에 아직 다음 목표 설정은 못했다. 이번 시즌 끝나면 부모님을 비롯 주변분들과 상의해서 목표 설정을 할 생각이다.

 

대만, 중국 등 몇 몇 대회를 생각하고 있다. 본선에 들어가는 대회를 골라 다닐 생각이다.

 

시즌이 끝나고 11월에 한 달간 입소하게 된다.

 

이제 주니어 올 텐데 주니어 잘 봐주시고 신경 써주세요. 감사합니다.

 

 정현 선수와의 인터뷰는 50분 가까이 진행 됐다. 가끔은 굳은 표정으로 변하기도 했으나 시종일관 편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정현은 인터뷰가 끝나고 2시 비행기에 몸을 싣고 귀국길에 올랐다.

 

▲ 정현이 복식 경기가 끝난 후 팬들의 요청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