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규(당진시청, 24)가 부산오픈국제챌린저대회 복식 준결승 경기 0-1에서 기권을 했다. 기권 사유는 장염.

선수가 일주일간 경기를 하다보면 몸에 이상이 오기도 하고 하기 싫을 때가 있다. 특히 복식의 경우 단식 선수들이 대회장에서 짝을 맞춰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단식에서 성적이 나면 암묵적으로 복식을 대충하면서 복식에만 전념하는 선수들에게 승리를 넘기기 예사다.  그래서 복식 경기는 베팅 사이트에 승패 항목에 넣지 않는다. 얼마든지 선수들 사정이 있고 조절하기 때문이다. 

임용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챌린저 경기를 CCTV 형태로 중계를 한 데이터를 보면 임용규의 경우 몸 상태가 안좋아서인지 경기전부터 적극적인 경기 준비를 하지 않아 보인다. 

경기직전 관중들은 들어오는데 웜업 애드코트에서 임용규는 서브 연습을 거의 하지 않는 등 경기할 준비를 건성으로 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경기전 웜업때 애드코트와 듀스코트에서 서브 연습을 한다. 복식의 경우 연습코트가 파트너 일정 등으로 충분하게 주어지지 않아 경기전 웜업에 충실하곤 한다. 임용규는 웜업도중 관중석의 움직임에 신경이 쓰여서인지 자꾸 고개를 관중석 쪽으로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에 들어가서는 어땠을까.

임용규는 경기에 들어가서 백핸드쪽으로 오는 첫 리턴을 전위 눈 앞에 로브를 띄웠다.  15-0에서 정현도 포핸드쪽으로 오는 볼을 전위 앞에 짧게 올렸다. 30-0이 되고 한두번 랠리가 있었지만  두 선수는 상대 전위에게 볼을 주기 바빴다.  코스가 아닌 쪽으로 볼을 보내는 것이 역력했다.  서버 라티와타나 더블폴트로 40-15. 이어진 서브에서 임용규는 리턴을 짧게 하고 서비스박스 안에 떨어지는 볼을 네트 중단에 때렸다. 비디오상으로 보면 05분 20초에 시작한 경기는 06분 40초에 한게임이 끝났다. 단 1분 10초간. 코트에서 선수들의 뜻이 담긴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선수들은 다 안다.

기자는 선수들의 혼신 플레이를 담아 독자에게 소개하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의 정성을 다한 플레이 등에 감동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을 갖게 한다.

경기는 포기할 수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몸 상태도 경기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조직위는 대회에 한푼이라도 더 확보해 선수들 상금을 주려고 한다. 좋은 경기를 관중들에게 보여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협조를 안하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부산오픈 단식 결승에 오른 루카스 라코가 몇년전 춘천벼룩시장배챌린저 단식에서 조기탈락하고 복식에 남아있었지만 같은 국적의 선수들과 다음 대회 같이 가는 비행기 타려고 복식을 성의없이 하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대회는 어그러진다. 

선수들은 평판을 먹고 산다. 임용규의 경우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복식에서 극적인 승리를 연출해 테니스인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숱한 국내 1호 기록을 세우며 각광을 받은 선수가 임용규다. 그래서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이다. 공인이기에 일거수 일투족을 신경써야 한다. 고향 영주시민들을 위해 도민체전 성화봉송 영광의 최종 주자로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갈 수도 있고 가야한다.  본인도 SNS를 통해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럴려면 부산오픈 복식 경기 아침 당당하게 기권을 하고 영주로 여유있게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시간에 쫓겨 악셀레이터 세게 바르고 가슴 통통 거리며 가는 모습이 선하다. 누가 영주 성화봉송 가지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금 처한 상황을 잘 처신하고 이동하는 것이 그동안 쌓은 명성을 유지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아직 24살 어린나이기에 갈 길이 구만리다. 어른들의 요구에 당당히 자기 의사를 밝히고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선수는 명성과 평판을 먹고 산다. 

우리에게 이런 선수를 주옵소서.
약할 때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여유와
두려울 때 자신을 잃지 않는 대담성을 가지고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태연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한 선수를 우리에게 주옵소서.
생각해야 할 때에 고집하지 말게 하시고
절대자를 알고 자신을 아는 것이 지식의 기초임을 아는
선수를  우리에게 허락하옵소서.
원하옵나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옵시고
고난과 도전에 직면해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인도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서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옵소서.
그 마음이 깨끗하고 그 목표가 높은 선수를
남을 정복하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선수를
장래를 바라봄과 동시에 지난 날을 잊지 않는
선수를 우리에게 주옵소서.
이런 것들을 허락하신 다음 이에 더하여
선수에게 유머를 알게 하시고
생을 엄숙하게 살아감과 동시에
생을 즐길 줄 알게 하옵소서.
자기 자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게 하시고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하시사
참된 위대성은 소박함에 있음을 알게 하시고
참된 지혜는 열린 마음에 있으며
참된 힘은 온유함에 있음을 명심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어느 날 제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노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맥아더 장군의 아들을 위한 기도에서 아들 대신 선수로 바꿔 표현-

Build me a player
who will be strong enough to know when he is weak,
and brave enough to face himself when he is afraid;
one who will be proud and unbending in honest defeat,
and humble and gentle in victory.
Build me a player
whose wishes will not take the place of deeds;
a player who will know Thee - and that to know himself
is the foundation stone of knowledge.
Lead him, I pray, not in the path of ease and comfort,
but under the stress and spur of difficulties and challenge.
Here let him learn to stand up in the storm;
here let him learn compassion for those who fall.
Build me a player whose heart will be clear, whose goal will be high,
a player who will master himself before he seeks to master other men,
one who will reach into the future, yet never forget the past.
And after all these things are his, add,
I pray, enough of a sense of humor,
so that he may always be serious,
yet never take himself too seriously.
Give him humility,
so that he may always remember
the simplicity of true greatness,
the open mind of true wisdom,
and the meekness of true strength.
Then I, his father, will dare to whisper,
"I have not lived in v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