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야구,배드민턴, 남자 펜싱,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피겨스케이팅, 골프 박인비, 스피드 스케이팅 이싱화 (시계방향순) 우리나라 금메달이나 세계 정상이 어려웠던 종목들

한국(계) 선수들이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5개를 싹쓸이하면서 화제다.
뉴질랜드 동포인 리디아 고(18)가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3월 9일 에이치에스비시(HSBC)여자챔피언대회에서 우승하면서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고르게 우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부문에서는 리디아 고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박인비가 2위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로는 3위에 미국의 스테이시 루이스(30)가 올라 있다. 상금왕 부문에서는 리디아 고와 양희영(26·KB금융그룹)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리디아 고는 55만9155달러를 벌어들였고, 양희영은 혼다 엘피지에이 타일랜드 우승 등으로 41만7100달러를 기록 중이다. 3위는 박인비(31만8148달러), 4위는 27만2092달러를 벌어들인 김세영(22·미래에셋자산운용)이 차지했다.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리디아 고(1190점)를 선두로 양희영(962점), 박인비(760점), 김세영(665점)이 1~4위를 차지해 올 시즌이 ‘한국 선수들의 해’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차세대 유망주 부문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다수를 기록 중이다. 신인왕 부문에서 김세영이 맨 앞을 달리는 가운데 장하나(22·비씨카드)가 3위, 김효주(20·롯데)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종목인 배드민턴의 경우 남녀 단식과 복식에서 톱10에 들고 있다. 세계 남자단식 4위에 손완호, 여자단식 4위에 성지현이 차지하고 있고 남자 복식에선 1위(이용대 유연성),3위(고성현, 신백철)에 각각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자 복식은 6위(정경은 김하나) 9위 (장예나, 김소영),10위 (이소희, 김소영), 혼합복식에서도 6위(고성현, 김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배드민턴의 경우 국가 순위는 1위 중국에 이어 대한민국이 2위다.
골프나 배드민턴 외에 양궁과 태권도, 유도, 핸드볼, 하키 등이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서 메달 획득 효자 종목으로 불리며 세계 정상급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내 스포츠 '빅4'인 야구·축구·농구·배구 가운데 야구는 IBAF(국제야구연맹) 랭킹 4위로 한국의 팀 스포츠 중 가장 세계 랭킹이 높다. 하지만 축구는 야구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을 감안하더라도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54위 수준이다. 남자 축구를 전체 207개국의 백분율 순위로 따져보면 상위 25.1%에 속한다.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낼 정도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 손흥민, 기성용 등 해외파 선수들이 유럽 등지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국내에 프로 리그가 운영되는 여자 농구가 세계 랭킹 톱 10(FIBA 랭킹 9위), 여자 배구(13위)와 남자 배구(17위)의 세계 랭킹도 상위권이다.

하계 올림픽과 동계 올림픽을 통틀어 성적을 내는 나라 가운데 대한민국은 미국과 중국, 독일 등 스포츠 강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스포츠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안게임(1986년, 2002년, 2014년), 하계올림픽(1988년), 월드컵(2002년)에 이어 동계올림픽(2018년)까지 개최하는 나라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결과 면에서도 세계 정상급의 성적을 올리는 흔치 않은 국가가 됐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서 TV를 켤 때마다 세계인들이 애국가와 함께 태극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게 된 셈이다.

유독 테니스만은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올림픽은 근처에도 못가고 아시안게임은 단식이 아닌 복식을 전략 종목으로 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3월 8일 태국 논타부리에서 열린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1회전에서 정현(삼성증권)과 임용규(당진시청)를 앞세운 대한민국 대표팀(감독 노갑택)은 태국을 이기고 1그룹 잔류를 보장 받은 채 2회전에 진출했다. 아시아에서 일본과 카자흐스탄 등이 월드그룹 16강에서 경기를 펼쳤다. 우리나라 남자 테니스 국가 순위는 전체 133개국 가운데 28위, 여자 테니스 국가순위는 33위(지난해에는 46위)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남녀 단식 1위는 100위안에 들지 못한 지 오래다. 국내 남자 1위 정현은 세계 121위, 국내 여자 1위 한나래(인천시청)는 그랜드슬램 예선에 이름도 못 내미는 랭킹인 276위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니시코리 케이는 3월 2일 세계 남자 4위에 올랐다.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위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기라성 같은 선수와 순위 다툼을 하고 있다. 니시코리는 일본은 물론 아시아 남자 선수 가운데 최초로 ‘빅4’ 자리를 차지한 아시아인으로 기록되었다. 니시코리의 1차 목표는 일본 남자테니스사상 세계 최고 랭킹인 45위(마츠오카 슈조)를 돌파하는 것이었는데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지 오래되었다. 지난해 그랜드슬램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1위로 목표를 새로 설정했다. 니시코리는 세계 1위 조코비치나 2위 페더러와 그동안 각각 다섯 번 싸워 두 번씩 이길 정도로 밀리지 않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100년 넘게 난공불락이던 세계 남자 테니스의 벽을 니시코리가 서서히 넘고 있다.
아시아 여자 테니스 선수의 경우 중국의 리나가 그랜드슬램대회 두 번을 우승하고 세계 2위를 찍으면서 은퇴했다.

