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주니어 그랜드슬램 준우승자가 나왔습니다. 홍성찬(18, 횡성고)은 테니스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는 낯선 이름이 아닙니다. 12살 때 국제주니어대회인 오렌지볼 우승을 차지했던 될성 부른 떡잎 가운데 한 명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았습니다.
이미 인천 아시안게임 복식 금메달을 따낸 정현(19,삼성증권)과 청각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주니어 선수로 성장한 이덕희(17)와 정윤성(17) 등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테니스계는 홍성찬의 잠재력을 주목해 왔습니다. 드디어 그 진가가 호주오픈에서 드러난 것입니다.
홍성찬의 키는 또래 주니어 유망주 가운데 174cm로 가장 작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홍성찬의 가능성에 대해서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테니스도 다른 종목 못지 않게 신체적인 조건이 성공의 요인입니다. 물론 농구나 배구 선수처럼 키가 절대적으로 커야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실제로 마이클 창이라는 미국계 동양인 선수는 175cm의 키로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한 바 있습니다) 점점 피지컬(Physical)적인 요소의 비중이 커지는 현대 테니스에서 175cm의 작은 키에 근육도 적은 몸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홍성찬에게는 또래 선수들이 갖추지 못한 커다란 강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강한 정신력, '멘털'입니다. 테니스는 기술적인 부분 못지 않게 멘털적인 운동입니다. 골프의 마지막 홀에서 흔들림없는 멘털이 필요하듯, 테니스 역시 위기에 몰렸을 때 자신의 샷을 펼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이 요구됩니다.
홍성찬은 결승전에서도 특유의 멘털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상대는 러시아의 사피울린(19위)으로 강한 서브와 안정적인 스트로크로 잘 무장된, 도무지 흠을 잡을 수 없는 막강한 상대였습니다.
사피울린의 1st 서브 속도는 거의 200km를 넘은 반면 홍성찬은 170km 대에 불과했지만, 특유의 뚝심 넘치는 플레이로 2세트 승부를 타이 브레이크까지 몰고 갔습니다. 이를 악 물고 한 발 더 뛰는 모습에서 TV를 지켜본 수많은 테니스 팬들도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비록 졌지만 자신이 보유한 기량의 한계를 뛰어넘은 멋진 승부였다고 평가됩니다.
그러나 아쉬움은 진하게 남습니다. 스포츠 경기에 '만약'이란 없지만, 홍성찬에게 사피울린 못지 않은 강한 서브가 있었다면? 결과는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홍성찬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합니다.
"상대 선수는 중요할 때 서브가 들어왔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상대보다 더 많이 뛰어다니는 경기를 하다 보니 어려운 내용이 되고 말았다"
"서브를 좀 더 보강해야 한다" "체력 면에서도 부족함을 느꼈다"
호주 현장에서 경기를 관전한 주원홍 테니스협회장도 마찬가지 의견이었습니다. 주 회장은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국내 최고 지도자 출신입니다.
"우리나라 주니어 선수들은 기본기 부족이 문제인데 홍성찬도 서브를 더 보완할 필요가 있다"
"체력도 함께 끌어올린다면 이형택을 능가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
홍성찬의 '절반의 성공'에 대한 분석 결과는 선수 본인과 모든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라운드 스트로크에서는 겨뤄볼 만 하지만 문제는 서브였다는 겁니다. 홍성찬과 사피울린의 경기 데이터 분석을 살펴보면 무엇이 부족했는지 더욱 명확해집니다.
<표1: 결승전 데이터 분석>
홍성찬의 1st 서브는 평균 시속 172km로 나왔습니다. 사피울린은 190km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아쉬움은 2nd 서브입니다. 홍성찬의 2nd 서브는 130km대에 불과했는데, 이렇게 되면 제 아무리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잘 쳐도 첫 리턴부터 상대방의 강한 공격에 부딪치게 됩니다. 한 마디로 서브권을 갖고 있음에도 주도권을 거꾸로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표2: 홍성찬 서브 분석>
서브 통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더 구체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어드벤티지 코트에서 넣는 서브의 다양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겁니다. 이 Ad 코트에서 홍성찬은 1st는 중앙으로 전혀 넣지 못했고, 2nd 서브의 경우는 오른쪽 바깥으로 빠지는 서브를 단 한 개도 구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 Ad 코트에서 프로들이 잘 쓰는 전략이 오른쪽 코너로 겨냥해 상대 선수를 코트 밖으로 내모는 것인데, 홍성찬은 이 같은 전략을 전혀 쓰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서브의 세기 뿐 아니라 서브의 다양성 등 전략에서도 많이 부족한 점이 노출된 겁니다.
결국 홍성찬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브 등 더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확실한 전담 코치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찬의 게임 전략에 조언해 주고 기량을 더 끌어올려 주는 뛰어난 리딩 능력을 갖춘 코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홍성찬은 이번 호주오픈에 코치 없이 출전했다는 사실입니다. 전담 코치가 없어 8강,4강으로 올라갔을 때 히팅 파트너가 없어 관전을 위해 동행했던 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이 공을 넘겨줬다는 황당한 소식을 접하고,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코치 없이 외롭고 힘든 테니스 투어 생활을 견뎌내고 있는 홍성찬의 노력이 더욱 빛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테니스에서 전담 코치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성적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선수들의 이면에는 항상 새롭고 유능한 전담 코치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아시아 테니스의 간판으로 떠오른 일본의 니시코리는 마이클 창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고, 지난 해 US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크로아티아의 마린 칠리치 역시 90년대 강서버로 이름을 날린 고란 이바니세비치와 호흡을 맞춘 뒤 몰라보게 좋아졌습니다.
우리나라 테니스 유망주들은 어떻습니까. 이제 성인 무대에 본격 도전하기 시작한 정현 정도만이 삼성증권 윤용일 코치의 도움을 받고 있을 뿐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린 10대 선수들. 엄격하면서도 성장하는 유망주들의 기운을 북돋워줄 수 있는 유능한 코치가 절대 필요한 시기가 바로 이때입니다.
유례없는 주니어 유망주 전성시대, 한국 테니스에 이들을 이끌 훌륭한 코치를 찾을 수 없을까요? 도저히 찾을 수 없다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도 답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테니스가 세계 무대로의 도전을 정말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해외의 유능한 지도자들에게 SOS를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유소년 아니면 유망주 전담팀 만들고 협회에서 여기저기 스폰도 구하고.
기아자동차에가서 호주오픈 메인 스폰도 중요하지만 호주오픈 10분의 1만이라도 유망주팀에 지원해달라고하고 협회는 시간날때마다 스폰서 광고해주고......
물론 전담팀의 코치는 유능한 외국인으로 섭외하고.
국내는 무시하고 외국 퓨쳐스부터 챌린저 가능하다면 투어대회 가서 부딫히고....
이렇게 한 10년정도 꾸준히 해줘야 100위 이내에 하나둘 입성하지 않을까요.
또 이래야 국내 운동능력 있는 어린 친구들이 테니스에도 관심을 갖게되고......
계속해서 선순환 되야할것 같네요.
그냥 "서브가 딸려서 졌다"가 아닌 데이타를 분석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 훌륭한 기사입니다.. 선수는 실전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발전한다고 합니다. 부담 없이 정글에 뛰어들 수 있도록 후원해 주고 유능한 코치를 붙이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스포츠 참 잘하는 민족이잖아요..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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