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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픈이 단식에서 정현 우승, 복식에서 남지성·송민규 페어가 준우승이라는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9일간의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테니스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테사모)과 부산테니스협회에서 주최·주관하는 부산오픈은 총상금 10만달러에 호텔을 제공하는 대회로 올해 17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선수가 모두 단·복식 결승전에 오르자 부산스포원 메인코트는 테니스인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3천석의 메인코트는 오후 1시부터 하나 둘씩 메워지기 시작하더니 80%의 좌석이 관중들로 가득 찼다. 대회 본부는 관중 수를 2천 7백여명으로 집계했다.
부산오픈 결승전을 보기 위해 용인에서 내려온 한 동호인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 사상구의 한 테니스 매니아는 “정현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 투어 경력이 많은 라코를 떠오르는 신예 정현이 어떻게 잘 막아내느냐”가 최대 볼거리다 라며 전문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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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이 부산오픈 챌린저 단식 우승을 했다 |
부산의 기온은 20도, 바람은 4.1m/s를 나타냈다.
남지성과 송민규가 태국의 라티와타나 형제와 복식 결승을 위해 코트에 들어섰다. 남지성과 송민규는 복식 전문선수인 라티와타나 형제와 대등한 경기를 펼쳐 나갔다.
1:1에서 라티와타나의 서브를 브레이크 시킨 남지성, 송민규 페어는 4:3 남지성의 서브권에서 그 기세를 이어 나가지 못하고 브레이크 당했다. 결국 6:6 타이브레이크에 접어들어 2-7로 아쉽게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2세트, 3:3 서로 팽팽하게 게임이 진행됐다. 3:4 라티와타나의 서브가 시작됐다. 서브 앤 발리로 들어 온 볼을 깊게 로브로 넘겼다. 뒤 이어 더블폴트, 그리고 남지성의 2번에 걸친 멋진 리턴으로 라티와타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시켰다. 기세가 오른 남지성,송민규 페어는 2세트를 6-3으로 따내고 슈퍼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관중들은 열광했고 선수들은 신이 났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의 분수령은 4:4에서 나왔다. 라티와타나가 친 볼이 네트를 맞고 튀어 네트에 붙어 발리 플레이를 하던 남지성 선수와 송민규 선수 사이를 가르고 지나갔다. 이어 스코어는 순식간에 4:9까지 치달았다. 남지성, 송민규 페어는 끝까지 집중하여 한포인트씩 따라 갔으나 결국 7-10으로 게임은 끝이 났다. 관중들은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었으나 멋진 경기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냈다.
오후 3시에 예정되어 있던 단식은 복식이 길어지는 관계로 4시가 넘어서야 진행됐다. 단식 결승은 최근 기술의 향상과 더불어 랭킹이 급상승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현(19세. 88위)과 슬로바키아의 루카스 라코(27세. 100위)가 붙었다.
7번 시드를 받고 부산오픈에 출전한 라코는 ATP랭킹이 100위지만 2013년 1월에 44위를 기록했던 선수다. 라코는 부산오픈에도 꾸준히 출전하고 있으나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지난해에는 재미교포인 제이슨 정에게, 2013년에는 중국의 장제에게 1회전에서 패했으나 올해 준결승에서 장제를 2:0으로 손쉽게 누르고 결승에 진출했다. 라코는 투어 11년차로 경험이 매우 풍부하다. 2009년에 100위대에 진입한 후 2010년에 60위를 찍은 후 랭킹이 오르락 내리락 했다.
이전에 한번도 대결한 경험이 없는 정현과 라코. 경기 초반, 정현을 탐색하기 위해 볼을 툭툭 던진 라코와 달리 정현은 공격적으로 나섰다. 항상 얼굴에 웃음을 짓는 라코는 정현의 볼에 순간 당황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러나 경기 중반에 이르자 강력한 서브를 바탕으로 자신의 페이스를 서서히 찾기 시작했다. 좌우 깊숙하게 들어가는 라코의 강력한 포핸드는 정현을 좌우로 많이 뛰어 다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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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이 결승전에서 볼을 날리고 있다 |
정현은 노련한 라코를 맞아 빠르고 묵직하게 날아오는 볼을 자신만의 빠른 타점으로 또박 또박 받아 치며 포인트를 획득해 나갔다. 앤디 머레이처럼 깊숙하게 빠져 나가는 볼을 런닝 스트로크로 앵글 샷을 쳐 포인트를 냈을 때는 관중들의 박수 소리가 코트를 넘어 스포원 공원에 메아리쳐 울렸다.
그러나 라코의 경력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테니스의 희망인 정현의 강력한 샷을 무리 없이 받아 넘겼다. 긴 랠리에도 정현이 에러를 하지 않자 체인지 업을 시도했다. 페더러의 샷과 비슷한 포핸드를 정현에게 날려대며 정현을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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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식 준우승자 루카스 라코 |
그러나 정현은 착실하게 포인트를 확보해 나갔다. 정현은 2:2에서 라코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시켰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환호성에 보답하듯 정현은 1세트를 6:3으로 끝냈다.
2세트에 들어서는 더욱 더 신바람을 냈다. 5:0까지 파죽지세로 게임을 끌고갔다. 라코의 볼은 강력했으나 정현의 볼 역시 뒤지지 않았다. 라코는 선심의 콜에 이의를 제기 하는 체어 엄파이어에게 항의를 하는 등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했다. 그러나 2세트도 정현이 단 한게임만 내주고 끝을 냈다.
정현은 아낌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내준 관중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관중석 상단에는 커다란 등치의 한 사나이가 선글래스를 끼고 내내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현의 아버지인 정석진 삼일공고 감독이다. 준결승이 끝나고 기자는 정석진 감독에게 물었다. 내일 라코와의 경기를 정현의 아버지가 아닌 테니스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정석진 감독은…아니 정현의 아버지는 “상대성이 있는 것인지라…해 봐야 알죠!. 그러나 잘 할겁니다” 였다. 우승이 확정되자 정석진 감독의 얼굴은 활짝 피었다. 주변의 지인들은 축하한다는 악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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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이 확정되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정석진 감독 |
어버이날이 이틀 지났다. 어버이날 선물 받으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석진 감독은 "이것이 어버이날 선물이죠!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 있겠어요"라며 웃었다. 부모는 자식의 껍데기고 자식은 부모의 알맹이라는 말이 있다. 관중석 맨 꼭대기에서 속이 알알이 영글어가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정석진 감독의 눈엔 그저 대견스러웠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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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회 관계자와 엄파이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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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회 관계자와 볼 퍼슨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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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현이 우승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관중들께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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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지성, 송민규가 복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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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식 우승자인 태국의 라티와타나 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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