그렇다면 국내 스포츠 종목 경쟁에서 밀리고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는 한국 테니스는 어떻게 하면 국가의 격에 걸맞게 세계 무대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국내외 타 종목 성공 사례에서 그 해법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해법을 요약하면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테니스에 관심 있는 기업의 투자다.
81년 11월 코오롱그룹 고 이동찬 회장은 한국 마라톤 기록 경신자에게 연구 장려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2시간 15분대를 깨는 선수에게 5천만원, 2시간 10분대를 깨는 선수에게 1억원을 육성금으로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2시간 15분대는 발표한 지 3년만인 84년 3월에 이홍렬 선수가 2시간 14분 59초로 우승해 포상금의 수혜자가 됐다. 종전 한국 최고기록인 2시간 16분 15초를 10년 만에 경신했다.
2시간 10분대는 10년 뒤인 92년 일본 벳푸마라톤대회에서 황영조가 2시간 8분 47초에 골인하면서 수립했다. '손기정 선수 이후 맥이 끊겼던 국내 마라톤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이동찬 명예회장의 바람은 연구 장려비(1억원)를 받은 황영조 선수를 통해 이뤄졌다. 황 선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몬주익의 영웅이란 별명을 가지게 됐다.
이렇듯 테니스 세계 100위안에 들면 1억원, 세계 50위안에 들면 10억원 세계 1위하면 100억원을 육성금으로 내건다면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이다. 지도자와 선수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목표를 향해 노력할 것이다.

둘째, 협회를 통한 국가의 세계적인 선수 육성 프로젝트 마련이다.
중국테니스협회는 전국에서 테니스 선수를 모아 훈련을 시켰다. 테니스 지도자는 호주테니스협회의 도움을 받았다. 160cm에 불과한 작은 신체조건을 지닌 정지에는 협회에서 세계 제패 가망성 없다고 고향으로 돌려보내려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선수의 성취욕이 강해 그대로 뒀는데 2006년 호주오픈과 윔블던 복식에서 우승했으며, 2006년 7월 여자 복식 세계 랭킹 3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단식의 경우 정지에는 2008년 윔블던과 2010년 호주 오픈에서 4강까지 올랐다. 중국인 선수로는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리나는 한술 더 떴다. 중국테니스협회의 전폭적인 투어 지원을 받고 성장하다가 나중에 대회 상금이 커지자 중국협회와 배분 문제에서 크게 다툴 정도가 됐다. 리나는 외국 지도자들을 여러 명 고용하며 팀을 꾸려 세계를 평정했다. 리나가 상금만으로 벌어들인 것은 170억원이 넘는다. 나이키와 벤츠 등에서 리나가 받은 스폰서십 후원금은 해마다 총상금보다 많아 세계 스포츠여자선수 소득 랭킹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우리나라 배드민턴의 경우 협회가 빅터 스포츠와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주니어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 경비를 충당한다. 선수들이 받은 상금의 일정 비율을 떼서 주니어에게 사용하는 선순환구조를 갖고 있다.

셋째는 선수들 간의 경쟁을 조성하는 것이다.
박세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성공하자 전국의 여자 초등학교 운동선수들이 너도나도 골프클럽을 잡고 세계 1위의 꿈을 키웠다. 초등학교골프대회에 3~4언더파를 치는 선수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여자골프 상금랭킹 세계 20위안에 12명이 한국선수이름으로 채워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골프는 한국선수끼리 경쟁이 치열해서 외국선수와의 경쟁력도 덩달아 올라갔다.

일본 테니스의 경우 간판스타 마츠오카 슈조가 은퇴한 뒤 전국을 돌며 유망주를 선발해 협회를 통해 미국 IMG 아카데미에 유학을 보냈다. 협회는 펀드를 조성해 테니스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개인을 참여시켰다. 니시코리가 성장하면서 일본 국가의 격을 유지했고 정체되거나 추락하는 일본내 테니스 산업을 끌어 올렸다.
니시코리 성공 효과로 초등학생 상당수가 방과 후에 테니스코트를 찾아 레슨을 받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이형택 활약 시절인 2000년대 초반에 일본 남자 테니스는 투어 무대에서 활약이 없어 낙담하던 때가 있었다. 이제는 니시코리 활약으로 데이비스컵 월드그룹에 진출하더니 지난해는 세계 8강 성적을 올렸다. 우리는 한명도 없는 남자 100위안에도 3명이나 있다. 

▲ 국내 남자 선수 ATP 랭킹

▲ 국내 여자 선수 WTA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