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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가 4강에 진출했다. 4회연속 FIFA월드컵에 진출하였으나 본선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4무 10패의 초라한 성적을 받았던 것이 2002년 이전의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성적이었다. 또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탈락, 아시안컵 3위를 기록하며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지난 월드컵과 같이 단 1승도 못 올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축구팬들의 우려가 절정에 달할 만큼 축구 대표팀의 성적은 초라했다. 그런데 어떻게 단 2년만에 월드컵 1승도, 16강도 아닌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4강 신화를 폄훼하는 이들은 홈 어드빈티지와 불공정한 심판의 판정이 있었음을 애써 강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경기에서 불공정한 판정으로 FIFA로부터 제재를 받은 심판은 없었다. 또한, 홈 어드빈티지는 우리의 삶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다. 특히 승부를 내야 하는 스포츠에서는 더 더욱 그렇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내일은 없다. 오로지 오늘만 있다”는 것처럼 숨이 차오르고 머리에서 피가 흘러도 그라운드에서 쉬지 않고 뛰었다. 그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우리나라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에서 거스 히딩크를 빼 놓고는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 거스 히딩크(1946년생, 네덜란드, 네덜란드 국가대표 감독)는 아마추어 클럽 SC바세펠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네덜란드 클럽 더 흐라프스합에서 1967년 이래 대부분의 선수생활을 보냈다. 1970년 PSV 아인트호번에 입단하기도 했으나 주전자리를 얻지 못하는 등 1982년 은퇴 할 때까지 히딩크는 축구 선수로서의 명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히딩크는 더 흐라프스합에서 보조코치로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다. 축구 지도자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히딩크는 PSV아인트호번에서 1983년부터 보조 코치로 일하며 지도자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후 히딩크는 PSV의 감독이 되었다.
이후, 터키 프로축구 팀, 스페인의 발렌시아 CF,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을 거쳐 2000년말 대한민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달라는 제의에 승낙, 2001년 1월 1일 정식으로 국가대표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히딩크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되자 국가 대표팀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후반전만 되면 체력 고갈이 되는 선수들의 체력향상을 위해 체력 훈련을 강화했다. 자신의 포지션 외에 어떤 포지션에서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훈련을 실시했다. 선후배의 위계질서에 저당 잡힌 선수들의 성향을 극복시켰고, 실력에 따른 기용을 했다.
히딩크는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에서 프랑스에게 0-5로 대패한다. 그리고 8월 체코 원정 평가전에서 또 0-5로 대패하고 만다. 일부 언론과 축구팬들 사이에서 이를 빗대 ‘오빵’감독이라는 비아냥이 나왔고 그를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그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다. “약팀과 친선 경기 해 봤자 의미가 없다. 강팀과의 경기를 함으로써 선수들이 객관적인 실력 차이를 확인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그리고 심리적인 위축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히딩크의 손을 들어줬다. 히딩크는 지속적으로 강팀과의 평가전을 치렀다. 히딩크가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2002년 3월 이후 무승부를 기록하며 무패행진을 기록했다. 국가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 팀은 터키, 핀란드, 코스타리카, 중국, 일글랜드로 중국을 제외하면 축구 강국이었다. 프랑스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대한민국은 2-3으로 패했으나 강팀들과의 경기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축구 강국에 대한 울렁증을 극복하기에 충분했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국가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2승 1무, 조1위의 성적으로 한국축구 역사상 최초로 16강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안정환의 골든 골로 이기고 8강 진출,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승리하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아시아 팀이 4강에 진출하는 역사를 창조했다.
한 사람의 훌륭한 감독이 얼마나 크나 큰 역사를 이루어 내는지를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히딩크는 과거의 성적이나 이름보다 현재의 실력에 우선했다. 기술은 체력이 밑받침 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체력을 향상 시키는데 가장 우선점을 뒀고 그 결과 선수들은 전후반을 종횡무지 뛰고서도 다리에 경련이 일지 않는 강철 체력을 지니게 됐다. 그것보다 가장 큰 소득은 고만 고만한 실력의 축구 대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열손가락 안에 드는 피파랭킹을 보유한 국가의 국가대표팀하고 붙어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다. 그것은 선수들을 피동적, 수동적인 마인드를 능동적인 마인드로 바꿔 놓았고 4강 신화를 만들어 냈다. 4강 신화의 영광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 나갈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이미 해외 파였던 안정환은 물론이고 박지성, 이영표, 홍명보 등 많은 월드컵 주역들이 해외 유명 구단의 콜을 받아 진출했다. 그 길을 따라 지금도 구자철, 기성용, 손흥민, 이청용등 지금도 많은 선수들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집안의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잘한다. 운동 잘하는 집안의 아이들 역시 대부분 운동을 잘하고, 예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집안 역시 그렇다. 그만큼 재능과 더불어 환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주니어들의 성적은 세계 어디에다 내 놓아도 뒤쳐지지 않는다. 주니어 성적으로 봐서는 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니어 선수들의 성적이 시니어의 성적에 그대로 반영 되지는 않는다. 많은 테니스 인들이 그 원인을 ‘성적 위주의 테니스 훈련’을 1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선수를 육성하고 있는 감독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그들도 역시 대부분은 위 문제를 한 원인으로 꼽는다. 원인은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엘리트 테니스 시스템이 그런 걸 어찌하느냐 라고 결론이 내려진다. 성적이 나야만 선수에게 후원이 생기고, 자신의 능력(?)도 검증이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중학교 선수를 둔 아버지를 만났다. 자신의 아들이 준우승을 했다며 자랑스러워 했다. “볼을 강력하게 때리다 에러를 많이 했다고 학교 학생들이 이야기 하더라. 넘겨 빵 해서 우승한 것보다 자신의 볼을 치며 강력하게 때리다가 준우승 했다는 것이 더 기분 좋았다” 기자가 축하한다고 했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꺼낸다.
어떤 지도자들은 경력과 승수 쌓기를 위해 고만 고만한 실력들끼리 아웅 다웅하는 대회를 찾아 쫓아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선수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히딩크는 강한 팀들과 상대해서 지는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말했다. 일본의 니시코리가10위권에서 오르락 내리락 할 때 마이클 창을 영입했다. 마이클 창은 니시코리에게 테니스의 신신기 같은 것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테니스의 기본 중의 기본을 가르쳤다 한다. 히딩크가 체력을 키우는데 첫 번째 우선점을 두었던 것처럼 말이다. 니시코리는 몸이 틀을 잡아가자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2014년 ATP랭킹 17위로 시작하더니 연말 랭킹 5위로 마감했다. 아시아 남자테니스 선수 중 가장 높은 랭킹이다. 마이클 창이 니시코리 팀에 합류한 후 1년의 성적이다. 올 브리즈번 오픈에서는 준결승에 오르더니 호주오픈에서는 8강 성적을 거뒀다. 이제 세계 5위로서 실력으로 그 자격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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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찬이 대한테니스협회로 부터 우수 선수상을 받았다. |
우리나라 테니스가 성인 무대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서브가 약해서, 공격이 아닌 수비 위주의 테니스때문 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것은 결국 공격 지향적인 스트로크나 서브는 에러율이 많은 것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수비 지향적인 테니스는 한계가 있다. 주니어 시절 공격적이지 못하고 수비적인 선수가 시니어 무대에서 변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은 지더라도 더블 폴트 두려워 말고 공격적인 서브를 넣어야 한다. 베이스라인 아웃 되더라도 공격적인 스트로크를 쳐야 한다. 그것이 테니스 선수의 기본이다.
테니스는 확률게임이라 한다. 누가 위닝샷을 많이 날렸나. 누가 에러를 적게 했는가 하는 확률 말이다. 주니어때 공격적으로 치면서 에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니어 성적은 시니어 선수의 성적을 대변하지 않는다. 시니어 선수시절 잘 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야 한다. 테니스 선수가 테니스의 기본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시니어에서 성공할 확률은 결코 높아지지 않는다. 테니스의 기본을 충실히 다지며 실력을 키우다 보면 분명 터닝 포인트는 온다. 다테를 키운 고우라 다케시는 주니어 선수인 다테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엄청 컸다고 한다. 그 부담감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며 선수도, 지도자도 서로를 가르치는 예로 들었다.
2년전 윔블던에서 정현이 준우승 하더니 이번 호주오픈에서는 홍성찬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현재 주니어들은 랭킹 10위안에 3명이나 들어 있다. 주니어 선수들이 한창 상승세인 우리나라의 테니스.
고우라 다케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주니어를 육성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 지도자들도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을 욕심내고 있는 것이다. 서브가 약하면 서브를 잘 넣는 지도자를, 멘탈이 약하면 멘탈을 강화할 수 있는 지도자를, 포핸드가 약하면 포핸드를 잘 가르치는 지도자를 등용하면 된다. 꼭 한사람이 다 가르쳐야, 꼭 국내 지도자여야 할 필요는 없다. 야구가 각 분야별로 코치를 두듯 전문 분야별로 가장 훌륭한 지도자를 선임하고 감독이 총괄하면 된다.
선수들의 미래를 위한 테니스, 그것을 배우고 알며, 실천하는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